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13. 10. 9. 21:47



http://playstation.beyond-twosouls.com/#home


 엘렌 페이지가 등장하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게임 "Beyond: Two Souls"가 2013년 10월 8일, 그러니까 한국시간으로는 10월 9일에 발매되었다. 그와 동시에 게임방송전문채널인 Twitch.tv에서는 항상 부동의 1, 2위 스트리밍 채널수를 자랑하는 LOL과 DOTA를 제외하고 단숨에 3번째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되는 게임으로 올라섰다. 그도 그럴것이 E3에서 소개될 때부터 영화와 같은 디테일, 탄탄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게임의 완성도면까지 게이머들의 큰 호응을 샀었기 때문이다. 




Beyond: Two Souls의 트레일러영상
태어날 때 부터 다른 '존재'를 안고 살아가는 조이 홈즈(엘렌 페이지 役)의 성장기

사실상 수퍼히어로물인 이 게임은 액션성도 강한데다 스토리도 매우 탄탄하다.




게임 제작은 프랑스의 비디오게임 제작업체 quantic dreams. 3D모션캡쳐방식을 채택해 제작하여 게임 내 인물들의 디테일은 이제까지의 게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게임의 작가 및 감독을 담당한 David Cage는 '사실상 게임업계에는 이런 방식이 최초'라면서 '게임에서는 액션, 긴장감, 스트레스, 좌절감, 경쟁 등이 주로 표현된다. 하지만 영화나 TV드라마 등에서는 모션캡쳐방식을 사용함으로써 게임과는 달리 복잡한 감정의 표현이 가능하다'고 전한다. 


 실제로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면 이 게임은 게임의 영역을 넘어선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컴퓨터그래픽의 디테일이 점점 사진영상과 구분을 짓기 힘들 정도로 현실감을 확보해온 만큼 CG가 주된 내용물인 비디오게임도 게임의 리얼리티의 극한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액션대역들이 모션캡쳐를 담당하고 CG로 덧씌우는 방식이었다면, 이 게임부터는 영화에서와 똑같이 영화배우들의 모션을 캡쳐해 제작함으로써 다른 게임에서는 표현하지 못하는, 또는 느끼지 못하는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네이썬 도킨스 박사역을 맡은 윌리엄 다포우가 설명하는 Beyond: Two Souls의 제작과정.
영화 스파이더맨을 보신 분이라면 이분의 얼굴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유튜브 채널에는 이 게임의 플레이영상들이 올라올 정도로 게이머들의 반응은 뜨겁다. 플레이시간은 트위치에서 게임만 전문으로 하는 프로게이머들을 기준으로 대략 9시간 정도 되는 것 같다. 대부분 한 번 플레이하기 시작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엔딩장면까지 컨트롤러를 놓지 못한다. 이 게임의 몰입도는 대단해서 뒷짐지고 보고만 있던 나조차도 하룻밤이 훌쩍 지나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게임 플레이는 다양하게 전개된다. 플레이어는 주로 조이 홈즈와 함께하는 존재인 아이든을 조작하며 조이를 돕는다. 아이든의 다양한 능력을 이용하여 장애물들을 헤쳐나고 적을 조종하거나 죽일 수도 있다. 단순히 버튼과 조이스틱을 돌려가며 하는게 아니라 컨트롤러의 모션센서를 이용하여 플레이하는 장면들이 많다. 가령 점프할 때는 컨트롤러를 위로 흔들고, 적에게 붙잡혔을 때는 지정된 방향로 힘껏 흔들거나 하는 것이다. 


 게임 진행상 조이 홈즈의 성장기를 앞뒤로 건너뛰며 플레이하게 되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너무 과하게 밀리터리액션물로 만들어버린 감이 없지 않다. 오죽하면 게임 플레이를 하다가 많은 시청자들이 "엘렌 페이지가 마치 메탈기어 솔리드의 솔리드 스네이크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을까. 잠입액션, CQC 모든 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그녀의 액션을 보노라면 혀를 내두를 정도. 


 문제는 한 게임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는 점이다. 스토리텔링에 더욱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신기하게도 플레이했던 많은 게이머들이 같은 말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말은 더욱 구체적이었다. 처음 시청했던 Dansgaming의 플레이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에서 그가 말한 걸 대강 옮겨보자면 다음과 같다. 


 전체적으로는 게임성도 좋고 스토리는 매우 만족스럽다. 하지만 나바호를 기점으로 그 전까지는 매우 흥미롭게 진행되다 이후부터는 긴장감이 덜하게 느껴진다. 적어도 조이의 군인으로써의 액션장면의 길이를 좀 줄였었으면 더 나았을 뻔 했다. 별 의미는 없지만 대강 점수를 주자면 7.5/10점이다.


 그걸 제외하자면 게임은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엔딩도 다양하게 준비가 되어있는데 등장인물들을 살리느냐 죽게 내버려두느냐에 따라 엔딩의 수도 달라진다. 이제까지 확인된 엔딩의 수는 총 5가지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게임인지라 게임의 후반에는 기독교인에게는 참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도 나온다. 하지만 애초에 게임 내용 자체가 영혼에 씌인 소녀의 '내 인생이 기가막혀'란 스토리인지라 이 부분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손을 대지 않는 것도 좋다. 


 제목이 왜 Beyond: Two Souls인지는 끝까지 플레이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선물이다. 그리고 게임 내에 준비된 다양한 에피소드는 게이머로 하여금 '사람됨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끔 하는 깊이있는 스토리들이다. 언뜻 소름끼치는 호러물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 게임은 그 수준을 뛰어넘어 다양한 감동을 주는 게임이다. 참고로 엔딩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직접 경험해보기 바란다. 

 같은 호러물로 분류될 수 있는 Last of Us와 굳이 비교했을 때는 단연코 Last of Us쪽이 더 소름끼치고 훌륭하다. Beyond: Two Souls는 그에 비하면 호러의 요소들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지며 액션성이 더욱 강하다. 그러고보니 Last of Us에 등장하는 소녀 캐릭터도 엘렌 페이지와 비슷하다. 무심코 두 게임을 비교하게 된 것도 다 그때문일까. 


 

Posted by Cybercat
Movie2013. 5. 9. 00:41

 

 

 


로마 위드 러브 (2013)

To Rome with Love 
8.3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알렉 볼드윈, 엘렌 페이지, 제시 아이젠버그, 페넬로페 크루즈, 로베르토 베니니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 111 분 | 2013-04-18

 

 

 점심 먹고 시간이 좀 남아서 영화를 한 편 볼까 해서 본 영화였는데, 놓쳤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설령 DVD로 집에서 편하게 본다 한들 영화관에서 본 감흥을 되살려 줄 것 같지 않은, 영화관에서 보지 않으면 안될 영화였다. 다른 인기작들을 보느라 시간대도 안맞고 해서 여차저차해서 놓칠뻔 했던 걸 이렇게 좋은 기회에 볼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우디 앨런 감독의 "로마 위드 러브"는 네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 된 옴니버스 영화다. 우디 앨런이 평생을 꿈꿔온 유럽 영화 시리즈라는데 과연 로마의 속속들이 아름다운 명소들을 배경으로 멋지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로마'라는 장소가 가진 비일상적인 성격때문일까. 일상으로부터 일탈하기 위해 로마를 찾은 이들 뿐만 아니라 평범한 로마 시민에게까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시작 장면이 매우 흥미롭다. 어눌하지만 유창한(?) 영어로 '나는 로마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알지요'라며 뽐내는 교통경찰에 포커스가 맞춰지는데 뜬금없이 그가 하던 일을 멈추고 카메라에 대고 로마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질 것을 이야기해준다. 그의 입을 통해 소개되는 등장인물들은 뭔가 특별하거나 매우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다. 공통점이라고는 그저 '로마에 왔다'는 것 뿐이다. 그렇게 교통경찰의 소개를 통해 관객들은 한 자리에 앉아 네 가지의 스토리를 한 번에 내려다보게 된다. 우디 앨런은 로마에 관심이 있고 또 이 영화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전지전능한 신의 위치를 부여함으로서 앞으로 전개될 '로마에서의 비일상의 일상'을 볼 마음의 준비를 시켜준 것이 아닐까. 이 장면이 없었다면 '러브 액츄얼리'같은 옴니버스 스타일 영화와 다를게 없었을 것이다. 

 

 영화 팸플릿에 의하면 추억, 명성, 스캔달, 꿈을 주제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네 가지 이야기 모두 로마에서 일어나는 비일상의 축제다. ①중년의 건축가가 로마에서 공부했던 젊은 때의 자신과 재회하고 추억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풋내기였던 젊은 자신에게 이리저리 훈계를 두지만 결국 이야기는 정해진 대로다. ②로마에 휴가차 놀러온 미국 여성이 이탈리아인 변호사와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가 된다. 덕분에 양가의 부모가 만나 서로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 엄청난 일을 벌이게 된다. ③지방 소도시에서 결혼하고 로마로 신혼여행을 온 부부. 그런데 어쩌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외도를 하게 된다. 그 어쩌다보니가 정말 우디 앨런 영화답다. ④영화 '아름다운 인생'으로 유명한 로베르토 베니니가 평범하다 못해 예측가능하기까지 한 진부한 로마 시민인 레오폴도 역을 맡는다. 그런데 눈 떠보니 스타가 되어있다.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어쨌거나 그렇게 살아야 하는 레오폴도의 우스꽝스러운 비일상은 이 영화 가운데 가장 손꼽을 만한 비일상의 일상이다.

 

 비일상적인 사건들에 빠지게 된다면, 그것도 로마라면 당신은 어떤일을 경험했으면 좋겠는가. 추억, 명성, 스캔달, 꿈의 카테고리는 의외로 사람들의 평범한 생각에 매우 근접해있다. '~였으면 좋을텐데'라는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보통 사람들의 소박한 소망이 이뤄지는 신비로운 로마. 그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 가운데 나는 우디 앨런이 맡은 은퇴한 오페라 기획자 스토리와 로베르토 베니니가 맡은 갑자기 유명해진 레오폴도의 스토리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꿈을 성취한다 해도 그게 단지 기쁘고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갑자기 유명해진다 해도 그게 다 좋은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 주어지는 경쾌한 짜릿함과 행복감은 맛 본 사람만이 아는 것이 아닐까. 어쨌거나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는 말 그대로 웃기기도 하지만 측은하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의외로 공감이 되는 그런 이야기다.

 

 우디 앨런 감독이 직접 출연하기도 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눈이 즐겁다. 그 뿐만이 아니다. 뭔가 엉망진창 뒤죽박죽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보고나서는 마음이 훈훈하기까지 하다. 두 시간 내내 껄껄거리며 볼 수 있는 영화다. 이 영화만큼은 팝콘과 콜라를 잔뜩 가지고 들어가서 너도 나도 산만하게 보더라도 그게 거북하게 느껴지지 않고 깊이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영화관용 영화란 정말 이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나는 좀 심각할 정도로 영화관 관람매너를 강조해왔었기에 이런 느낌은 내게 제대로 영화관에서의 비일상적 경험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로마에 꼭 가보고 싶어질거다. 빡빡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선사하는 이 영화, 못보신 분들은 꼭 시간내서 보길 바란다.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