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3. 8. 12. 02:18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지방에 일어났던 대지진의 여파는 2013년을 살고 있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지난 달에도 2011년 당시의 대지진 이후의 여진으로 도쿄지역에 진도3의 지진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지진은 현지인들에게조차도 그다지 큰 관심거리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대지진 당시 망가졌던 후쿠시마원전의 후속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태평양연안과 대기가 방사성물질로 오염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일본정부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치에 나서주기만 한다면 별 걱정할 거리는 아니겠지만, 문제는 전혀 그런 기미가 외국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며칠 전 원전냉각수가 그대로 바다로 버려지고 있다는 기사가 뜨면서 한국에서는 생선소비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급기야 오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사진이 돌고 있다. 사진 제목은 "호주에서 발견된 일본 방사능 기형상어"다. 


 


지인들이 좋아요를 누르면서 노출된 사진. 



 그러나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샴쌍둥이 상어다. 샴쌍둥이(결합쌍둥이)는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라 자연계에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샴쌍둥이로 태어난 사람과는 달리 자연 생태계에서 태어난 결합쌍둥이는 오래 생존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여간, 이런 결합쌍둥이로 태어나서 잡힌 상어사진을 가지고 일본방사능기형상어라고 했으니,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호주에서 발견돼서 올라왔다니 "Siamese twins shark"로 구글링을 했다. 바로 사진이 뜬다. 



 



첫 번째 사진이다. 클릭해봤다. (두 번째 사진은 무려 "원래 머리가 두 개인 상어"의 사진이라고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홈페이지다. 제목은 "두 머리를 한 청상어 낚이다"이다. 그리고 사진 설명은 "이 두 머리를 한 청상어 치어는 어부 크리스토퍼 존스턴이 2008년 호주 근해에서 낚은 청상어 어미의 배에서 꺼낸 것이다. 크리스토퍼 존스턴의 사진"이라고 되어있다. 본문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많은 독자들이 해양오염, 방사능 등의 문제에 대해 물어왔다고 한다. 이에 미시건 주립대의 마이클 와그너는 이런 기이현상의 원인을 딱 하나로 콕 집어 말할 수 없다면서 이런 문제들은 또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생명의 불완전한 발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지는 이런 현상을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성과 복잡성의 한 사례로 마무리 짓고 있다. 


 말하자면 2008년에 발견된 샴쌍둥이 청상어가 어쩌다보니 2011년 일본방사능기형상어로 둔갑을 한 것이다. 어찌된 일일까. 






일본 방사능 기형 상어로 구글링을 하니 하나의 사진이 잡힌다. 클릭해보니 상어연골껌의 위험성을 알리는 블로그 포스이었다. 글의 내용상 상어가 해양생태계의 최상층에 군림하는 포식자인지라 최근의 해양오염상황을 고려해서라도 상어연골껌은 애견에게 좋지 않다는 글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일본원전에 대한 일본의 내부통제, 내부피폭의 위험, 일본수산물의 위험 등을 언급하며 등장한다. 결국 몇몇 사람들이 빠르게 읽으면서 이 상어가 후쿠시마원전폐수로 인해 태어난 기형상어라고 퍼트리게 된 것이 아닐까. 



 블로그 저자는 잘못한게 없다고 본다. 우선 사진의 출처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정말 일본방사능기형상어인지 아닌지는 블로그 독자들이 링크를 클릭했으면 알았을 것이다. 내용 전체는 "상어는 식용으로 안좋아요"다. 굳이 문제를 삼자면 일본방사능문제를 언급한 가운데 사진을 게재했다는 것이 문제인데...대충 읽는 사람이 혼동할 만 한 배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것을 루머를 유포했다네 뭐네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블로거들 모두가 논리성과 정확성을 갖출 필요는 없다. 특히나 취미로 블로깅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는 인터넷에서 빠르게 유포되었다가도 빠르게 확인과정을 거치며 사라진다. 



 오히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 원인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포와 불안의 속성에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 빠르게 해소해주면 바로 해소되건만...어디 그게 그렇던가. 광우병수입쇠고기사태때부터 '그건 너의 오해다'라며 몰아붙인 정부에 크게 데였던 사람들은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일본이 수출하는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해 WTO의 관련법에 준거한[각주:1] 강력한 검증을 거치는 시늉이라도 해도 우리 일상의 먹거리를 담당하는 부모님들이 패닉에 빠질 일은 없을 것이다. 결국은 사람들은 이런 기형생물의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도 일본원전사고와 방사능피폭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1. 한국과 일본이 WTO에 가입한 국가인 만큼, 교역품에 대한 검역은 해당 법에 의해 치뤄져야 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