Thoughts2013. 8. 26. 01:50

 Munk Debates의 "Will the 21st Century Belong to China?"(중국이 21세기를 지배할 것인가?)라는 토론. EBS에서 특집방송으로 해줬는데 정말 괜찮은 토론이었다. 




토론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파리드 자카리아와 니일 퍼커슨의

중국이 아프리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격론.

100분토론 같았으면 말싸움이 될만했는데도 여유있게 농담으로 받아치고 넘어간다.
이날 방송을 보면서 여러 면에서 한국은 토론문화에 있어서는 

여전히 후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북아시아 국제정세라면 도가 튼 한 사람인 헨리 키신저의 첫 토론발표.

느릿느릿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발표였다. 특히 인구문제에 대한 그의 지적과

중국 성장에 대한 서구국가들의 준비에 대해 지적했을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




자카리아는 경제, 정치, 지정학적인 문제에 대해 중국은 제대로 준비되어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칭화대 리 교수의 발언과 키신저의 반박 발언.
거듭해서 중국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며 이 발전의 정도는 과거 미국, 일본이 경험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키신저는 이 대목에서 격감하는 중국의 인구문제가 

현재의 중국 발전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이미 일본과 한국이 경험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식사하느라 제대로 못들었던 퍼거슨 교수의 발언.

중국이 21세기를 지배할 것이라며 인구통계학과 경제학적 관점에서 자신의 의견을 전개한다.



 흔히 오늘날의 중국 이야기를 하면 중국이 경제패권을 쥐고 세계를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단순한 의견을 주고 받게 된다. 하지만 이 토론을 보고 나면, 중국의 경제적 성장으로 인해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막연한 상상이나 장밋빛 환상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 미국 국무부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의 발언이었다.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진 않지만 대강 정리를 하면 다음과 같다. 



 1. 세계 제일을 향해 나아가는 중국이 앞으로 산적한 문제(중산층의 성장과 민주화 요구, 빈부격차, 인구격감, 인접국가와의 평화체제 구축)들을 해결해 나갈수 있을 것인가.
 2. 그 해결 과정에서 서구중심의 국제체제에 어떻게 편입이 될 것인가.
 3. 서구국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준비가 되어있는가. 



 이 과정에서 칭하대 리 교수가 한 말이 좀 웃겼다. 중국이 경제적 패권뿐만이 아니라 군사적 패권 또한 노리지 않겠느냐는 객석의 질문에 대해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의 조화를 꾀한다. 절대 군사적 패권이나 헤게모니를 지향하지 않는다. 중국은 조화를 말하는 유교적 정신으로 움직이는 나라다. 중국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유교적 마인드로 보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21세기를 지배하는 국가가 될거라는건지 아니라는 건지 혼돈이 가는 대목이다. 



 중국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유교적 마인드를 가진 국가가 주변 약소국에 여전히 하고 있는 만행, 특히 서북소수민족과 티벳 탄압, 그리고 여전히 강력한 검열정책을 아는 사람이라면 리 교수가 한 말이 얼마나 큰 궤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카리아는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넘어간다. 

 

  영국 제국, 그리고 오늘날의 미국의 사례를 봤을 때, 단순히 경제적 대국이 되는 것만으로는 세계를 지배하는 국가라는 칭호를 달 수는 없는 것 같다. 영국 제국의 경우에는 식민지확장을 통해 강압적으로 지배하는 방향이었다. 2차대전이후 국제체제는 UN에 의해 상징적/현실적으로 통제되는 평화지향적인 체제다. 그 가운데 미국이 헤게모니를 "사실상" 잡고 있는 것은 20세기에 경제대국의 지위를 차지함과 동시에 2차대전과 냉전으로 인해 급격히 증강된 군비를 대체로 세계경찰의 역할로 사용하고 있다는 도덕적 측면에도 큰 비중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아랍과 공산국가로부터는 대놓고 지지를 받지는 못하지만 미국이 통제권을 쥐고 있는 한 큰 전쟁은 발발하지 않고 대체로 평화는 지속될 것이라는 안정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바로 옆 나라이긴 하지만 중국군이 그렇게 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국제정치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또한 평화체제를 유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지배적 위치에 있는 국가가 하나인 경우에는 평화체제유지가 손쉽고, 이 구도가 제2강에 의해 깨지는 순간부터 세계는 혼란에 빠져든다. 현재 미국이 1강이라면 2강은 중국인 것이 자명한 현실인 만큼 리 교수가 말한 것처럼 중국이 미국에 덤비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평화적 체제를 유지하는데 중국이 '협조'를 한다면 사실 중국이 21세기를 지배하니 뭐니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이런 토론이 생기는 이유는 중국이 충분히 현재의 평화를 깰 수 있는 요소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근거로 가장 크게 지목되는 것은 여전히 공산국가라는 점이다. 리 교수에 의하면 '내부적으로는 많이 민주적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키신저의 말대로 여전히 중국은 공산당 1당지배체제인데다 10년에 한 번 꼴로 지도자가 바뀌는 국가에서 정치적 개선의 여지는 빠른 시일내에는 기대하기 힘들다. 


 다른 한 편에서 일본은 어떠한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사실 서구열강, 특히 미국은 지난 세기에 비해서는 많이 약해졌긴 하지만 세계정치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그런 미국의 전폭적 지원 가운데 20세기에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룩한 일본은 왜 세계패권을 쥘 수 없었는가. 애초에 평화헌법이라는 군사적 패권을 쥘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경제적 부흥을 외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고 하는 일본의 정치현황과 자민당의 헌법개정시도가 맞물리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세계는 중국만 쳐다보고 있을게 아니라 일본의 급격한 변화 또한 주목해둬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평화를 사랑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그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가져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한다면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깨지고 말 것이다.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없도록 노력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어떻게 하면 더욱 항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한-미-중-소-일 5국에 있어 필요하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토론의 세부적인 부분은 자세하게 적지 못할 것 같다. 어쨌거나 정말 흥미로운 토론이었다. 이 짧은 토론을 위해 이 네 명의 패널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준비를 해왔는지는 영상을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상은 유료가입자에게만 공개되고 있다. 대신에 토론 전문이 http://www.munkdebates.com/debates/china 에서 제공된다. 물론 무료회원으로 가입을 해야 한다. 






Posted by Cybercat
Thoughts2013. 8. 16. 01:50

 이번 달에는 다시 블로그 포스팅을 시작한 김에 꾸준히 매일같이 올리려고 했는데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서 어쩔때는 12시를 넘겨서야 PC를 잡게 되는 날이 생긴다. 오늘도 그런 날. 그나마 날씨가 주초보다 나아져서 이제는 선풍기 바람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지만, 한낮에는 여전히 어질어질할 정도로 뜨겁다. 한낮에는 뭘 하기가 싫다. 그런데 시대를 잘못 만나서 관공서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올 여름은 지옥같이 보낸다고 하니 그 분들은 오죽할까. 이건 때려치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억지로 참아내기도 힘들고...정부에서는 관공서에서 이번에 고생한 분들에게 여름을 훌륭하게 이겨낸 보상을 톡톡히 해두는게 좋지 싶다. 그런데 이번 정부가 그런걸 생각하는 정부같지는 않고...



박근혜 정부, 국정원 규탄 시위대에 첫 물대포

출처: 경향신문 김한솔·조형국·윤승민 기자 hansol@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8152207185&code=940202


 오늘 봤던 기사 중에 가장 기가 막힌건 오늘 국정원 규탄 시위를 하던 사람들에게 물대포를 쐈다는 것이다. 민족의 명절에는 대체로 안전라인만 치고 그저 행진하게 내버려뒀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엔 물대포와 최루액을 쏘고 300여명을 연행했다고 한다. 광복절을 기리는 방법이 다르건 말건 사람들이 이 날을 기리고 더욱 대한민국 다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과잉대응을 하는 건 무슨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가. 심지어 광복절에 같은 나라 국민을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까지도 등장하는 건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는 정치적 다양성의 문제를 벗어나 상호존중과 관용이라는 정치의 가장 중요한 준칙이 개껌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지 않은가. 


 그리고 박근혜대통령의 광복절경축사에 드러난 그의 안이한 현실인식에 다시 한 번 절망한다. 그가 말한 청렴한 나라, 능력으로 인정 받는 사회, 경제활력 회복, 중소기업과 대기업과의 상생, 더 나아가 통일국가수립, 동북아시아평화구상 등의 목표는 좋다. 하지만 왜 현실의 지표는 계속해서 그 목표점과는 전혀 반대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건지. 그게 왜 지난 정부에 이어서 더욱 심화되는 것처럼 보이는지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현실의 개선은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인식과 반성을 통해 이뤄지건만, 전혀 잘못한게 없다는, 오히려 이제까지 잘해왔다는 인식으로 앞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이 두 기사가 앙상블이 되어 2013년의 광복절에 대한 특이한 기억이 만들어졌다. 정부권력에 의해 같은 나라 국민의 자유로운 활동조차 '자신들과 반대'란 이유로 짓밟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 반쪽짜리 권력의 만행이 벌어진 날. 민주주의는 짓밟힌지 오래고 이제는 그들의 영예로왔던 과거로 향해 가는 것인가. 그런데 왜 며칠 전 EBS에서 봤던 나치 집권을 위해 히틀러가 벌였던 용의주도한 만행이 여기에 오버레이 되는 걸까. 

 


 이런 일이 벌어진 참에 일본에서 일어난 일들은 왠지 잘 주목되지도 않았다. 일본에서 일어난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일본우익단체의 망발망동, 그리고 야스쿠니에 방문하는 것조차 저지당한 민주당 이종걸 의원 외 3인의 기사는 예상했던 대로인지라 그리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위안부할머니들 집회때 일본의 우익인사가 전범기를 뿌리며 망발을 했던 것도 왠지 충격적이지 않다. 언제든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고 그게 이제 일어난 것일 뿐이다. 하지만 다시는 또 반복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하지만 다들 알아뒀으면 한다. 일본인들 대다수는 저들 우익인사들과 같지는 않다. 동북아시아에서 더 이상의 갈등의 요소로 남은 국가의 국민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만 현 자민당의 경제정책의 성과, 그리고 발전 가능성에 지지를 보낸 것이다. 오랜 기간 저성장에 짓눌려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을 바꿔보려고 자민당이 아닌 민주당을 들여세웠었지만, 정치권이 국민들의 삶을 돌아보지 않는 건 여전했었기에 다시 자민당이 집권하게 된 것이다. 지금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 누가 집권하든 달라지는게 없는 정치적 한계를 절감하고, 그나마 일본의 부흥을 다시금 외치는 당에 표를 던진 것 아니겠는가. 


 한국의 정치적 상황도 그에 비교하면 그다지 다를게 없다. 왠지 민주당이 집권하면 주머니에 돈이 안들어올 것 같으니 새누리당에 투표했다는 소리를 듣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가 어떠한가. 이번 정부가 출범한 후 그들이 한 것이라고는 '지들이 싼 똥 치우느라 다 보낸 것 뿐'이라며 냉소섞인 말을 던지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했을 첫 해에도 그랬건만, 어째 이번 정부는 집권한 지 한 해가 미처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전 정권보다 더하게 느껴진다. 과연 올해는 어떻게 지나갈 것인가. 



Posted by Cybercat
Thoughts2013. 8. 12. 02:18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지방에 일어났던 대지진의 여파는 2013년을 살고 있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지난 달에도 2011년 당시의 대지진 이후의 여진으로 도쿄지역에 진도3의 지진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지진은 현지인들에게조차도 그다지 큰 관심거리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대지진 당시 망가졌던 후쿠시마원전의 후속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태평양연안과 대기가 방사성물질로 오염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일본정부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치에 나서주기만 한다면 별 걱정할 거리는 아니겠지만, 문제는 전혀 그런 기미가 외국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며칠 전 원전냉각수가 그대로 바다로 버려지고 있다는 기사가 뜨면서 한국에서는 생선소비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급기야 오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사진이 돌고 있다. 사진 제목은 "호주에서 발견된 일본 방사능 기형상어"다. 


 


지인들이 좋아요를 누르면서 노출된 사진. 



 그러나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샴쌍둥이 상어다. 샴쌍둥이(결합쌍둥이)는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라 자연계에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샴쌍둥이로 태어난 사람과는 달리 자연 생태계에서 태어난 결합쌍둥이는 오래 생존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여간, 이런 결합쌍둥이로 태어나서 잡힌 상어사진을 가지고 일본방사능기형상어라고 했으니,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호주에서 발견돼서 올라왔다니 "Siamese twins shark"로 구글링을 했다. 바로 사진이 뜬다. 



 



첫 번째 사진이다. 클릭해봤다. (두 번째 사진은 무려 "원래 머리가 두 개인 상어"의 사진이라고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홈페이지다. 제목은 "두 머리를 한 청상어 낚이다"이다. 그리고 사진 설명은 "이 두 머리를 한 청상어 치어는 어부 크리스토퍼 존스턴이 2008년 호주 근해에서 낚은 청상어 어미의 배에서 꺼낸 것이다. 크리스토퍼 존스턴의 사진"이라고 되어있다. 본문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많은 독자들이 해양오염, 방사능 등의 문제에 대해 물어왔다고 한다. 이에 미시건 주립대의 마이클 와그너는 이런 기이현상의 원인을 딱 하나로 콕 집어 말할 수 없다면서 이런 문제들은 또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생명의 불완전한 발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지는 이런 현상을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성과 복잡성의 한 사례로 마무리 짓고 있다. 


 말하자면 2008년에 발견된 샴쌍둥이 청상어가 어쩌다보니 2011년 일본방사능기형상어로 둔갑을 한 것이다. 어찌된 일일까. 






일본 방사능 기형 상어로 구글링을 하니 하나의 사진이 잡힌다. 클릭해보니 상어연골껌의 위험성을 알리는 블로그 포스이었다. 글의 내용상 상어가 해양생태계의 최상층에 군림하는 포식자인지라 최근의 해양오염상황을 고려해서라도 상어연골껌은 애견에게 좋지 않다는 글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일본원전에 대한 일본의 내부통제, 내부피폭의 위험, 일본수산물의 위험 등을 언급하며 등장한다. 결국 몇몇 사람들이 빠르게 읽으면서 이 상어가 후쿠시마원전폐수로 인해 태어난 기형상어라고 퍼트리게 된 것이 아닐까. 



 블로그 저자는 잘못한게 없다고 본다. 우선 사진의 출처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정말 일본방사능기형상어인지 아닌지는 블로그 독자들이 링크를 클릭했으면 알았을 것이다. 내용 전체는 "상어는 식용으로 안좋아요"다. 굳이 문제를 삼자면 일본방사능문제를 언급한 가운데 사진을 게재했다는 것이 문제인데...대충 읽는 사람이 혼동할 만 한 배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것을 루머를 유포했다네 뭐네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블로거들 모두가 논리성과 정확성을 갖출 필요는 없다. 특히나 취미로 블로깅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는 인터넷에서 빠르게 유포되었다가도 빠르게 확인과정을 거치며 사라진다. 



 오히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 원인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포와 불안의 속성에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 빠르게 해소해주면 바로 해소되건만...어디 그게 그렇던가. 광우병수입쇠고기사태때부터 '그건 너의 오해다'라며 몰아붙인 정부에 크게 데였던 사람들은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일본이 수출하는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해 WTO의 관련법에 준거한[각주:1] 강력한 검증을 거치는 시늉이라도 해도 우리 일상의 먹거리를 담당하는 부모님들이 패닉에 빠질 일은 없을 것이다. 결국은 사람들은 이런 기형생물의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도 일본원전사고와 방사능피폭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1. 한국과 일본이 WTO에 가입한 국가인 만큼, 교역품에 대한 검역은 해당 법에 의해 치뤄져야 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Cybercat
Personal Log2013. 8. 8. 03:33



시부야(渋谷)역 앞에서



 여행을 그리 많이 다녀본 것도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의 여행준비의 철칙이 있다. 최대한 짐의 양을 줄이는 것. 그리고 단순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실제로 캐리어 하나 싸고 검토하는데까지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아마 남자라서 그런걸까나. 여행하면서 필요한게 갈아입을 옷, 적당한 여비, 메모장과 볼펜, 세면도구, 화장품 정도이기에 별 고민도 안하고 가방에 집어넣다 보면 생각지도 못하게 내용물이 상당히 빈약해보이는 채비가 된다. 그래도 여행하는 가운데 한 번도 부족한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가능한게 아닐까.  


 정 부족하면 기념품 사는 겸 치고 쇼핑할 때 사는 것도 괜찮다. 나는 주로 옷가지를 사곤 한다. 이번 일본여행때도 바지 하나를 골라 들었는데, 나름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건만 왠걸...어울리는 셔츠가 없었다. 하지만 후회는 안한다. 그 후텁지근한 일본에서 시원하게 다닐 수 있었으니.

 일본의 더위는 한국과 뭔가 상당히 다르다. 습도가 항상 높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도쿄보다 서울쪽이 더 꾸준히 높다. 아무래도 해양기후라서 그런가. 어쨌거나 한쪽 손목엔 똑딱이 카메라, 등에는 노트 하나 들어있는 백팩, 땀에 흠뻑 젖은 몰골로 대놓고 '나는 여행객'이라는 모습으로 뻔질나게 다녔으니 여한은 없다. 마음놓고 다니는 데 방해되는 것들은 과감히 빼는 식으로 하다보니 항상 가볍고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여유있게 쇼핑하거나 할 수 있었던 여정은 아니었던지라 그저 가보고 싶었던 데를 헤매는 정도에서 그친 여행이긴 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하는 것은 때마침 일본은 참의원선거기간이었고 여정 가운데 총선투표와 결과를 현지에서 볼 수 있는 멋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번 참의원선거에서는 아베노믹스의 평가, 원전vs탈원전(결코 후쿠시마 원전폐기에 관련한 것이 아니다), TPP성사여부 등이 핵심 이슈였던 것 같다. 도쿄는 얘기듣던 것과는 달리 정말 날씨만큼이나 선거로 뜨거웠다. 


 TBS뉴스를 본 기억을 더듬어보자면...결과는 자민당의 압도적 압승. 그리고 일본 유신회의 약진. 우리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우경화지만 이번 선거후 결과에 대해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말들이 많이 들렸던 것 같다. 개인적 소견이지만, 저성장으로 허덕였던 일본에 서광이 비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게 아닐까. 그런 상황이라면 자민당을 선택하지 않을 하등 이유가 없었을게다. 


 다른 각도에서 주목했던 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말뚝테러의 장본인, 스즈키 노부유키의 도쿄도 출마였다. 선거가 있기 하루 전, 7월 20일 오후였던가. 지나가던 한 백발노인이 지팡이로 가리키며 '이런 놈이 나오다니'하며 혀를 끌끌 차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물론 그는 낙선했다. 일본인들로서도 이런 말썽꾸러기는 No thanks였을게다. 


 의외의 현상으로 뉴스에서 지목된 것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배우출신인 야마모토 타로가 당선되고 다른 한 편에선 공산당으로 출마했던 여성후보가 당선되었다는 것. 둘 다 탈원전을 부르짖은 인물들이다. 그만큼 도쿄도는 탈원전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 아닐까. 어쨌거나 자민당의 압승으로 네지레국회[각주:1] 상황은 벗어났다고 아베 총리가 싱글벙글하는 걸 보고 있노라니 참...



 어쩌다보니 여행채비관련 글이 아니라 일본정치경험담이 됐네...




※이번
참의원선거결과에 대해 소개한 블로그 글을 보니...내가 본게 틀리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 한국에서는 여소야대라고 불리는 것처럼 중의원에서는 여당이 다수석을 차지하나 참의원에서는 야당에 압도되면서 여당이 제 힘을 발휘못하는 상황을 지칭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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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3. 4. 17. 23:13

 

서경식,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반비출판사, 2012


작년에 산 책이지만 이래저래 제대로 읽지 못했었는데 오늘 시간을 내어 끝까지 읽었다. 대학시절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일제강점기와 해방기의 조선인들의 삶에 대해 깊이 있게 접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이 책에는 그때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고통스러운 역사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특별영주권자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차별받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의 역사를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접할 수 있었다.


재일조선인들은 일본국적자가 아니다. 해방이 되면서 일본은 법적으로 일본인이었던 내지(일본본토) 조선인들을 외국인으로 정해버리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한국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남북으로 분단된 조국으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 경제적 기반이 전...부 일본에 있기에, 언젠가는 통일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때문에, 귀국하는 배를 폭파시켜버린 일제때문에 결국은 일본에 눌러앉을 수 밖에 없었던 그들. 일본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세금납부를 하고 지역사회에 일조하는 삶을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그들을 외면했고 상당수가 남한 출신이건만 일본에서의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북한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 후에도 남게 된 재일조선인들은 국적이 없는 난민 취급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앞으로 이들에 대해 한국정부가 할 일이 많다. 이미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밖의 일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상황인 만큼, 이들에 대한 적극적이면서 전방위적인 원조는 한국정부에 공이 넘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승만-박정희-이명박으로 이어져온 외면의 고리를 끊고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이들의 존재를 직시하고 체계적으로 이들의 삶을 더욱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작년에 있었던 이 책의 저자인 서경식 선생님의 저자 특강 영상

 


이 책은 단지 재일조선인에 대해서만 쓴 책은 아니다. 차별의 근본적 원인을 깊이있고 논리정연하게 파고들어감으로서 우리 민족이 겪은 역사적 문제와 그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는 가이드북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학시절 근현대사 강의때도 쉽게 말할 수 없었던 우리 민족의 문제 - 이념갈등, 친일파,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 등을 조금 더 깊이있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우리가 알아야 했던 바로 그 역사가 이 책에 씌여있다.

 

 

 

Posted by Cybercat
Thoughts2011. 4. 8. 01:07
 



 지난 3월 11일 토호쿠연안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연일 그 규모를 측정하기 힘들정도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다행히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만 여전히 여기저기 여진이 강하고 빈번하게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4월 초순이면 花見(하나미, 꽃놀이)를 생각하고 있을 일본인들이지만 지금은 가족 친지들이 이번 피해로 다치거나 돌아가신 분들이 많은 상황에 그럴 겨를이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피고 시간을 흘러가고 있습니다. 부디 일본이 하루 빨리 복구되길 바라며 이번 재해로 목숨을 잃은 일본인들의 명복을, 그리고 상처입은 분들의 빠른 회복을 기도합니다.

 많은 한국인들은 이번 일본의 막대한 피해를 보고 도외시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피해규모가 더욱 늘어난다는 보도에 가슴아파하며 어떻게 하면 일본에 원조품을 보낼수 있느냐는 연락이 제게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파악이 안되는 곳도 많은데다 구호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도로가 유실된 지역들이 많아 구호물품을 보내도 필요한 때에 전달되기 힘들거란 말에 낙담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상황이 나은 일본 도쿄의 카밀리아들을 통해 원조의 길을 터내보기도 하고 함께 돕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일에 함께 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요.

 그런데 한국과 일본에는 역사적 감정의 문제가 남아있어 이번 원조를 고깝게 보는 분들도 적지 않았던게 사실입니다. 특히 이분들이 예언하다시피 한 부분 중 하나가 독도에 관한 양국간 분쟁과 일제강점기에 대한 역사교과서 내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원조를 받고 뒤로는 분명히 뒤통수 칠거라는 말이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원조의 물결이 크게 휘몰아친 얼마 후 독도영유권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과 일제강점기 시기에 대한 역사교과서 내용이 전면개편되었다는 뉴스가 들어왔습니다. 한국으로부터의 큰 원조를 받으면서 국제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입지가 취약해지는게 아니냐는 생각이 일본정부의 행동에 깔려있는게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어쨌거나 혐일론자들의 예언은 적중했습니다. 그리고 너도 나도 함께 참여했던 일본원조의 손길이 뜸해지는 듯한 느낌이 이미 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는 말들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인 즉슨 "일본은 스스로 이번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재력과 능력이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랍니다. 제 기억에도 일본은 이번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이후에도 공식적인 국제원조를 신청했던 적이 없는 것 같군요. 그리고 대부분의 재해지원물품모집 및 모금도 웬만하면 일본내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었습니다. 그런 마당에 혐일론자들의 말은 우리가 그들을 돕는다는건 도움이 필요없다는데 가서 돕는게 아니냐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함께 이 난국을 타개해나가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그 키워드는 후쿠시마 원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최대 재해지역인 후쿠시마는 여전히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데다 날이 갈 수록 더해져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폭발을 막기 위해 퍼다부은 해수가 그대로 바다로 빠져나가 인접국인 한국과 중국의 해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으며 어제는 남서풍을 타고 핵물질이 한국으로 유입되어 비로 내렸다는 보도까지 나와 일본의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문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제 눈에도 일본 정부가 원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동북아시아와 태평양연안의 지구인들에게 방사능피해를 끼칠수 있는 극명한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미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마다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해수를 그대로 태평양에 흘려보내고 피해대책은 인접국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태도였는지 아니면 정말 그 방법밖에는 없어서 급박하게 그렇게 처리해버린건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입장과 태도도 달라지겠지만 웬만하면 돕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양국간,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좋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엄연히 이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은 일본인들입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시민들. 쓰나미로 집이 온데간데 없어져버린 사람들은 독도가 뭐든 교과서가 뭐든 일단 생존이 급박한 상황인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조상들의 잘못을 시인하려 하지 않는 태도를 가진 일부 극우파들의 이간질때문에 우리가 해야할 선한 일들을 하지 않으려는 몇몇 분들의 이야기와 마치 그것을 당연시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이들을 보자니 문득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한일간 문제와 인도주의적 지원문제는 분리되어야 합니다. 국가 이전에 사람의 가치를 아끼고 살리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국제정치의 문제 가운데서도 현 리비아 사태처럼 사람들의 생명이 일촉즉발 위협을 받고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국가간의 문제를 뛰어넘어 양국간의 인류애를 실현하는 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양국간에 높이 쌓여있던 감정의 벽을 허물어 갈 수도 있습니다.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협조와 화합을 일으켜내는 것 만큼 국제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또한 부차적인 효과이긴 하지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면서 오히려 국제정치적으로 해당 국가의 도덕적 행위를 높이 평가하는 나라들에 의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일본은 개발도상국과 아프리카에 상상을 초월하는 지원을 하며 UN과 각 국제정치기구에서 큰 소리를 내기 위해 '같은 편'을 만드는데 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국제지원에 인색한 우리로서는 국제적 입지라 해봤자 반기문총장, 축구선수 박지성, 피겨스케이팅선수 김연아정도에 의지하면서 '우리나라는 스포츠 잘해요. 유엔총장도 나왔어요. 우리나라는 삼성이랑 엘지, 현대같은 재벌도 있어요'하는 수준입니다. 가슴아픈 지적이지만 국제정치 전반적으로 실질적 도움될 거라고는 하나도 없는 간판뿐인 대한민국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런 인도주의적 접근도 국제정치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강한 카드중 하나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