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Log2013. 8. 6. 02:43

 한참 날씨가 좋았던 봄에는 영화도 보러 다니고 역동적으로 움직이곤 했는데 날씨가 더워지고 나서부터는 그렇게 잘 다니던 영화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간단히 커피 마시는 것도 그만큼 되었다. 


  이건 필력 탓인가. 아니면 날씨 탓인가.


  필력을 탓하자니 내 머리속에, 마음속에 담아둔 많은 이야기들을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어진다. 날씨를 탓하자니 방에 에어컨도 떡 하니 갖춰놓은 괜찮은 조건에서 꾸준히 해보고자 했던 것을 다시 하지 못하는 사태가 '또' 벌어진 것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게으르게 삶을 산 것도 아닌 나름 치열했던 수개월 이었건만.


  확실히 영화평을 쓰면서 새로운 시도를 한 건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 영화도 좋고 저 영화도 좋은 무난한 성격에 평이란 것을 하는게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던게 사실이다. 게다가 영화블로거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떤 이는 그 길로 전문영화평론가의 길을 걸어갈 정도라 하니 처음 시작한 나로서는 기가 죽을만 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잘 쓸 필요는 없는 그저 그런 영화감상문 정도로만 그치는 블로그를 만들자니 기껏 공들여놓고 뭐하는건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보다 결정적으로는 여전히 '생각이 다른 자'는 '적'이란 식으로 반응하는 이들이 많은 이 분야의 특성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별점 다는거에도 심각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은 판국에 기나긴 시간과 공을 들여 블로그평을 쓰면 뭐하나 싶었다. 뭐 그렇게까지 반응을 일으킨 글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생각해보니 페이스북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브랜드 커피와 관련해서 개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비난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는 요지였는데, 달린 댓글은 하나같이 '나는 믹스커피가 좋아요'였다. 브랜드 커피를 마시는 것은 비난받아도 된다는 소리인가. 그렇게 뚜렷하게 요지를 써놨건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런식이니 진지하게 글 쓸 맛이 나나. 게다가 개중에는 '브랜드 커피를 마심으로써 가난해진다'면서 '가난을 선택해놓은 주제에 복지정책에 불만이 많다'는 어딘가 모자란게 많은 반응도 있었다. 이렇게 말을 써서 좀 그렇지만...병신같아서 그냥 차단. 


  무슨 글이나 말을 쓰거나 하든 간에 조심해야 할 것이 글을 쓰는 테크닉에 관련된 것 뿐만은 아닌 것 같다. 그 글을 보는 사람들이 누구며, 또한 그들이 어떤 반응을 할 지 까지도 생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언제부터 글을 쓴다는 것이 이런 것이 되어버렸나. 언제까지나 조곤조곤히 자기의 생각을 꾸준히 써나가며 그에 공감하는 이들과 친분을 쌓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 소셜미디어의 본래 목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매사 전투적인 말들에 치여 살고 있다.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심지어 블로그조차도 안전지대는 되지 못한다. 


  물론 이 곳처럼 인기가 없으면 상관없겠지만.


  이쯤 되면, 인터넷이 발명되기 훨씬 전부터 PC를 끼고 살고 또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만큼, 이 곳(?)에서의 생활도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꾸준함과 논리정연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많은 이들과 행복하게 생각을 주고 받는 장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발전의 장, 행복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려면...세상에 대해 많이 움츠려들었던 내 마음부터 열어봐야겠다. 



2013년 8월 6일. 새벽.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