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2014. 1. 5. 13:30






늦게나마 도착한 새해 첫 촛불집회. 연말연시 분위기도 있고 지난 30일 철도소위설치와 함께 현장투쟁으로 전환된 철도파업중단의 영향이 여실히 느껴지는 집회였다. 오전9시부터는 故이남종열사영결식, 오후4시부터는 민주노총총파업결의대회, 뒤이어 국정원시국회의 촛불집회, 마지막 4부로 KOCA(http://cafe.daum.net/koreaonlinecommunity)주최로 문화제가 진행되었다. 내가 참여한 건 KOCA주최의 문화제부터였다. 상당히 단촐한 분위기였으며 새해를 맞이하여 새롭게 투쟁을 시작하고자 하는 결의가 있었던 문화제였다고 생각한다. 참여인원수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故이남종열사의 광주 장례행진에 참여한 분들이 많으신 것도 영향이 있었으리라. 이 자리를 빌어 이남종 열사의 명복을 빌며, 그의 뜻을 이어받아 2014년에도 진정한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싸울 것을 다짐한다. 



다음은 언 손 비벼가며 녹화한 KOCA 무대. 





국내최초 유기농밴드라는 "사이"의 무대






오늘의 진행자였던 노정렬씨의 故김대중 대통령 성대모사. 

노무현 대통령의 성대모사도 했는데 중간에 전화가 오는 바람에 녹화실패.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소울컴퍼니 제리케이의 무대





녹화는 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달려가서 같이 손흔들며 놀고 싶었다. 





마지막 무대였던 레미제라블 "민중의노래" 합창시간





집회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뉴스기사로 갈음한다. 


오마이뉴스 / 광장 채우던 촛불, '축제'로 분위기 살려

[현장]온라인커뮤니티연합 '갑오년 온라인 대첩' 축제 열어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44609&PAGE_CD=N0001&CMPT_CD=M0016



지난 30일 철도소위설치에 관한 여야합의와 철도파업철회는 2013년의 문제를 그 다음해까지 끌고 간다는 정치적 부담감이 여야권 정치인들에게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광장의 정치가 대의정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철도소위가 설치된 지 6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철도민영화문제,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정부여당의 강경입장은 여전하다. 파업주도자로 지목된 서른 다섯명의 노조원 중 이미 두 명은 자진출석이라는 형태였건만 체포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노조원들은 경찰에 자진출두하는 모양새다.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면서 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여야간 정치적 타협점을 모색하도록 양보를 한 만큼 정부여당도 이들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드셌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다. 게다가 점입가경으로 코레일은 노조측에 77억 손해배상을 청구해놓은 상태다. 지금까지 뉴스 등을 통해 드러난 사실만을 두고 볼 때 철도소위 또한 유야무야됐던 쌍용차소위원회 꼴이 날 것 같은 분위기같다. 


게다가 연말연시의 소강분위기를 타서 지난 연말까지 국민들이 뜨겁게 요구하던 국정원특검에 관한 요구또한 잠시 시들한 분위기인 것 같다. 특검과 국정원개혁을 통해 권력에 의해 민주주의가 침탈당하고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어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은 결국 대중의 관심사의 부침에 좌우되게 마련이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한 연초의 시기적 영향, 그리고 정치권 동향에 관심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2014년에 돌입하면서 정치권은 작년의 정계이슈들 보다 6월 지방선거에 총력을 쏟을 분위기다. 


여당은 지금의 자세를 고수하면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준비에 큰 에너지가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야당측은 이야기가 다르다. 여전히 여론설문조사에서 지지도면에 있어 약세를 보이는 야당이기에 현재 당면한 지지도의 문제를 타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현장의 시민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함께 싸워주는 강력한 야당을 원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은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고 있지 못하는 듯 하다. 특히 김한길을 위시한 민주당 지도부의 적극적이지 못한 모습은 수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탈을 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도부의 자체적 혁신이 아니라면 지도부 교체 또는 지난 대선주자였던 문재인을 중심으로 하여 다시 지지층을 결집하는 결단력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나마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희망을 갖는 건 대선주자 문재인의 올곧은 현장정치와 일관성있는 모습 때문이다. 


야당계의 또 다른 문제는 안철수의 새정치에 관한 것이다. 새해에 접어들면서 안철수는 알려진 것 보다 보다 오른쪽으로 행보를 보이면서 기존 지지자들에게서 조차 큰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현충원 참배시 독재자였던 이승만과 박정희 묘소에 참배를 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대선러닝메이트였던 문재인 의원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를 찾고 지난 1일 분신한 故이남종열사를 찾아갔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두고 안철수가 결국 새정치라 해놓고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다른 한 편 안철수 지지자들은 지난 역사에 대해서는 공과를 넘어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통해 통합의 정치를 보여줬다며 추켜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이런 자세는 일본의 극우정치인들이 야스쿠니신사참배를 하는 이유와 다를바가 없어보이는게 현실이다. 그들은 공과는 있을 지언정 일본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라며 경의를 표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참배할 때마다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막연한 상상이긴 하지만, 정치권의 제밥그릇찾기로 일축할 수 있는 6월지방선거준비의 분위기에 이제까지 시민들이 요구해왔던 국정원특검과 철도민영화 등 공공서비스민영화계획철회요구는 야권의 숫자놀음과 對여당투쟁을 위해 소모될 카드로 간주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야권은 국민적인 요구를 반영한 정책과 실천방안을 제시하기보다 정부여당심판을 위한 투표라는 날을 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합리적선택, 즉 개개인의 정치적 입장과 더불어 경제적 이익, 사회적 정의실천 등 여러가지 조건을 정당의 정책과 정치투쟁방안등을 통해 살펴보고 지지에 나서려고 하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이들의 대다수는 투표직전까지 회색지대에 서서 여야의 정책과 노선을 가늠하는 이들이다. 이런 모습을 두고 기회주의적이라 비판하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정치적 결단의 일종으로 부인해서는 안될 사안이다. 보다 분명한 사실은 이런 현실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정당정책과 실천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능력을 갖춘 당이 이번 6월지방선거에서 승리할거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이 보다 유리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부채탕감과 사회적갈등해소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수많은 민주당 출신(박원순, 송영길, 안희정 등)들이 포석해 있다는 점이다. 재정건전성문제 및 균형발전에 대한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이러한 민주당 출신들의 능력있는 행정의 결과는 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총력전 각오를 하게 한 배경이기도 하다. 박근혜정부의 지난 1년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표심은 어디로 기울게 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미 수원의 이재명 시장에 대한 국정원요원들의 지방선거개입정황이 포착된 상황이다. 작년말 군 당국은 1~3월내에 북한의 도발설을 제시하였다. 안그래도 지난 대선시 국정원개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고 타이밍 좋게 북한이 도발해준다면 합리적 유권자들은 어떻게 판단하게 될 것인가.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결과가 많았던 2013년이다. 2014년에도 낙심하지 않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광장의 정치 실천 뿐만 아니라 야당을 광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여 싸울 수 있는 검투사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여당이 북풍을 몰아치고 정부기관을 동원하더라도 야당이 이길 수 있게 하는 것은 여론을 만드는 것 못지 않게 야당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건 우리 합리적 유권자들의 몫이다. 야권이 싸우지 않겠다면 싸울 사람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정치는 명분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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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2014. 1. 2. 11:10






2013년 12월 28일은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가 있었던 날이다. 22일 박근혜 정부의 민주노총강제진입 및 노조지도부체포작전이 시작되면서 예고되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날 총파업 결의대회는 관권부정선거와 국정원규탄, 철도서비스를 비롯한 공공서비스민영화 저지를 주제로 하는 촛불집회와 맞물려 28일 당일 집회 인원은 주최측 추산 10만여명을 넘어섰다. 






나는 야외활동이 힘든 혹한기에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운집해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유명가수가 야외콘서트를 겨울에 한다고 해도 이렇게 모이지는 않을게 분명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서울광장뿐만 아니라 지하철역내와 신서울시청건물과 태평로주변도로에도 사람들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정치권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향후 이 거센 저항의 물결은 더욱 거세어질 기세였다. 


이날 집회주최측은 9시경 즈음 집회를 마무리하고 자체해산했다. 하지만 광화문에 설치된 차단벽 쪽엔 시민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겨울에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박근혜 사퇴를 연호하는 그날의 분위기가 해를 지난 오늘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향후 이 저항의 불길이 어떻게 이어지게 될 것인지, 정치권의 반응은 어떠할 것인지가 사뭇 기대되었다. 귀가 후 항상 쓰던 집회 참가 후기를 이날 바로 쓰지 않은 이유다. 



뉴시스 / [종합]朴정부 출범후 최대 규모 시위…도로점거 충돌 없이 해산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31228_0012624660&cID=10201&pID=10200



과연 28일 집회 이후 정치권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월요일인 30일, 여야지도부는 철도소위를 구성하고 철도파업을 즉각 중단한다는 소식을 아침 일찍 미디어에 흘려보냈다. 10만시위군중의 목소리가 정부여당에 큰 부담이 되었다는 것이 가시적인 결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코레일측은 노조지도부에 대한 체포와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를 결코 철회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철도소위를 구성하면서 모든 사안에 대해 열려있는 자세로 여야가 철도관련 문제를 다루겠다고 공언했다.



한겨레 / 첫 회의 연 철도소위 ‘갈 길 머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17872.html


한국일보/ 철도소위 '불안한 출발' 민영화 논란 등 공방만

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1312/h2013123121055321000.htm




그러나 민주당의 입장과는 달리 여당은 수서발KTX설치 및 면허발급과 노조원들 처우에 대해서는 소위구성과 동일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게다가 철도민영화와 관련해서는 가장 선봉에 나선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을 앞장세워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만들어놓은 판을 민주당이 이용하여 새누리당과 정치적 거래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철도소위구성에 여당이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도록 하는데 김무성 의원이 앞장선 것으로 밝혀지면서 차기대권주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무성 의원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공고해진 것 같다. 그리고 민주당은 정치적 해결을 위해 앞장섬으로써 정국경색의 문제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위구성이 뚜렷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이제까지 소위구성을 했다고 해도 쌍용자동차관련소위처럼 정부여당의 소극적인 자세때문에 문제 해결은 커녕 지지부진하게 끝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사퇴여론도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반면 철도노조는 국민적 지지를 얻은 상황에서 22일간의 파업을 아무런 소리 없이 마무리한 모양새가 되었다. 이들을 열렬히 지지한 시민들은 실망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철도민영화와 관련한 다른 사안들조차 철도노조의 파업철회로 사그러드는게 아닌가 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혹한기 장기파업은 노조원들에게 힘든 것이었음은 분명한 것 같다. 장기간 광장에서 대치함으로써 계속 쌍방이 평행선을 긋는 것도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또한 연말연시 분위기에는 여론이 분산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 이런 상황에서 철도민영화문제를 정치인들이 직접 다루는 정치적 현안으로 이끌어낸 건 철도노조지도부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다만 철도지도부와 노조원들에 대한 파업철회이후의 처우 등에 대한 구체적인 타협안을 끌어내지 못하고 전적으로 민주당에 모든 문제해결을 일임한 것이 과연 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 또한 의문이다.


그리고 새해가 밝았다. 31일과 1일에 거쳐 국회에서는 예산심의와 본회의가 진행되었다. 2014년은 2013년과는 달리 박근혜 정부가 구성한 예산안으로 정부가 운영된다. 야당은 검찰개혁안을 비롯한 민감한 사안들을 양보해내는 대신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외국인투자촉진법과 같은 경제민주화와는 동떨어진 예산법안을 거래했다. 현실정치는 이처럼 거래에 의해 이뤄지는 것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정의는 한 번에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에 입각한 법안과 계획들이 상대측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꾸준히 여론을 구성하고 그 흐름을 정치인들의 활동과 맞물려주어 더 나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단 민주당 뿐만 아니라 지지하는 군소야당의원들이 힘써 우리에게 맞는 정치적 흐름을 만들어내고자 힘쓸 때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일을 해낼 수 있다. 


다른 한 편에서는 또 한 생명의 불이 꺼지고 말았다. 1월 1일 40세의 청년 이남종씨가 박근혜 사퇴를 촉구하며 분신한 것이다. 뉴스에서는 단순히 정부에 대한 불만, 불우한 경제적 사정 등 개인문제로 인한 것으로 치부했지만, 트위터 등을 통해 퍼지고 있는 그의 유서 내용에는 결코 그런 내용이 담겨있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가 분신하는 순간이 담긴 영상을 통해 그의 주장은 만천하에 퍼지고 있다.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끊임없는 싸움은 이렇게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이뤄지는 것인가. 독재에 저항하는 이남종 열사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민중의 소리/ ‘박근혜 퇴진’ 요구 분신사망 고 이남종씨, “국민이 일어나 주시기 바란다” 유서 남겨

http://www.vop.co.kr/A00000714639.html



이제부터는 정치권의 불티나는 싸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이 그 역할을 해줄 것이냐는 의문이 크다. 국민들의 거센 의지에도 불구하고 김한길 의원을 비롯한 현재의 민주당 지도부는 번번히 만족스럽지 못한 거래를 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향후 6월에 치뤄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를 비롯한 새정치추진위원회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는 새정치를 민주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전남에서 시작하려 하고 있다. 반민주적 독재를 일삼아온 이승만과 박정희 묘소에 머리를 조아린 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기위한 시점에서 안철수의 이러한 행보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다만 그가 애초에 보수적 사상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자 했던 것이라면 새정치추진위원회의 이러한 행보는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새정추가 민주당의 대안세력이라니 기가 찰 일이다. 



경향신문 / “안철수씨, 박정희 묘에 절하는게 새정치입니까”…‘중도’ 安의 딜레마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011550501&code=910100


[영상] 보신각에서도 레미제라블 ‘민중의노래가 들리는가’ 플래시몹

http://www.vop.co.kr/A00000714569.html





정치의 구도는 지난 28일 이후로 많은 것이 변했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6월 지방선거를 목표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정부여당은 본격적으로 자신들이 준비했던 구체제적 정책들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려 할 것이다. 시민사회는 이에 대한 성토를 그치지 않을 것이다. 현 대통령의 태도라면 앞으로도 대화와 타협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대로 현재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향후 이 갈등이 어떤 식으로 폭발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다만 올해가 갑오농민운동 120주년이 되는 해이며, 많은 시민들이 혁명에 대한 이미지들을 계속해서 주고 받고 있다는 점을 정치계는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Cybercat
정치/사회2013. 12. 2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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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ybercat
정치/사회2013. 12. 20. 02:21




※느즈막하게 서울시청앞 촛불집회에 참여했습니다. 늦은 시간인지라 일단 대강 스케치만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집회 내용은 오마이뉴스의 기사로 갈음합니다.


대선 1년, 거리에 선 시민들 "민주주의가 이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39427




12월 19일은 관권부정선거로 얼룩진 2013년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날입니다. 작년 이 날 이 시간쯤 박근혜와 새누리당 선본은 당선을 축하하며 샴페인을 터뜨렸지요. 그로부터 꼬박 1년입니다. 그 대선 이후 며칠 동안 서울시내는 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충격적인 침묵이 이어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대선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속출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사람들을 내몰기 시작했습니다. 기뻐했던 건 박통을 지지했던 이들 뿐이었던 것이지요. 


"나의 꿈이 이뤄지는 세상"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과 그와 함께 하는 자들이 이끌어온 2013년, 과연 "나의 꿈이 이뤄지는 세상"이었습니다. 다만 그 '나'란 주체가 국민들 개개인이 아니라 박근혜 자신이었던 것은 2013년 내내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야기해줍니다. 한 해가 다 가는 동안 그가 했던 것은 공약폐기와 종북몰이 뿐이었던 것 같군요. 


어제 12월 19일 서울시청광장에서 개최된 촛불집회는 이런 1년을 되돌아보는 집회였습니다. 비록 이른 시간에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열심히 지하철을 타고 7시반 즈음 도착을 했습니다. 꼼꼼하게 현장의 사진을 촬영한 것은 아니지만 시청역12번출구로 걸어나와 대한문 앞에서 길을 건너며 바라본 시청광장은 이미 사람으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최대한 접근한게 겨우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근처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지만 전혀 이를 즐길만한 마음이 들지 않는 2013년 12월이군요.





제가 참여했던 시간부터는 2부 순서였습니다. 

함세웅 신부님, 정봉주 전의원, 그리고 노래를찾는사람들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함세웅 신부님의 발언!


유신군부독재후예들의 회개촉구, 반민족 반민주세력에 대한 규탄과 바른 역사를 세울 것을 촉구하신 함세웅 신부님. 15분 발언대였지만 시간이 모자라 10분 정도로 발언을 줄이셨습니다. 






정봉주 전의원의 발언


"청와대의 올해 사자성어는 대선불복이다. 말만하면 대선불복이래. 문재인 의원이 박 대통령을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고 하니 대선불복이래. 특별검사제에 동의해도 대선불복이다. 잘 아는 언어영역 명강사가 대통령 보고 언어영역 빵점이란다."


-정봉주 전의원의 발언, 오마이뉴스 기사中





촛블을 들고 집회에 참여중인 시민 여러분





노찾사와 시민들이 함께 부르는 "광야에서"

많은 시민들이 목소리 높여 불러서 더욱 감명깊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안녕들하십니까" 대학생 학우들과 함께 하려고 했지만 집회에 열중하다보니 서울시 신시청앞 모임시간이었던 8시가 훌쩍 지나가고 있었더군요. 그래서 다음 기회에 함께 하기로 하고 3부집회까지 끝까지 서서 함께 했습니다. 3부가 시작되는 시간 즈음부터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심하게 내리지 않아 오히려 즐기기에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이때부터는 하도 오래 한 자리에서만 서있어서 그런지 발이 시리기 시작하더군요. 






함세웅 신부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셨으면 그냥 집으로 갈 뻔 했습니다. 시청광장에 마련된 故유한숙님의 빈소를 찾았습니다. 분향할 향이 다 떨어져 빈소 앞에서 묵념하고 대표로 나와계신 밀양주민분과 악수를 했습니다. 정부와 한전의 막가파식 정책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이 절절히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서울광장도 추울텐데 밀양에는 비닐 한 장에 의지해서 밤새 버티고 계신다고 하는군요. 군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산속 찬 바람이 결코 만만한게 아닙니다. 송전탑건설계획이 폐기될때까지 함께 싸우겠습니다.




이날 집회에서 느낀 점은 국민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퍼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비단 대학생들만이 "안녕들하십니까"라며 움직이는게 아니라 사회각계각층이 현정부의 실정과 관권선거를 규탄하며 나서면서 더 광범위한 정권퇴진운동으로 발전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3부집회때 무대에서 인사하신 각 교계 대표자들의 참여발언은 정말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우리는 웬만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라며 참여의 의미를 역설한 원불교 대표와 '내년 갑오년까지 박근혜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가'라며 외친 천도교 대표분들의 발언에 많은 분들이 호응했던게 기억에 남습니다. 




※촛불집회 참여시 유의하실 점


1. 따뜻하게 준비하고 오시기 바랍니다. 


촛불집회가 한겨울 늦은 시간에 열리는데다 집회가 열리고 나서부터는 한 자리에 머무르며 집회를 하기 때문에 채비를 단단히 하고 오시기 바랍니다. 핫팩, 보온병, 장갑, 목도리, 털모자 등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시면 자칫 감기걸릴 수도 있습니다. 대략 2~3시간 진행되므로 너무 한 자리에 머무르시기보다 조금씩 움직이시면서 열정적으로 참여하시면 훨씬 참여하시는게 수월할 듯 합니다. 



2. 늦게 오시는 분들은 개인촛불과 컵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알기로는 집회시작때 주최측에서 촛불을 배포하는걸로 아는데 조금 늦게 도착하시는 분들은 자체적으로 준비하시는 것도 의미있는 참여가 되실 것 같습니다. 저는 두 번 다 늦게 와서 촛불없이 했는데 좀 아쉬움이 많더라구요. 



3. 대자보를 준비합시다. 


이번 21일 집회는 대자보Day라고 합니다. 굳이 대자보를 쓰는 방법이랄 것은 없지만 경험상 처음 쓰시는 분들은 어려워하실 것 같아서 한 꼭지를 더 달아봅니다. 


  • 꼭 전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만 할 말이 많으신 분들은 전지 1매 정도 사셔서 매직펜으로 큼직큼직하게 글씨를 쓰시면 금방 채웁니다. 상대적으로 간결하고 적게 쓰실 분들은 흔히 구할 수 있는 A4용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개인차일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 경험상 길다란 매직펜보다 각진 촉을 가진 뭉툭한 매직펜이 큰글씨를 정갈하게 쓰기 편한 것 같습니다. 긴 매직펜으로 쓰면 큰글씨일수록 굵기가 가늘어져서 가독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 이목을 끌기 위해 중요한 내용에는 색깔펜으로 밑줄을 긋거나 아예 붉은색이나 청색펜으로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 쓰실 때 미리 노트에 연습을 하고 옮겨 쓰시면 훨씬 수월합니다.

  • 상단에는 제목을 큼지막하게 쓰고, 보기 쉽게 문단을 구분하시면 많은 분들에게 쉽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하나 써서 가보려고 합니다. 전지를 사야 하니 가까운 알파문구 같은 곳을 찾아봐야겠네요. 




다음 촛불집회는 다가오는 토요일인 12월 21일 오후6시 청계광장에서 개최된다고 합니다. 주말에는 집회참여자들이 참 많을 것 같은데 청계광장이 그리 넓은 곳이 아닌지라 좀 안타깝네요. 자세한 촛불집회 일정은 국정원사건 시국회의 공식홈페이지인  http://www.anti-nis.net/ 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Cybercat
정치/사회2013. 12. 18. 02:05



연일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대자보란 것이 워낙에 대학가에서만 향유되던 문화이니만큼 초창기에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만 돌다 끝나겠지 하며 찻잔속 태풍일거란 예측들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날이 지나면 지날 수록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대학문을 넘어 초중고생들로,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호응을 얻으며 확산되어 가고 있다. '이건 아닌데'하면서도 불이익을 받을까봐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만큼 "결코 안녕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리라.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대자보를 통한 발언이 정치선동이다, 학생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뭐하는거냐는 지극히 꼰대스러운 반응들도 줄지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조직화되지 못하게 된다면 단명할 움직임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한심한 것은 대자보 문화의 하나인 반박대자보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의 목소리를 비판하기 보다는 대자보를 훼손하거나 철거하는 등의 사보타주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혹여나 있더라도 그들의 발언이 부당함을 입증하는 목소리보다 정부여당의 발언을 카피한 것들이 주류기에 반향은 그다지 없을 수 밖에 없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세상이란 연못에 돌을 던진 후 일어난 파문은 최초로 대자보를 쓴 주현우 학우의 말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일임에 분명하다. 주현우 학우는 "시험기간에 일어난 철도노조대량해고사태에 참을 수 없어 취업준비생임에도 불구하고 대자보를 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주현우 학우의 대자보에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이들에게 호응을 하고 있는걸까. 그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개별단위의 사회참여운동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이 현상의 배경에는 어떤 것이 있는 걸까.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대자보에 쓰여진 언어가 이제까지 우리가 보고 들어왔던 것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고려대학교 경영08학번 주현우 학우의 대자보





대자보에 대하여 


 대자보는 지금처럼 인터넷과 SNS라는 정보공유의 시스템이 없었던 과거 시절에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을 하기 위해 사용한 벽보 형식의 매개체다. 개인별로 전달되는 정보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의 벽에 고정하여 전달하므로 인력과 자본이 많이 필요없는 가장 효율적인 의견 전달의 수단이었다.


그 양식은 간단하다. 비싼 돈을 주고 대량으로 인쇄를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대체로 A0사이즈의 전지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논지를 일일이 손으로 써내려갔다. 당연히 손글씨 실력 여부에 따라 가독성이 천차만별이었다. 이후 컴퓨터와 개인용프린터가 공급되고 나서야 전지에 인쇄된 문구를 붙여 게재하는 양식으로 발전되었고 오늘날에 이른다. 


보통 대자보에 적히는 말들은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자신들의 입장과 처지를 정리하고 구호를 외치는 방식이다. 가령 부당하게 해고되었다면 해고된 경위와 과정을 고하고 사측의 부당한 조치를 규탄하고 해결하라는 '외침'으로 마무리 되는게 보통이다.


읽는 이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동참하자는 호소가 주를 이루는 대자보의 언어는 일각에서는 '운동권 언어'로 부르기도 한다. 대자보 문화가 사회참여를 주로하는 운동권에 의해 주로 향유되었기에 이러한 말이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에 사용된 언어가 단지 '운동권'에 의해서만 사용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운동권에 의해 사용된다고 하는 단어들, 가령 '규탄한다', '물러가라', '사퇴하라' 등의 말들은 정치인들에 의해 더욱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대자보의 언어와 내용, 쓰는 주체의 다양성과 이용자의 경제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대자보는 한동안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매체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이 남의 일보다는 개인사에 치중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 - 특히 IMF시절 이후로 개인이나 가족 신변 외에는 무관심한 이기주의가 팽배하게 되는 시기를 거치면서 대자보를 비롯한 사회참여의 목소리는 힘을 잃게 된다. 그 위에 사회참여를 억제해야 할 이유가 있는 이해관계자, 단체들은 이들의 메시지가 전달되기 힘들도록 대자보를 붙일 공간을 폐쇄하거나 지속적으로 사보타주를 하고, 목소리를 내는 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억압의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이에 일조한다. 




'여러분은 안녕들 하십니까': 질문의 위대함 


그런데 "안녕들하십니까"에 쓰여진 대자보는 다르다. 주현우 학우의 대자보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너는 그래도 괜찮느냐'며 읽는 이에게 화두를 던지며 사회적 차원의 이슈를 개인의 이슈로 전환시켜 주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 개인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니며 개인의 인간성, 상식 차원에서 생각해볼 때 전혀 옳지 않다는 점을 일깨워 준 것이다. 


이는 과거에 씌여진 대자보들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었다. 과거의 대자보들은 읽는 자들의 생각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말들로 가득했다. 이러이러한 일들이 발생했으니 너도 동참하라는 식이었다. 사회참여가 활발했던 과거였다면, 대자보에 쏟아부을 시간적 여유가 넉넉한 시대였다면 몰랐을까 지금은 굳이 대자보가 붙는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더욱 읽는 이로 흥미와 사고의 여지를 주지 않는 글에는 오죽하랴.


하지만 전지 두 장에 쓰여진 언어는 이제까지의 대자보의 언어들과는 차별된 고유한 언어였다. 사회 부조리에 대해 지적을 하는 점은 동일했지만. 문제점을 단순히 규탄하거나 함께 동참해 막아야 한다는 식의 마무리가 아니었다. 어디선가 사람이 죽어가고, 대량해고를 당하고, 사회적 부조리가 만연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침묵'해야만 하는 세대를 향해 과연 '안녕들 하십니까'라며 질문을 던짐으로써 읽는 이들로 생각하게 했다.


생각은 판단을 이끌고 또 대답을 불러 일으킨다.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주현우 학우의 언어는 이제까지 침묵을 지켜왔던 대학 지성인들로 하여금 일제히 '안녕하지 못하다'는 말로 화답하게끔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지금도 대자보는 계속해서 붙고 있으며 그 영역 또한 비단 학교뿐만이 아니라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나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고백과 회개의 언어



고백과 회개라는 단어를 써서 조금 불편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점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안녕들하십니까"의 대자보에 대한 답변 대자보들은 모두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며 이제까지 자신들이 어떻게 사회문제에 침묵해왔는지 고백하며 또 다른이들에게 안녕을 묻는 내용들이다. 


이는 기독교의 고백과 회개의 언어와 유사성이 깊다. 자신이 이제까지 저질러왔던 잘못에 대한 자각과 돌이킴을 주제로 하는 회개는 개인이 죄의식을 환기시키는 가운데 이뤄진다. 기독교에서는 성경말씀과 기도를 통해, 불교에서는 선각자들이 던지는 화두를 통해 개별 신도들의 인식을 전환시킨다. 주현우 학우의 대자보 글은 마치 '사회의 회개운동'과도 같다. 사회부조리에 침묵을 지킴으로써 괜찮은 척 지냈던 한 사람이 괜찮지 않다고 고백하는 글에 다들 '나도 안녕하지 못하다'라고 함께 고백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은 괜찮은 척 하지 않고 침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대자보에 적어 내려간다. 


고백의 언어는 매우 강력하다. 게다가 대부분의 대자보가 실명으로 게재되는 만큼 신뢰성면에서도 여느 권위자의 글보다도 힘이 있다. 사람들은 주현우 학우의 대자보 이후 게재된 대답하는 대자보들의 내용에 더욱 열광하고 성원을 보내고 있다. 대전에서 올라온 60세 노인의 응원의 글, 82학번 어머니의 미안하다는 글, 학교청소노동자들의 미안하다는 글이 계속해서 게재되고 있다. "안녕들하십니까"의 진정한 힘은 "나는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대답하는 목소리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SNS를 통한 대자보 확산


과거의 대자보 문화와 지금이 다른 점은 바로 인터넷과 SNS를 통한 대자보 내용의 확산이다. 대자보는 정해진 지역의 벽에 일정시간 붙는 양식이므로 시공간적 제약을 받는 매체다. 그러나 인터넷과 SNS를 통해 해당 내용들이 사진으로 찍혀 이용자들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전파되고 있다.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것이다. 굳이 대자보를 보기 위해 학교를 방문하지 않아도 인터넷이 되는 PC와 모바일기기를 가지고 있다면 어디서든 동일한 내용을 왜곡없이 확인할 수 있다. 최초 고려대학교 정경문에서 시작된 확산의 분위기는 채 며칠도 되지 않아 전국의 학교에서의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은 해외 대학의 학생들도 한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가장 혁신적인 부분을 지적하자면 주현우 학생의 대자보가 바이럴하게 퍼지자 그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페이스북에 '안녕들하십니까'라는 페이지를 제작하고 이를 통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행동을 매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거 학생운동이 하향식으로 조직되고 명령되는 체계였다면 이들의 움직임은 철저히 상향식이었다. 


페이지를 제작한 이들은 결코 페이지에 가입한 이들에게 미주알고주알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았다. 자발적인 동참, 수평적 의사결정을 특징으로 하는 이들 모임은 '쓰고 싶은 이들은 씁시다'라는 권유 외에는 이렇다할 지시사항 조차도 없다. 그나마 있었다면 지난 14일 첫 오프라인 모임때 고려대학교에서 시청 밀양주민 故유한숙 어르신 분향소 참배 및 서울역 촛불집회참여까지 참여자를 인도하는 정도였을까. 18일 현재 25만6천여명이 가입한 이들 페이지는 여전히 가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만을 동력으로 움직이고 있다. 








새롭게 표현된 저항의식: 익명이 아닌 실명 내걸은 개인들의 자발적 참여


오프라인 모임에 모인 그들은 누구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했다. 미리 준비해온 피켓으로 자신의 '안녕하지 못함'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정경문에 모인 사람의 규모는 대략 삼백여명 정도였다고 한다. 그 자리에는 고려대 학생뿐만 아니라 타 대학 학생과 시민들도 함께 참여했다. 학교 깃발 아래 모이던 전통적 학생운동 방식과는 다르게 이 오프라인 모임은 소위 '번개모임'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굳이 주최측이라고 할 것도 없이 삼삼오오 공감하는 개인들이 모여 각자 준비해온 것들로 모임을 진행해나갔던 것이다. 


이들이 다함께 모여 불렀던 건 학생운동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민중가요가 아니라 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졸업"이었다고 한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넌 행복해야해'라는 후렴구가 반복되는 이 노래는 침묵과 순종을 강요받는 세상에 결코 안녕할 수 없는 우리 세대들의 아픔이 담겨있다. 민중가요의 투쟁의 외침을 통해 깃발 아래 집단속 익명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 때문에 상처받고 아픈 '나'라는 주체의식이 있는 이들이 대중가요를 노래하는 것이다. 이는 엄연히 이전 학생운동세대와 구별되는 새로운 정체성이다. 





나는 서울역 촛불집회 이후 무대 뒷편에서 있었던 "안녕들하십니까"의 마무리 모임에 참여했었는데, 최초 모였던 인원과는 다르게 많아야 40여명 정도의 인원이 함께 하고 있었다. 촛불집회를 마지막으로 자발적으로 모임을 마무리한다는 공지대로 집회가 끝나자 많은 이들이 바로 돌아간 것이다. 남아있던 사람들은 시위에 참여해본 일이 없었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마무리 모임 내용 자체도 '이후엔 각자 알아서 뒷풀이 하세요'였다. 


이들의 모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개인의 것이었다. 누군가가 조직하고 명령하는대로 따라 움직이는 레밍즈같은 집단이 아니었다. 이날 촛불집회에선 주현우 학우가 대표발언을 했는데, 그가 발언한대로 함께 했던 이들은 주현우 학우의 의견에 동조해서가 아니라 '이런 사회 속에서 전혀 안녕할 수 없어서 나온 개인'들이었다. 안녕할 수 없는 이유도 전부 제각기 달랐다. 이제까지의 저항표출은 일정 규모의 집단성을 통해 이뤄졌다면, "안녕들하십니까"의 모임은 모임이면서도 개인의 개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집단 속에서 조금이라도 다를 수 있는 의견이 묵살되지 않고 그대로 표출될 수 있는 다수 개인의 발언장의 역할을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안녕들하십니까"란 모임이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조직으로 발전될 것이냐는 분석들도 꽤나 보였었는데, 이들의 모임이야 말로 디지털세대들의 새로운 저항표출의 방식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공감'을 매개로 하여 '개인'이 살아있는 느슨한 모임을 통해서도 충분히 사회에 영향력 있는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본다. 그리고 그 생명력도 '개인'들이 개인적 동기를 지니고 있는 한 상당히 긴 시간 지속될 수 있다. 굳이 주최자, 리더십이라고 할 사람이 없이 모임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리더이자 주최자이기 때문에 기존 운동집단들보다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안녕들하십니까"의 움직임이 기존의 사회운동과 결합되었을 때 미치는 파장력은 상당하다. "안녕들하십니까"에 동조하는 시민들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다. 그리고 이들 개개인이 생각하는 '문제' 또한 사회영역 전반에 걸쳐있다. 그렇기에 특정 방향성을 지닌 이익집단과는 달리 이들의 소소한 지지는 어느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현재 박근혜정부의 철도민영화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철도노조의 파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정부의 지도부 구속결정 등 전방위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그 기운을 잃지 않고 장시간 지속되고 있다. 17일 jTBC9시뉴스 설문조사결과는 52%이상의 참여자들이 철도노조지도부 구속에 대한 부정적 의견과 파업지지의 의견을 내비쳤다. 


촛불집회 현장에서는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집단의 이름으로 불려졌지만, 현실에서는 대체로 개인들의 실명으로 게재된 대자보들이 본질이다. 한 집단의 이익을 위한 호소가 아니라 개인의 실명을 내건 개별적인 문제의식의 발현이며 실천이다. 개인의 익명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의견을 개진하는 용기와 지식인으로서의 참여의식은 이들의 대자보 사진과 SNS를 통한 공유로 세상이란 연못에 더욱 큰 파도을 일으킬 것이다. 




진정한 참여민주주의의 시작


나는 이러한 대자보를 통한 사회참여를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기존 정치권과 제도를 통해서는 상향식 의견수렴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이들의 질문과 고백의 릴레이는 너무나도 고귀하고 소중하다. 


여대야소상황과 권위주의 시대를 능가하는 박근혜 정부의 통치가 펼쳐진 1년이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자신들의 지지자들만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정책으로 야기된 부조리에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모조리 종북으로 몰리는 현실 가운데 함께 싸워줄 야당은 없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활동결과는 결국 새누리당2중대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정도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부정선거규탄과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쌍용자동차문제, 밀양과 제주강정문제해결 등등 이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에 민주당은 거의 응답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당내문제와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상유지를 해볼까 하는 꼼수만 가득해 보인다. 대통령사퇴발언을 한 장하나 의원에 대한 당내 징계적 처분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이뤄진 민주당의 실정의 대표적 사례다. 다른 한 편 생길거라고 예고만 하고 있는 안철수의 새 정당은 어부지리를 노리는 듯 양비론적 발언만 지속하고 있다. 


결국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정치집단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안녕들하십니까"의 외침과 이에 대한 지지는 정치권을 변화시키는 촉매의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이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정치인들이 하나 둘 용기를 얻고 현정권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후보, 전 복지부장관인 유시민 의원, 전 통일부장관 정동영등 대선패배이후 침묵을 지키던 이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년간 박근혜의 반대편에 섰던 48%의 국민들의 목소리가 철저히 억압되는 동안 쌓여왔던 분노가 여러 방향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더이상 침묵을 지키지 않겠다고, 침묵하며 혼자서 앓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름없는 개인들의 영향력이 기존 사회운동과 정치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은 분명하다. 주현우 학우가 촛불집회때 말했던 것처럼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사회를 바꾸는 건 시간 문제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던 청년들의 아픔을 스스로 돌보기 시작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을 때 기성세대화된 40~60대의 6월혁명세대들이 각성하기 시작했다. '너희를 아프게 했던 건 우리의 침묵이었다'라고 고백한 한 누리꾼의 말처럼 많은 기성세대들이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주고 있다. 


정치는 어려운게 아니다. 정치참여는 더더욱 어려운게 아니다. 선택이 계속되는 우리의 일상생활 자체가 정치이다. 정치가 나쁜 것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이 쉽게 상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견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청년의 질문과 수많은 시민의 고백의 대답이 큰 물결을 이루는 지금, 정치는 바른 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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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