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2013. 2. 20. 18:05

 

1. 나는 다이하드 팬이다. 누가 뭐래도 다이하드는 최고다. 진짜 액션을 보고 싶나? 다이하드를 보자!

 

2. 이번 다이하드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존 맥클레인의 걸쭉한 입담. 그리고 시기적절한 미국식 개그. 이걸 이해하려면, (존 맥클레인식으로 말하자면) "그 빌어먹을 영어를 존나게 잘 알아들어야 한다"고 하는 한국인으로서의 핸디캡이 있지만. 그래도 이번엔 자막 번역도 나름 걸쭉하게 잘 되어있어서 랭귀지 배리어 따위는 저기 먼 곳으로 치워두고 즐길 수 있다. 영어 좀 못하면 어때. 영화보면서 웃고 즐길 수 있으면 됐지.

 

3. 이번 다이하드는 적당하게 웃음의 타이밍이, 적당하게 파괴적인 액션의 타이밍이, 다이하드 시리즈 답게 펼쳐진다. 사람들이 보고 나오면서 말하길, 그리고 트위터 검색으로 봐도 하는 소리가 "도대체 자동차가 몇 대나 부숴진거야?" 정신나간 놈이 아닌 이상 그거 몇 대 인지 세고 있을 리는 없고, 자동차뿐만이 아니라 전투헬기도 아주 손쉽게 아작을 내는 맥클레인이 자랑스럽다 못해 나는 기립박수까지 치고 싶어질 정도였다.

 

4. 이유는 간단하다. 반전, 배배꼬인 스토리, 어떤 놈이 악당이고 어떤 놈이 좋은 놈인지 선악구분도 적당히 안되는 복잡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좀 영화에서만큼은 좀 나쁜놈들 아작내는 카우보이 스타일이면 어때? 굳이 영화에서조차 "너는 우리편 착한 놈이 사실은 나쁜 놈인 거 같은 이런 시츄에이션에 충격을 받으면서 영화관을 나설꺼야"라고 대놓고 "충격의 반전!"물을 만드는 요즘 영화계의 신물나는 트렌드는 좀 그만! 마이 묵었다 아이가!하고 외치고 싶다. (그렇다고 이 변방 블로거의 말을 들으랴싶지만...) 물론 다이하드만의 반전이 있다. 하지만 단순하다. "우리 편인 줄 알았는데 악당이네?" 하는 식.

 

5. 다이하드는 그 시리즈 첫 편 부터 지금까지 "악당을 쳐부수는 (휴가 나온, 쉬고 있는, 놀러 나온) 경찰관" 이야기를 일관되게 이어오고 있다. 악당들은 국적과 남녀노소 불문하고 하나같이 신의를 저버리고 돈이나 권력에 대뇌의 전두엽 기능을 상실했으며 존 맥클레인을 "빡치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Yippikayay Mother Fucker!"란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맥클레인의 대사와 함께 저승과 인사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다이하드도 다를 바가 없다. 아니 전세계가 비핵화에 힘쓰는 이 시기에 웬!!!! (여기까지)

 

6. 간혹가다 첩보물인 국산영화 베를린과 비교하며 저평가하는 놈들이 있는데 아 쫌!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속 시원하게 나쁜 놈들을 때려부수는 착한 놈 이야기다. 그 착한 놈인 존 맥클레인이 착한 짓 하느라 개고생하는게 스토리다. 머리 골아프게 복잡한 관계설정따위 필요없다. 그래서 단연코 말하건대 다이하드에서 첩보물의 복잡다단한 관계설정, 첩보물만의 액션, 그리고 반전을 기대했다면 그건 마치 포르노를 기대하며 멜로 영화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 뭐 액션만 보고 말하자면...그래도 다이하드가 더 박진감 넘치는걸? 물론 우리나라에서 7번방의 선물과 같은 수작이 나왔기에 미주지역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쥔 다이하드가 한국에선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는게 다이하드 팬으로서 좀 속상하긴 하다. 그래서 나도 외친다. Yippikayay Mother Fucker!

 

7. 이번 다이하드는 지난 번 다이하드(Live Free or Die Hard)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존 맥클레인과 잭 맥클레인이 확실히 개고생 하면서 보여주는 헐리우드 액션 뿐만이 아니라 이번엔 모스크바다!  그 개고생의 차원이 달라서 더 큰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 비슷한 미소를 지으며 "Welcome to Moscow!"를 외치는 택시기사가 어찌나 친근하던지...그리고 확실히, 지난 번 다이하드보다 확실하게 박살나는 자동차들과 전투헬기를 보며 '파괴의 쾌감'이 말초신경을 확실하게 자극해준다. 그래. 이게 다이하드다. 나카토미 빌딩에서 헬기 박살내면서 점프하던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8. 그래서, 어쩌라고? 뇌를 놓고 보라고? 그건 아니다. 세월을 거듭해오면서 다이하드 시리즈는 그 시대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영화가 되었다. 3편까지는 돈에 환장한 놈들을 쳐부수는 카우보이를 연출했다면, 4편에서는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미국을 삼켜먹으려던 놈들을 올드스타일 카우보이가 쳐부수고, 이번엔...국제정치적으로 문제되는 핵...아 스포일러는 자제.

 

9. 회를 거듭해오면서 존 맥클레인 역의 브루스 윌리스도 나이가 들었고, 그 내용도 나름 그 맥락 속에서 원숙해졌다. 그래서 더 걸쭉한 헐리우드 액션.

 

10. 짧게나마 영화관람의 팁을 주자면...영화를 보기 전에 최소한 실망하거나 돈 버렸다 좌절하기 전에 이 영화가 어떤 종류인지, 어떤 식의 영화인지는 미리 알아보거나 예감이라도 하고 보자. 개인적으로 그렇게 해서 그 수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던 "러브 액츄얼리"를 쓰레기 영화로 평가했던 큰 실수가 있었다. (지금은 안그렇지만...) 뭐...영화 평 가운데 가장 기막혔던 것은 Met Opera보고나서 '이거 영화인 줄 알고 봤는데 오페라 촬영한거네요. 돈 버렸음'이란 거였다. 아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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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ybercat
Movie2012. 10. 2. 03:07

  오늘은 "광해 - 왕이 된 남자"를 보고 왔다. 영화관 입장때부터 A열부터 끝까지 가득 차있는 사람들을 보고 이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배경으로한 픽션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적 허구와 역사 그 자체가 가지는 사실의 간극이 너무 큰 게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픽션이 현실인 것 마냥 떠드는 사람들도 한심스럽게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영화적 허구는 허구이니 재미로 볼 수 있는 것은 보겠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광해를 이 때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걸까. 그리고 사람들은 열광했던걸까.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영화관에 들어갔지만, 관람후에는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영화가 던져주는 감동에 젖어 있었을 정도니까.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이 던져주는 한 단서로부터 시작된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광해군을 꼭 닮은 광대. 그리고 그가 그를 대신해서 정사를 펼친다. '정치'가 가져다주는 더러운 현실로부터 광해군의 대역은 한 편으로는 절망하고 한 편으로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영화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광해는 사대주의에 저항한 유일한 군왕이며 신민들을 위해 과단한 결단을 내린 몇 안되는 개혁가로 거듭난다. 그리고 그 개혁적 발로는 우리가 아는 역사적 사실대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민족주의적, 민주주의적인 정치이데올로기를 가진 우리가 광해군을 영화를 통해 엿볼 수 있었던 건 우리가 현실 정치에서 바라고 원하는 바였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생각했던 무엇인가가 어쩐지 두렵게 느껴진다. 유시민이 이야기 했던 것처럼 아직 우리는 근대적 왕정제에 익숙한 사고를 하는 존재다. 이미 절차적(형식)민주주의가 여느 선진국보다도 확고히 보장되어있는 나라이건만, 여전히 사람들은 대통령을 말할 때 '왕'을 대하는 것처럼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내러티브는 이와 같은 역사적 허구를 다루는 영화에도, 드라마에도 투영이 된다. 이 시대에는 제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정치적 분열을 통합시키고 신민들을 이롭게 했지만,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왕이 통치하는 시대가 아니다. 국민의 뜻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취합되고 고찰된 뒤 현실에 반영되는 민중 정치다. 이런 점에서 여전히 이런 영화를 통해 '역시 대통령은 이런 사람이어야 해'라는, 조선시대사극으로부터 대한민국 민주정치의 최정점인 대통령에 대한 비전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건 왠지 경계하고 싶다. 다만, 우리가 바라는 정치적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기성정치인들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과 개선의 요구, 그리고 올바른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 너무 오바하지는 말자...)

 

 영화의 깊이는 영화가 제작되는 현실이 얼마나 적절히 녹아들어가 있느냐에 따라서도 결정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적 허구를 통해 관객들은 나름대로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욕구를 해소하며, 더러는 현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9월 개봉작인 '간첩'과 '광해-왕이 된 남자'는 스토리 가운데 우리가 느끼는 정치-경제적 박탈감을 적절히 녹여낸 수작들이란 생각이 든다. 영화 '간첩'에서는 자본에 물들은 우리네 모습과 시대착오적인 '간첩'이란 소재의 정치적 개그가, '광해-왕이 된 남자'에서는 부조리한 현실에 저항하는 지도자에 대한 우리의 바램이 투영되어있다. 우리가 이 영화들을 보면서 웃을 수 있었던 건 이런 깊이있는 우리 현실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Posted by Cybercat
Movie2012. 9. 19. 04:25

 

 

 어제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보고 왔다. 역시 논란이 될 만한 그의 작품. 첫 시작부터 껄끄러운 장면들로부터 시작하는 그의 영화는 친숙해지기 힘들다. 간단히 말해 두 번 이상 보기가 힘든 영화라 해야할까. 돈이 사람을 파괴하는 과정, 돈때문에 자멸해가는 인간의 세계가 2시간 동안 그려진다. 칼 맑스가 생각났다. 자본에 의한 철저한 인간소외. 자본 앞에서는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다. 돈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증오, 분노, 복수 그 모든 것이라는 극중 대사가 소름끼치도록 공감되었던 건 대학수업때 들었던 자본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있었던 수업 이후 처음이었다. 이 영화는 유일하게 내가 본 김기덕 감독 작품 가운데 카타르시스란 것을 느껴본 작품이다.

 

 극 중 등장하는 사람들 중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다들 죽은 자들과 다름없는 어두운 삶을 살아간다. 그런 이면에 모정을 가장한 복수의 화신이 등장하고 고리대금업으로 사람들을 쥐어짜던 고아인 주인공은 어머니를 찾았다는 기쁨에 구원을 얻는 듯 하다.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스토리가 진행되지만, 이 영화는 비극이다. 주인공은 어미인줄 알았던 자가 사실은 자신을 가장 비참하게 만든 복수의 화신이었음을 알고 죽음을 택한다. 그렇게 이 극에 등장하는 이들은 지옥같은 자본의 소외로부터 구원을 얻는다. 극중 자주 등장하는 교회 건물 배경은 이처럼 바닥인생을 살아가는 자들에게 구원이란 어떤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바닥으로는 다가오지 않는 복음. 구원받지 못한 영혼들의 울부짖음. 그리고 일개 정치인의 야욕에 의해 복구된 청계천에 얽힌 사람들의 마지막 인생. 우리가 말하고 싶지 않았던, 알고 싶지 않았던 세계를 김기덕감독은 여과없이 있는 그대로,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들의 탄성에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세계에 대한 놀라움과 공포가 담겨있었다. 아마 다들 이 영화가 황금사자상을 받았기 때문에 호기심에 와서 봤으리라. 낮시간에 영화를 볼 만큼 한가하고 넉넉한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세상은 결코 알려지지도, 비춰지지도 않았었을테니. 나 또한 이 영화를 보고나서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쩌면 그들보다도 내가 더 놀라고 힘들어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두 번은 못볼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여운이 너무 강하게 남아 다음 영화로 쉽게 넘어가질 못하겠다.

 

 

 

 

이제는 착실하게 포인트를 모아서 VIP도 되고 영화적 식견도 쌓아가봐야겠다. 이제까지 너무 남는 것 없이 그냥 넋놓고 즐기기만 했던 것 같다.

 

 

 

언제나처럼 스타벅스에서 얼 그레이 한 잔. 오늘은 새로운 파트너가 응대를 했다. 말이 참 느려서 신기하게 느껴졌다. 여기서 한 시간 정도 오랜만에 스케쥴러에다 끄적거리면서 앞으로 월급을 타면 어떻게 할 지 곰곰히 고민을 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 성실하게 일을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들어 몸무게가 몇 킬로그램인지 모르겠다. 내일은 꼭 체중계 건전지를 사야지 안그러면 체중관리, 체력관리가 하나도 안될 것 같다.

그나마 최근에 꾸준히 걸어서 그 날 먹은 만큼은 움직여주는 것 같다. 가까운 강남보다 종로쪽이 훨씬 많이 걸으면서 볼 게 많다. 영화를 보는 날 말고는 그냥 5호선 타고 종로로 나가있는게 내 건강에 훨씬 좋지 않을까.

 

 

오늘은 그래도 영화를 봐야지 했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외출한 탓에 귀가시간 전에 끝나는 영화시간에 맞추지를 못했다. 앞으로도 영화를 꾸준히 볼 계획이라 메가박스 멤버십카드를 발급받고 반디앤루니스로 향했다. 거기 가면서 이제까지 연락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돌리고 언제나처럼 내 발길이 머무는 서양사코너에서 어물쩡거리기를 삼십여분. 결국 몇 개월째 집어들지 못했던 앙리 피렌의 "마호메트와 샤를마뉴"라는 책을 샀다. 서양중세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서양의 중세가 시작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에 대한 답변이 이 책에 담겨있으리라. 대학4년내내 집중해왔던 서양중세사였건만 졸업한지 한참 지난 지금에는 중요 연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이 책을 발견한 것은 오래 전 책 속에 몰래 끼워놓은 만원을 찾아낸 기쁨이랄까. 생각같아서는 밤새서 다 읽어치우고 싶지만 벌써 새벽 네시 반이 다 되어간다.

 

Posted by Cybercat
Movie2012. 9. 14. 02:27

 

 

 

2012. 09. 13. at Megabox Coex. iPhone4. edited on Path.

 

Resident Evil: Retribution과 Bourne Legacy 두 편을 연달아 보고 왔다. 보통 한 편만 보고 차를 마시며 놀다가 귀가하는게 보통이건만, 오늘따라 연달아 두 편을 보고 말았다.

 

Resident Evil은 Bourne Legacy에 비해 짧은 런타임. 예상대로 화끈한 액션에 3D에 최적화된 영상을 보여줬다. 전작에서 이미 3D액션영화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기에 이번에도 영화의 퀄리티에 대해 걱정할 것 없이 맘편하게 시청했다. 출연진이 가장 맘에 들었는데, 그 중 주목해야 할 배우는 미셸 로드리게스. 이미 밀리터리영화 매니아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여전사가 다시 등장한다. 액션영화치고는 풍부한 상상력과 제법 탄탄한 스토리라인이 괜찮았다.

 

Bourne Legacy는 메가박스 앱 상의 영화평에서 평가가 극도로 갈렸던 작품. 그래서 호기심에 연달아 보게 되었다. 다 보고나서는 '아, 이래서 사람들의 평가가 갈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한줄평가처럼 전작의 외전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액션장면은 전작에 못지않게 화려하고 강렬했다. 하지만 뭔가 기운빠지는 느낌이었달까. 마지막에 본 시리즈의 테마가 흘러나올때 극장내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더 이야기 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그만.

 

나오는 길에 느낀건데, Taken2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큰 것 같다. 선거철 들어와서 연일 터져나오는 성폭행 살인사건. 이에 지친 한국인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딸바보아빠 이야기. 과거 향수에 젖어 자식들에게 70년대를 물려주고 싶은 아빠들하고는 다른 정말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온몸던지는 아빠들이 그리운게 아닐까.

 

다음 달에는 노라 존스도 오고, 참 가을 답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Cybercat
Movie2011. 6. 28. 06:56

 오랜만에 늦은 밤까지 영화를 봤다. 국내개봉명은 "컨트롤러", 원제는 The Adjustment Bureau(조정국)이란 영화다. 맷 데이먼과 에밀리 브런트라는 유명배우들이 주연을 한 영화인지라 꽤 괜찮을거란 생각을 하면서 봤었고, 또 보면서 정말 깊이있게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다. 


"Fight for your fate"란 주제로 전개되는 The Adjustment Bureau의 한국판 포스터

국내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못끌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아마 개봉명이 "컨트롤러"라서 그런게 아닐까. 컨트롤러. 한국인들에게는 리모트컨트롤러, RC컨트롤러 같은 걸 연상시키는 단어다. 그리고 그 위에 맷 데이먼의 차기작은 그래도 첩보물이길 바랬던 국내팬들의 바램이 겹쳤던게 아닐까. 설상가상으로 포스터는 맷 데이먼의 전작 본 시리즈같은 느낌이다. 아무래도 요즘 해외개봉작들의 국내개봉명 트렌드처럼 한국어 읽기발음으로 그대로 쓰기엔 애매한 "어드저스먼트 뷰로우"보다는 차라리 "맷 데이먼의 도어스(Doors)"정도였어도 사람들에게 꽤 어필했을것만 같다. 컨트롤러란 제목은 그나마 원제목에 가장 가까운 단어를 선택했다는 느낌은 들지만...어쨌거나 무지막지한 스포일러는 되지 않도록 간략히 감상평을 써보려고 한다.

 The Adjustment Bureau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주인공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조정국 사람들로 인해 일어나는 이야기다. "국가나 집단이 개인의 삶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주인공"이란 주제는 미국영화의 단골메뉴. 개인이 규모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집단을 상대하는 대결구도는 유럽인들의 뼈속까지 깊이 각인된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와도 같은 영웅서사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으리라. 그 가운데 통쾌하게 펼쳐지는 액션은 보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금 다르다. 이제까지의 맷 데이먼의 유명한 첩보영화들처럼 결코 자극적이지 않다. 그 흔했던 주먹질도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부룩클린이 배경이면서도 총질은 아예 없다. 게다가 주인공인 인기정치인 데이비드 노리스와 발레무용수인 엘리스가 펼치는 스토리는 전체적으로는 사랑이야기다. 그런데도 액션영화를 본 것 마냥 뛰는 가슴과 마음속 깊이 진하게 전해져 오는 카타르시스, 그리고 감동적인 메시지는 영화를 보고나서도 한참동안 뇌리에 남게 될 것이다. 

 사실 자칫 잘못 편집하거나 배우들 연기가 그저 그랬으면 정말 '아 뭐야!'하는 수준의 영화가 될 뻔 했던 스토리를 너무나도 잘 구성해냈다. 대체적으로 90분이란 짧은 시간에 이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해내기 위해서는 배우들뿐만이 아니라 감독과 스탭진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공력이 필요했을게다. 그게 완벽히 조화되었을때에만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가 온전히 전달되리라. 이 영화는 그 기본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생각을 해본다. 




 감상팁: 일단 이 영화가 첩보물이 아니란 것만 알고 봐도 사람들이 보는 내내 엉뚱한 기대감을 가지고 보진 않을게다. 아마 그랬다면 '아, 이 영화 뭐야'라면서 나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으리라. 엉뚱한 기대감때문에 좌절감과 쓴 맛을 봤던 영화로는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의 '투어리스트'란 영화가 있다. 첩보물인듯 하면서 멜로물인듯 하면서 베니스관광홍보물인듯 하면서 하는 스토리 전개도 그저 그랬었지만 '이건 액션물이 아니에요'라고만 한 마디 들었었어도 다른 착각은 안하면서 두 배우와 영화 자체가 던져주는 아름다운 화면에 푹 빠져서 봤을것이다.

 반면 오늘 소개한 이 영화는 과감히 격한 액션장면을 뺌으로써 자연스레 스토리 전체가 전달해주고자 하는 내용에 집중하게 해준다. 영화 장면 전체를 가득 메우는 뉴욕만의 기하학적인 풍경, 에밀리 브런트의 아름다운 무용도 정말 볼만하다. 그리고 노리스와 엘리스의 사랑과 투쟁이 전해주는 인생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virtue)을 알기까지 자연스레 영화에 감정이입을 해보기 바란다. 결코 이 영화를 제대로 보는데 실패하지 않을게다. 개인적으로 별 네 개 달아준다. ★★★★

다음 영화 링크: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53971&t__nil_upper_mini=title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