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3. 9. 8. 13:05



Taslima Akhter


No Copyright Infringement intended.

Read more: http://lightbox.time.com/2013/05/08/a-final-embrace-the-most-haunting-photograph-from-bangladesh/#ixzz2eKIZSjcT




1.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다카의 부도심인 사바의 한 방직공장이 무너져내렸다. (관련 내용은 여기를 클릭) 방직공장, 은행, 각종 점포들과 아파트가 함께 들어선 복합건물이었는데 건물에 금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대피하지 않고 끝까지 공장을 돌린 것이 큰 희생이 발생한 원인이었다. 이 사고로 1,129명의 사람들이 한 순간에 목숨을 잃었고 2,5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방글라데시의 사진작가이자 활동가인 Taslima Akhter는 사고 익일인 25일 새벽 2시에 이 사진을 촬영했다. 그는 온종일 사고현장을 기록하던 중 이들을 발견했다.두 사람은 서로 포옹한 채로 하반신이 콘크리트 더미에 뭍혀있었고 남자의 눈에 흐른 피는 마치 눈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이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이들을 아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도 나와 가까운 사람들 처럼 느껴졌다. ...이 사진을 볼 때 마다 나는 불편한 마음이 든다. 잊혀지지 않는다. 이 사진의 그들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우리는 숫자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싸구려 노동자나 값싼 생명도 아니다. 우리는 당신들과 같은 인간이다. 우리의 삶은 당신들의 삶과 같이 소중하며 우리의 꿈도 소중하다.'"



- Time Lightbox기사 중 Taslima Akhter의 사진에 관한 설명 中 발췌번역



"이 이미지는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기도 하다. 죽음 가운데서의 포옹, 그 부드러움은 폐허속에서 일어나 우리 안의 가장 약한 곳을 어루만진다. 그걸 느끼고 나면 결코 잊을 수 없게 된다. 이 사진은 꿈에서 우리를 괴롭힐 그런 사진이다. 이 사진은 조용히 우리에게 말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 Shahidul Alam의 사진평
방글라데시의 사진작가, 작가, 남아시안사진협회 Patshala의 창설자



2. 우리에게는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같은 사고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한국이 외형적으로 발전을 거듭해오던 1960~90년대의 부실이 비극적인 사고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 이후로는 우리 스스로도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의 전대미문한 사건의 핵심과 이를 엮기는 힘들 것 같다. 물론 건물의 잘못된 사용, 부실시공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저임금으로 비좁아터진 공장에서 계속 미싱질을 해야 했던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기사를 확인해보니 이 사건 이전에도 크고 작은 화재와 건물붕괴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분명한 인재다. 


 방글라데시의 수많은 직공들이 왜 이런 비인간적인 조건에서 끊임없이 목숨을 걸고 노동을 해야 하는건지 사람들은 분석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국경을 초월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저임금횡포가 지목되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옷을 공급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인건비로 방글라데시의 직공들을 고용한 기업들의 책임에 대해 성토하는 소리가 흘러넘쳤다.


 그 이후로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모르겠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직공들 스스로도 기본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시위를 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파업과 시위에 대해 기업들은 사업장폐쇄 등으로 적대적 대응을 해온 것 같다. 한국의 1960~70년대와 어찌 이렇게 닮아 있는가. 평화시장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전태일 열사는 열악한 노동환경개선과 노동3권보장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하였다. 그의 죽음으로 지금의 우리들은 더욱 나은 환경에서 일하며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진에 담긴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전태일 열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은 지난 4월의 비극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더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함께 싸우고 연대할 것이다. 앞으로 방글라데시의 직공들의 삶이 더욱 나아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Posted by Cybercat
Thoughts2013. 9. 5. 03:18



아리엘 카스트로의 죽음을 알리는 CNN의 속보
관련기사는 여기를 클릭.

 1천년 종신형을 선고받은 아리엘 카스트로가 자신의 감방에서 목을 매어 숨졌다고 한다. 그는  세 명의 여성을 십수년간 납치/감금/성폭행하고 성폭행 당한 여성이 낳은 아이, 즉 자신의 아이를 죽인 것으로 밝혀진 사람이다. 배심원단 937명은 그의 유죄를 인정했다. 그리고 그는 수감된 지 한 달도 채 안돼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피해자들이 겪었던 10년의 기간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감금의 개념이 희박하신 분들은 이게 왜 성폭행이냐고 할 지도 모르겠다. 이런 분들은 아마 카스트로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Plays the victim, blames the victims


During his sentencing, Castro played the victim, saying he was addicted to porn and masturbation. In his oft-disjointed statement, he referred to himself as "very emotional" and "a happy person inside."

Castro appeared to blame the victims and accused them of lying about their treatment. He went on to say that none of the women was a virgin when he abducted them, that they wanted sex and there was "harmony" in the "happy household."

Castro's 1,400-square-foot home was reconfigured to keep their whereabouts a secret, FBI agent Andrew Burke testified. The back door was outfitted with an alarm, bedspreads and curtains obscured parts of the home and a porch swing was placed in front of the stairs leading to the rooms where Castro held the women and girl hostage.

Police also testified Castro would chain the women to objects, including a support pole in his basement.

In the room where Berry and her daughter were held, the doorknob was removed, a lock was affixed to the outside and a hole was cut through the door for ventilation because the windows had been boarded up from the inside, Burke said.

Burke also described a handwritten letter in which Castro claimed he had been sexually abused as a child and wrote, "I am a sexual predator."

피해자인 척 하며 피해자들을 비난하다.

재판 중, 카스트로는 자신이 포르노와 자위행위에 중독되어있었다며 피해자인 척 했다. 그는 횡설수설하며 자기 자신을 "매우 감성적"이며 "내면적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간주하고 있었다. 

카스트로는 피해자들을 비난하고 그들이 받은 대우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는 피해자 여성중 어느 누구도 납치 당시 처녀가 아니었고, 그로 인해 그들은 성관계를 원했으며 '행복한 가정'에는 '조화'가 있었다고까지 구술했다.

FBI요원 앤드류 버크의 증언에 따르면, 카스트로가 소유한 1,400평방피트(약40평)의 집은 피해자들의 소재가 알려지지 않도록 개조되었다고 한다. 뒷문에 경보기를 설치하고 침대보와 커튼은 어두운 색이었으며, 카스트로가 여성들과 소녀를 인질로 잡고 있던 방으로 가는 계단 앞에는 횃불이 달려 있었다. 

경찰은 또한 카스트로가 피해여성들을 지하실의 지지기둥같은 곳에 여성들을 체인으로 묶어두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버크의 증언에 의하면 베리와 그녀의 딸이 감금된 방에는 문의 손잡이가 제거되었고, 밖에서 잠글 수 있도록 자물쇠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창문을 안쪽에서 나무판으로 덧대어놓았기 때문에 문에는 환기를 위한 구멍이 뚫어져 있었다고 한다. 

버크는 또한 카스트로가 쓴 자필편지에는 자신이 어릴 때 성적으로 학대당했으며 "나는 성적 포식자다'라고 씌여져 있었다고 말했다. 


 카스트로의 성격이 드러나 있는 CNN기사의 일부 발췌 번역



 형무소측에서는 그를 살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살려내지 못했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그냥 죽게 놔두지 왜 살리려 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의'를 이루는 방법은 단순히 '죽이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비록 '성폭행' 당하지는 않겠지만 피해자들이 겪은 고난과 수모를 사회와 격리된 감옥에서 평생을 보냄으로써 대가를 치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감옥에서의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침대보를 이용해 자살한 것이다. 자신이 남에게 한 짓을 당해보니 못견뎠던 것이리라. 


 그의 죽음으로 피해자들과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은 이제 이 충격적인 사건을 뒤로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들은 구조된 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한다. 완전히 회복하게 되면 곧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성폭행 당한 피해자들의 인권은 보장되지 않는 수사방식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구글에서 간단히 검색해봐도 관련 기사가 수두룩 할 정도다. (관련 구글 검색은 여기를 클릭)  작년 일이지만 고대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가 피해자를 오히려 '사생활이 문란한 사람'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는 모욕적인 설문조사를 하는 등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아직 이 사회는 여성을 얕보는 일이 많다. 특히 남성에게 욕보인 여성, 처녀가 아닌 여성 식으로 프레임이 짜여져 피해자들이 2차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더 어이없는 건 여성들도 여기에 동참한다는 점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성폭행에 관련된 화제로 대화중에 '얼마나 헤펐으면 그렇겠냐'라는 말을 마초성향의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서 들었던 것이었다. 



 이런 일들이 많다보니 많은 여성들이 성추행/성폭행에 노이로제에 걸려있는 현실이다. 자칫하면 성추행범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서 남성들은 감히 여성들을 쳐다보거나 하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을 한 시간만 타고 있어도 여자의 다리와 가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에는 명동거리에서 부딪히는 척 하면서 여성들의 몸을 만지는 사람을 추적하며 찍은 영상도 페이스북에 돈 적이 있다. 여성들이 안전한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런 반면에 도와줬다가 오히려 누명을 쓰거나 심지어는 죽음을 당하기 까지 하는 일들이 많나보다. 구글링으로 검색되는 '성폭행 당하는 여자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글들과 예시로 드는 사례들이 어찌나 많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는 이러한 불한당들로부터 여성들을 지켜줄 남성들이 많으리라.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사실 이런 사람들이 많을 수록 거리에서의 여성들의 안전은 더욱 보장되게 마련이다. 공동안보의 기본 원칙이다. 



 남성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성추행하려는 불한당들에 대항해야 한다. 몇 년 전 경험이다. 2호선 만원 지하철에서 취객이 내 앞의 여성에게 다가와서 지하철 흔들림에 어쩔수 없이 부딪히는 척 몸을 대고 나중에는 추근거리기까지 하는 일이 있었다. 취객인지라 흔들림에 몸을 주체 못하는건가 하고 생각했었지만, 추근거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여성분이 어쩔 줄 몰라했다. 술취해서 그런건가 했지만 점점 더 밀착하려는 모습에 한 마디 던졌다. 



 "아저씨, 그만 하세요. 술 취했다고 다 용서받는거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저씨는 계속해서 추근댔다. 하지만 이 한 마디가 다른 이들의 용기를 북돋웠는지 바로 옆에 있던 두 명의 남자들도 한 마디씩 했다. 그리고 '더 이상 이러시면 경찰에 끌고 갈거에요'라고 하자 아저씨는 조용해졌다. 이 아저씨가 여성과 같이 내릴까봐 다들 주시하고 있었다. 그 여성은 안전하게 목적지에서 내렸다. 



  세상 어디를 가든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카스트로가 살던 미국사회도 여전히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마음놓고 활개칠 수 없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 미국사회는 카스트로의 범죄와 죽음 이후 어떻게 반응하고 이런 비극적 사건에 대처하고 예방해왔을까? 한국사회는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대학내 성추행, 지하철 성추행, 그리고 국제적 스케일로 여전히 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윤창중 성추행 사건 같은 소식을 접하고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고 예방해왔을까? 분명한 것은 그들의 반응, 그리고 대처방법을 보면 그 사회의 성숙도와 발전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는 희망한다.
한국 사회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낫게 되기를.




 

Posted by Cybercat
Thoughts2013. 9. 1. 21:45

※이 글은 김용택님의 '꼰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란 글에 대한 트랙백입니다. 
본문링크: http://chamstory.tistory.com/617






성숙이란 미덕에 대한 카툰
완고한 성격을 지닌 동물로 종종 지칭되는 염소지만
힘들고 어려운 언덕을 오르고 나면 성숙한 인격을 갖추게 된다.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저 푸른 초원의 푸른 염소들처럼 살고 있는지
아니면 척박한 땅의 붉은 염소처럼 살고 있는지
몇 번이고 다시 돌아보게 된다.



 슬프게도 내 나이 정도 들기 시작하면 서서히 꼰대화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근대화도 아니고 현대화도 아니고 미래화도 아닌 꼰대화다. 아쉬운 일이다.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결혼하고 나이가 들면 관심사가 당연히 달라진다고 하지만, 정도가 심한 사람들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 또한 그런 길을 걷고 있지 않은지 몇 번이고 돌아보고 조심해야지 조심해야지 되뇌이던 적이 참 많았다. 


 대체로 '꼰대'가 되는 사람은 자신이 뭔가 남보다 더 안다고 생각하는 부류인 경우가 많았다. 대체로 남보다 어려운 공부를 했다거나, 가방끈이 상대보다 길거나, 먼저 사회생활을 했다거나 하는 '유세 떨 만한 것'을 지녔다고 스스로 자처하는 이들이 그렇다. 그들은 사사건건 참견이 많고 듣지를 않는다. 대화를 해보면 이 글에서 지적된 대로 근거없는 맹신, 부정확한 지식에 근거한 '무식한 용감함'과 '무례함'이 그 안에 들어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그런 이들은 분명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을 '원래 XX이/가 그런거야'라면서 '원래', '기본적으로', '어쩔수 없이'라는 말을 자주 쓰며 '입닥치고 따라오라'는 식의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일을 그르치기라도 하면 남 탓, 신입 탓, 약자 탓을 한다. 김용택님의 글에서 지적된 '빨갱이'소리 하는 분들이 전형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하지만 굳이 빨갱이 운운하지 않더라도 이런 경우들이 얼마나 많던가. 이념과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것이 꼰대 정신이 아니던가. 


 이렇게 본다면 비단 꼰대는 나이든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20대 초반의 젊은이에게서도 이런 꼰대같은 발언이 쉽게 튀어나오는 것을 최근엔 너무 자주 보게 된다. 어린 나이때부터 사고가 굳고 익숙하지 않은 것은 거부하며 다른 것을 싫어하고 적대시하다못해 증오의 감정까지 내비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이들을 만나면 정말 어찌해야 할 지 난감할 경우가 많다. 대충 맞춰주기는 하지만 그것도 정도것이지 같은 자리에서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듣는 내 두 귀가 불쌍할 지경이다. 


 그에 반해 진정 뭔가 아는 사람들은 일단 듣고, 자신이 전문인 분야에서조차 남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려고 한다. 잘 모르는 이들의 난감한 요구 조차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최대한 쉽게 말해주려고 한다. 나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겸손한 경우의 사람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제멋대로 지껄이는 소리에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라고까지 하는 분도 만난 적이 있다. 그 분의 당시 연세가 환갑을 바라보는 연세였는데 과연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분이셨다. 


 어른이 되면서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은 김용택님의 글에 쓰여진 대로 단 하나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공부를 더 했다 해도,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해도, 사회생활에 도가 트고 돈을 많이 번다 해도, 상대보다 밥을 먹은 햇수가 더 많다 해도 그게 별게 아니란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남을 깔보고 짓누를 권위가 아니란 것을 알고 겸손히 행하는 것이다. 매사에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어린 자들에게도 배울 줄 아는 것이다. 잘 보면 옛 성현들이 하셨던 말씀들과 다르지 않다. 지혜가 담긴 말 그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Posted by Cybercat
Thoughts2013. 8. 29. 01:30

역사교육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역사란 것이 지니는 성격이 참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다들 알다시피 개인과 국가의 정체성, 정통성 확립의 기초가 된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다. 지금 역사교육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에 우리 민족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르는 한심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그리고 후손들이 배우는 역사가 국가통치의 수단, 더 나아가 외교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원초적으로는 역사는 이를 읽고 공부하는 사람의 정체성을 확립해준다. 조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어떤 이들의 후손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조상들이 특정 시공간에서 행해온 '기록된 행위'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일제에 의해 국권을 잃고 36년간 치욕스런 삶을 살았다는 생각과 다시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말아야하겠다는 생각은 이런 배움과 성찰의 과정에서 가능해지는 것이다. 


 아울러 역사는 국가의 정체성, 아울러 국가의 정통성을 확립해준다. 국가의 정체성 확립은 개인의 정체성 확립의 연장선상에 있다. 동일한 역사적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일정한 지역에 모여 시공간을 공유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는 이 사회의 질서와 연속성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권력체가 있다. 다시 말해 국가의 정체성은 사회구성원들의 집단정체성에 의해 확립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권력체는 사회구성원들의 정체성과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든 축출되어 사회구성원들이 가진 정체성과 동일한 권력체가 들어서게 마련이다. 


 또한 지배체제의 교체 가운데 해당 공간에 대한 지배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지난 정치체에 대한 연속성을 이어받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가 헌법을 통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것을 명시한 이유다. 또한 이는 역사적 사실에 의해 뒷받침되고 또 다시 역사를 공부하고 배운 국민들에 의해 지지를 받게 된다. 만일 이 정부가 이러한 정통성을 부인하고 다른 정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려 한다면 많은 국민들의 저항을 받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권력의 정당성을 상실하고 축출당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자. 만일 국민들이 생각하는 역사가 권력을 쥔 자들이 생각하는 역사가 된다면 어떨까? 권력을 쥔 자들의 과거 만행을 정당화해주고, 더 나아가 미화까지 해줄 수 있는, 변명을 해줄 수 있는 역사가 된다면 어떨까? 이렇게 역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가능할까. 단언컨대 가능하다. 가장 큰 사례가 바로 옆 나라, 일본의 역사교육이 있지 않은가. 일제의 만행은 은폐한 결과가 어떠한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미화하기까지 하고 오히려 제국의 영광으로 회귀하자는 엄청난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논란을 삼고 있는 역사교육에 대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역사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눈"을 빌미로 삼아 일체치하에서의 삶을 '일제치하라서 참 다행이었다'라는 주장을 하는 역사서, 민주주의를 위해 소리치다 군부의 총칼에 죽어간 국민들을 빨갱이로 내모는 매카시즘적인 논조가 잔뜩 들어간 역사서를 아이들의 손에 쥐어주기 일보 직전에 놓여있는 것이다. 일제가 잘했다는 소리를 하는 교과서로 역사를 배운 이들이 앞으로 독도문제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까. 이는 외교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사실 지금은 단어 몇 개 바꾸는 수준이지만, 솥에 들어간 개구리가 물 끓는 줄 모르듯 서서히 역사서의 전반적인 논조가 바뀌는 건 시간 문제나 다름없다. 


 과연 역사를 새로 쓰고 새로 가르치는 순간부터 그 역사를 배우는 이들의 생각하는 방식은 이전 세대가 역사를 배우고 생각하는 방식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권력의, 권력에 의한, 권력을 위한 역사는 순전히 현 권력의 유지보수를 위해 이용되는 수단이지 결코 우리의 정체성 확립과 이익에 부합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 권력을 지지하는 절반이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빨갱이로 내모는 매카시즘적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에 조금이라도 우리 젊은이들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매카시즘같은 극악한 사상에 빠지지 않게 돌보는 것은 우리들 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우선 이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 평가할 것은 평가한 뒤에 꼼꼼하고 면밀히 기록하여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시험용 역사가 아니라, 권력에 이용당하는 역사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국가의 정통성을 확립해주는 역사를 위해 대한민국의 수많은 역사학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사료를 찾고 그 사료에 근거하여 최대한 객관적인 기술이 가능하도록, 인류애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역사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치열한 공개토론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이 과정을 지켜보고 과연 우리 정체성에 부합하는 역사는 어떤 것인가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역사는, 우리 역사는 남의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일개 한 시대를 지나는 권력의 역사이어서도 안된다. 다른 시각. 좋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역사적 정체성을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와 국민을 다른 나라와 다른 국민들보다 못하게 치부하는 못된 역사서, 빨갱이는 죽이는게 당연한 역사서, 정부에 반대하면 빨갱이로 몰아서 죽여도 되는 역사서가 되어서는 안된다. 


Posted by Cybercat
Thoughts2013. 8. 27. 22:44



"I Forgot My Phone"

Written by/Starring Charlene deGuzman
Directed by Miles Crawford

http://youtu.be/OINa46HeWg8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해 중요한 것을 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Posted by Cybercat
Thoughts2013. 8. 26. 01:50

 Munk Debates의 "Will the 21st Century Belong to China?"(중국이 21세기를 지배할 것인가?)라는 토론. EBS에서 특집방송으로 해줬는데 정말 괜찮은 토론이었다. 




토론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파리드 자카리아와 니일 퍼커슨의

중국이 아프리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격론.

100분토론 같았으면 말싸움이 될만했는데도 여유있게 농담으로 받아치고 넘어간다.
이날 방송을 보면서 여러 면에서 한국은 토론문화에 있어서는 

여전히 후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북아시아 국제정세라면 도가 튼 한 사람인 헨리 키신저의 첫 토론발표.

느릿느릿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발표였다. 특히 인구문제에 대한 그의 지적과

중국 성장에 대한 서구국가들의 준비에 대해 지적했을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




자카리아는 경제, 정치, 지정학적인 문제에 대해 중국은 제대로 준비되어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칭화대 리 교수의 발언과 키신저의 반박 발언.
거듭해서 중국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며 이 발전의 정도는 과거 미국, 일본이 경험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키신저는 이 대목에서 격감하는 중국의 인구문제가 

현재의 중국 발전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이미 일본과 한국이 경험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식사하느라 제대로 못들었던 퍼거슨 교수의 발언.

중국이 21세기를 지배할 것이라며 인구통계학과 경제학적 관점에서 자신의 의견을 전개한다.



 흔히 오늘날의 중국 이야기를 하면 중국이 경제패권을 쥐고 세계를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단순한 의견을 주고 받게 된다. 하지만 이 토론을 보고 나면, 중국의 경제적 성장으로 인해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막연한 상상이나 장밋빛 환상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 미국 국무부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의 발언이었다.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진 않지만 대강 정리를 하면 다음과 같다. 



 1. 세계 제일을 향해 나아가는 중국이 앞으로 산적한 문제(중산층의 성장과 민주화 요구, 빈부격차, 인구격감, 인접국가와의 평화체제 구축)들을 해결해 나갈수 있을 것인가.
 2. 그 해결 과정에서 서구중심의 국제체제에 어떻게 편입이 될 것인가.
 3. 서구국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준비가 되어있는가. 



 이 과정에서 칭하대 리 교수가 한 말이 좀 웃겼다. 중국이 경제적 패권뿐만이 아니라 군사적 패권 또한 노리지 않겠느냐는 객석의 질문에 대해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의 조화를 꾀한다. 절대 군사적 패권이나 헤게모니를 지향하지 않는다. 중국은 조화를 말하는 유교적 정신으로 움직이는 나라다. 중국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유교적 마인드로 보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21세기를 지배하는 국가가 될거라는건지 아니라는 건지 혼돈이 가는 대목이다. 



 중국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유교적 마인드를 가진 국가가 주변 약소국에 여전히 하고 있는 만행, 특히 서북소수민족과 티벳 탄압, 그리고 여전히 강력한 검열정책을 아는 사람이라면 리 교수가 한 말이 얼마나 큰 궤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카리아는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넘어간다. 

 

  영국 제국, 그리고 오늘날의 미국의 사례를 봤을 때, 단순히 경제적 대국이 되는 것만으로는 세계를 지배하는 국가라는 칭호를 달 수는 없는 것 같다. 영국 제국의 경우에는 식민지확장을 통해 강압적으로 지배하는 방향이었다. 2차대전이후 국제체제는 UN에 의해 상징적/현실적으로 통제되는 평화지향적인 체제다. 그 가운데 미국이 헤게모니를 "사실상" 잡고 있는 것은 20세기에 경제대국의 지위를 차지함과 동시에 2차대전과 냉전으로 인해 급격히 증강된 군비를 대체로 세계경찰의 역할로 사용하고 있다는 도덕적 측면에도 큰 비중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아랍과 공산국가로부터는 대놓고 지지를 받지는 못하지만 미국이 통제권을 쥐고 있는 한 큰 전쟁은 발발하지 않고 대체로 평화는 지속될 것이라는 안정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바로 옆 나라이긴 하지만 중국군이 그렇게 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국제정치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또한 평화체제를 유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지배적 위치에 있는 국가가 하나인 경우에는 평화체제유지가 손쉽고, 이 구도가 제2강에 의해 깨지는 순간부터 세계는 혼란에 빠져든다. 현재 미국이 1강이라면 2강은 중국인 것이 자명한 현실인 만큼 리 교수가 말한 것처럼 중국이 미국에 덤비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평화적 체제를 유지하는데 중국이 '협조'를 한다면 사실 중국이 21세기를 지배하니 뭐니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이런 토론이 생기는 이유는 중국이 충분히 현재의 평화를 깰 수 있는 요소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근거로 가장 크게 지목되는 것은 여전히 공산국가라는 점이다. 리 교수에 의하면 '내부적으로는 많이 민주적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키신저의 말대로 여전히 중국은 공산당 1당지배체제인데다 10년에 한 번 꼴로 지도자가 바뀌는 국가에서 정치적 개선의 여지는 빠른 시일내에는 기대하기 힘들다. 


 다른 한 편에서 일본은 어떠한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사실 서구열강, 특히 미국은 지난 세기에 비해서는 많이 약해졌긴 하지만 세계정치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그런 미국의 전폭적 지원 가운데 20세기에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룩한 일본은 왜 세계패권을 쥘 수 없었는가. 애초에 평화헌법이라는 군사적 패권을 쥘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경제적 부흥을 외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고 하는 일본의 정치현황과 자민당의 헌법개정시도가 맞물리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세계는 중국만 쳐다보고 있을게 아니라 일본의 급격한 변화 또한 주목해둬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평화를 사랑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그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가져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한다면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깨지고 말 것이다.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없도록 노력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어떻게 하면 더욱 항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한-미-중-소-일 5국에 있어 필요하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토론의 세부적인 부분은 자세하게 적지 못할 것 같다. 어쨌거나 정말 흥미로운 토론이었다. 이 짧은 토론을 위해 이 네 명의 패널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준비를 해왔는지는 영상을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상은 유료가입자에게만 공개되고 있다. 대신에 토론 전문이 http://www.munkdebates.com/debates/china 에서 제공된다. 물론 무료회원으로 가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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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2013. 8. 18. 02:43

 


대한치주과학회에서 제공하는 "즐거운 칫솔질 튼튼한 잇몸"영상
다른 영상들보다 더 다양한 경우(잇몸병, 전동칫솔 사용법 등)에 있어서 올바른 양치질 방법을 천천히 자세하게 알려준다.



 많은 사람들이 치과 가기를 무서워한다. 아니 싫어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까. 어릴 때는 그냥 병원가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일이겠지만 좀 사리분별이 되는 나이에 들어서고 나서부터는 그 이유가 사람마다 조금씩은 달라진다. 하지만 같은 점도 있다. 내 몸의 일부인 치아를 갈아내고 뽑고 때우는 과정과 쇳덩이를 각종 공구로 연마하고 찍어내고 떼어내는 과정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걸 깨닫는다는 점이다. 


 치과에 가면 치과의사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양치질 잊지 말고 꼭 하라고. 그리고 이에 뭔가 문제가 생긴거 같으면 묵혀놓지 말고 치과를 찾지 말라고. 하지만 요즘 광고에도 자주 지적되는 것이긴 하지만 완벽한 양치질이란게 좀 힘든게 아니다. 제대로 된 양치질을 하려면 치과의사협회에서 알려준 방식대로 칫솔질을 하고 몇 번씩 물로 행궈내고 하는게 어디 쉽던가. 


 하지만 힘들더라도 평소에 잘 해내야 '먹는 일'이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 최근에는 잘 알려져있던 333법칙을 굳이 따르지 않더라도 제대로 양치질을 해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소견도 본 일이 있으니 시간이 될 때 양치질 해두는 걸 잊어서는 안되겠다. 


 어쨌거나, 나는 요즘에도 양치질을 5분이나 한다. 교정을 했던 2년간의 시기 동안에 원래도 꼼꼼히 하려고 했던 습관이 더 심화된게 아닌가 한다. 교정하고나서 부터는 양치질을 하고 워터픽이라는 전동수세양치를 하고 반드시 마우스워시로 입을 행궈낸다. 워터픽을 사용하기 귀찮을 때는 치실을 써서 잇새를 깨끗하게 정리한다. 전부 다 하면 10분 정도 양치질에 애를 쓴다. 양치질 후 느껴지는 상쾌함이란 경험해본 사람만 안다. 


 그런데 지난 봄에 아랫송곳니쪽 잇몸이 상해서 피가나는 일이 생겼다. 양치를 너무 심하게 한 것이다. 처음에는 칫솔질이 너무 심해서였나 하고 병원정기검진때 의사선생님께 여쭤보니 칫솔을 너무 눌러서 브러싱하는게 아니냐고 하신다. 그러고서는 빗자루로 병원 구석을 쓸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시면서 '칫솔질은 이렇게 하는거에요. 빗자루를 눌러서 쓸어낸다고 해서 바닥에 쌓인 것들이 다 쓸어내지진 않잖아요'라고 말하셨다. 맞는 얘기다. 그저 칫솔의 끝이 이와 잇몸을 전반적으로 잘 쓸어낼 수 있도록 살짝 잡고 문질러주기만 해도 웬만한 치태와 입안음식물 찌꺼기는 제거되지 않던가. 


 그래서 그날 진료 후에는 양치질습관을 바꿨다. 브러싱을 예전처럼 눌러서 하는게 아니라 입안에 있는 불순물을 쓸어내듯이 돌려가며 했다. 문제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잇몸상처가 안나았다는건데, 알고보니 바보같이 워터픽으로 잇몸맛사지 한다고 직접 분사한게 문제였다. 워터픽을 조심해서 하니 며칠 되지도 않아 상처가 아물었다. 


 양치질 습관이 바뀐 후부터는 양치하는데 드는 힘도 적게 들고 입안의 청량감도 훨씬 배가되었다. 여전히 치과에 가면 치아관리를 잘한다고 칭찬을 받고 온다. 칭찬받는것도 좋지만, 치과에서 큰 돈 안들이고 즐겁게 마싰는 걸 씹어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일이다. 


 

Posted by Cybercat
Thoughts2013. 8. 16. 01:50

 이번 달에는 다시 블로그 포스팅을 시작한 김에 꾸준히 매일같이 올리려고 했는데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서 어쩔때는 12시를 넘겨서야 PC를 잡게 되는 날이 생긴다. 오늘도 그런 날. 그나마 날씨가 주초보다 나아져서 이제는 선풍기 바람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지만, 한낮에는 여전히 어질어질할 정도로 뜨겁다. 한낮에는 뭘 하기가 싫다. 그런데 시대를 잘못 만나서 관공서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올 여름은 지옥같이 보낸다고 하니 그 분들은 오죽할까. 이건 때려치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억지로 참아내기도 힘들고...정부에서는 관공서에서 이번에 고생한 분들에게 여름을 훌륭하게 이겨낸 보상을 톡톡히 해두는게 좋지 싶다. 그런데 이번 정부가 그런걸 생각하는 정부같지는 않고...



박근혜 정부, 국정원 규탄 시위대에 첫 물대포

출처: 경향신문 김한솔·조형국·윤승민 기자 hansol@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8152207185&code=940202


 오늘 봤던 기사 중에 가장 기가 막힌건 오늘 국정원 규탄 시위를 하던 사람들에게 물대포를 쐈다는 것이다. 민족의 명절에는 대체로 안전라인만 치고 그저 행진하게 내버려뒀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엔 물대포와 최루액을 쏘고 300여명을 연행했다고 한다. 광복절을 기리는 방법이 다르건 말건 사람들이 이 날을 기리고 더욱 대한민국 다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과잉대응을 하는 건 무슨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가. 심지어 광복절에 같은 나라 국민을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까지도 등장하는 건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는 정치적 다양성의 문제를 벗어나 상호존중과 관용이라는 정치의 가장 중요한 준칙이 개껌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지 않은가. 


 그리고 박근혜대통령의 광복절경축사에 드러난 그의 안이한 현실인식에 다시 한 번 절망한다. 그가 말한 청렴한 나라, 능력으로 인정 받는 사회, 경제활력 회복, 중소기업과 대기업과의 상생, 더 나아가 통일국가수립, 동북아시아평화구상 등의 목표는 좋다. 하지만 왜 현실의 지표는 계속해서 그 목표점과는 전혀 반대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건지. 그게 왜 지난 정부에 이어서 더욱 심화되는 것처럼 보이는지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현실의 개선은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인식과 반성을 통해 이뤄지건만, 전혀 잘못한게 없다는, 오히려 이제까지 잘해왔다는 인식으로 앞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이 두 기사가 앙상블이 되어 2013년의 광복절에 대한 특이한 기억이 만들어졌다. 정부권력에 의해 같은 나라 국민의 자유로운 활동조차 '자신들과 반대'란 이유로 짓밟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 반쪽짜리 권력의 만행이 벌어진 날. 민주주의는 짓밟힌지 오래고 이제는 그들의 영예로왔던 과거로 향해 가는 것인가. 그런데 왜 며칠 전 EBS에서 봤던 나치 집권을 위해 히틀러가 벌였던 용의주도한 만행이 여기에 오버레이 되는 걸까. 

 


 이런 일이 벌어진 참에 일본에서 일어난 일들은 왠지 잘 주목되지도 않았다. 일본에서 일어난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일본우익단체의 망발망동, 그리고 야스쿠니에 방문하는 것조차 저지당한 민주당 이종걸 의원 외 3인의 기사는 예상했던 대로인지라 그리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위안부할머니들 집회때 일본의 우익인사가 전범기를 뿌리며 망발을 했던 것도 왠지 충격적이지 않다. 언제든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고 그게 이제 일어난 것일 뿐이다. 하지만 다시는 또 반복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하지만 다들 알아뒀으면 한다. 일본인들 대다수는 저들 우익인사들과 같지는 않다. 동북아시아에서 더 이상의 갈등의 요소로 남은 국가의 국민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만 현 자민당의 경제정책의 성과, 그리고 발전 가능성에 지지를 보낸 것이다. 오랜 기간 저성장에 짓눌려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을 바꿔보려고 자민당이 아닌 민주당을 들여세웠었지만, 정치권이 국민들의 삶을 돌아보지 않는 건 여전했었기에 다시 자민당이 집권하게 된 것이다. 지금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 누가 집권하든 달라지는게 없는 정치적 한계를 절감하고, 그나마 일본의 부흥을 다시금 외치는 당에 표를 던진 것 아니겠는가. 


 한국의 정치적 상황도 그에 비교하면 그다지 다를게 없다. 왠지 민주당이 집권하면 주머니에 돈이 안들어올 것 같으니 새누리당에 투표했다는 소리를 듣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가 어떠한가. 이번 정부가 출범한 후 그들이 한 것이라고는 '지들이 싼 똥 치우느라 다 보낸 것 뿐'이라며 냉소섞인 말을 던지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했을 첫 해에도 그랬건만, 어째 이번 정부는 집권한 지 한 해가 미처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전 정권보다 더하게 느껴진다. 과연 올해는 어떻게 지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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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2013. 8. 14. 02:15





1945년 9월 2일 일본 외무대신 시게미쓰 마모루가 USS 미주리에서 항복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출처: 위키백과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e/e5/Shigemitsu-signs-surrender.jpg)




히로히토 일왕이 일본의 공식적 패전을 선언하는
大東亜戦争終結ノ詔書(대동아전쟁종결의 조서) 음성파일



 광복절이 공휴일이다보니 이 날을 끼고 휴가를 내준 사업체들이 많은가보다. 가족들도 그렇고 친구들도 모두 이 시기에 여기저기 떠나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도 끔찍하게 더운데다가 그다지 휴일도 많지 않은데, 게다가 광복절 공휴일까지 끼고 휴가를 받는 유리지갑 샐러리맨들이 불쌍하기만 하다. 


 어쨌거나, 민족의 명절 광복절이다. 비록 우리의 힘만으로 얻어낸 광복은 아니지만, 끝까지 저항하던 우리들의 선조들 덕에 오늘날의 우리가 존재한다. 비록 당시의 지식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으로 첨예하게 갈리기 시작했던 만큼 조국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우리들의 선조들은 정치적 색깔을 불문하고 끝까지 일제와 싸워왔다. 


 그리고 오늘날의 우리가 있다. 30대 이상은 역사수업을 통해 일제치하의 역사와 광복의 의미를 공부했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유난히 언론에서 크게 떠드는 경향도 있긴 하지만, 수학능력시험의 선택과목이란 이유로 암기할 것이 많은 역사는 학생들로부터 외면받은 결과 그들에게 우리의 역사는 그저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되는 것이 되어버렸다. 


 역사를 모르면, 잘못 알면 어찌되는지 그 사례를 보여주는 나라가 바로 옆에 있다. 일본이다. 일본은 번번히 역사의식문제로 동북아시아 국가들과 첨밀히 부딪혀왔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일제가 어떠했는지는 알지만 일제에 점령당한 국가의 국민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그 만행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나마 최근 한국문화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많은 일본인들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갈등, 독도문제 등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알고자 노력한다. 대체로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자 하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지만 그게 어디인가. 이건 민간외교의 발군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부디 이 성과가 한일 양국간 좋은 관계로 이어져 나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광복절에 관한 문서를 모아봤다. 이 날은 어떤 날인지에 대해 기술해 놓은 문서들을 읽으면서 가물가물했던 역사상식을 다시 한 번 뚜렷하게 만들어 보고자 한다.  


 


※이 포스팅은 꾸준히 증편해 나갈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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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2013. 8. 14. 01:36




마포형무소 1945년 8월 16일 오전9시

일제에 의해 감금되었던 독립운동가들이 일제히 나와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

(출처: 위키백과,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d/d7/Prison_Release_of_Korean_activists.JPG)



 8월 15일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한국은 제국주의 일본의 추악한 지배로부터 벗어난 것을 다시금 마음속에 되새기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매년 있는 광복절이건만 올해는 유난히도 인터넷과 각종 매체에서 더욱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분위기다. 광복이후 68주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65주년이기 때문일까. 사실 그보다는 여전히 우리안에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일본정치의 극우화에 대한 분노와 걱정이 그 주요원인일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갈등이지만 해를 거듭해갈 수록 더욱 악화일로란 생각이 든다. 

 2013년 8월은 어떠한가. 지난 달 일본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었다. 그 덕에 아베 내각은 본격적으로 평화헌법에 손을 보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평화헌법의 주요 골자는 군대를 두지 않고 전쟁을 할 수 없도록 못박아 둔 헌법9조[각주:1]에 있다. 아무도 그 궁극적인 목적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아베 신조를 비롯한 극우성향의 정치인들이 번번히 내비친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미화 작업은 변화의 방향이 대강 어느쪽으로 향해있는지 가늠하게 해줄 나름이다. 


 또한 일본으로써는 패전일인 8월 15일에 야스쿠니 신사에 총리를 위시한 많은 정부각료, 국회의원 등이 참배를 하느냐의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이종걸, 이상민, 문병호 민주당 의원 3인은 15일 당일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여 공식적으로 항의할 계획[각주:2]이라고 한다. 기사에 지적된 대로 극우성향을 지닌 일본인들이 대동단결하는 자리인 만큼 이들의 신변안전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일본의 반성을 이끌어 내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해도 그다지 크게 이슈화되는 일이 적었기에 오히려 아예 대놓고 큰 일(그렇다고 사람이 죽는 일까지는 아니고)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대내적으로는 종군위안부로 끌려가 갖은 폭행을 당했던 위안부할머니들의 처우, 국가유공자들의 처우개선, 친일파 처리문제 등이 정치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북한 공산정권의 수립으로 인해 정부 수립이 급했던 상황이었는데 그 자리에다 돈많고 배웠다는 친일 인사들을 그대로 갖다 꽂아 놓은게 이때까지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제치하에서 저항하면서 갖은 고초를 당했던 이들이 오히려 외면당하고, 친일후손들은 돼지처럼 그 세를 불려갔다.


 여전히 한국정부는 외교관계 운운하면서 위안부할머니들과 국가유공자들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연일 일본대사관 앞에는 경찰들이 출동해있고 매주 수요일마다는 위안부할머니들과 시민들이 함께 일본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 정부는 역사앞에 떳떳한 것보다 외교적 손해의 리스크가 더 크게 보이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친일파후손재산환수에 있어서 진일보한 판결이 나와서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역사 청산. 한국이든 일본이든 역사 청산이 필요하다. 지난 것들을 어쩌겠냐마는, 잘못된 것들, 잘못한 것들은 잘못됐고 잘못했다고 지적하고 그것을 역사에 바로 기록하고 가르쳐야 한다. 역사를 가르치는 목적은 과거로부터 현재를 배우고 올바른 미래를 설계해 나가기 위해서이며, 그 과정으로부터 얻은 지혜로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다시는 범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2013년 오늘을 살고 있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과거에 묶여 아둥바둥하지 않고 더욱 나은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1. 일본 특유의 평화주의를 대표하는 헌법 조항은 일본국 헌법 제 2장 9조에 기술되어 있다.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전항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치 않는다. [본문으로]
  2. 이종걸 등 민주당의원 3명, 광복절 야스쿠니 방문 당일 일본 좌·우 인사 집결… 일각에선 신변안전 우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입력시간 : 2013.08.13 15:44:21 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1308/h2013081315442121060.htm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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