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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8 한일간의 문제와 인도주의적 원조는 구분할 줄 알아야
Thoughts2011. 4. 8. 01:07
 



 지난 3월 11일 토호쿠연안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연일 그 규모를 측정하기 힘들정도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다행히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만 여전히 여기저기 여진이 강하고 빈번하게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4월 초순이면 花見(하나미, 꽃놀이)를 생각하고 있을 일본인들이지만 지금은 가족 친지들이 이번 피해로 다치거나 돌아가신 분들이 많은 상황에 그럴 겨를이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피고 시간을 흘러가고 있습니다. 부디 일본이 하루 빨리 복구되길 바라며 이번 재해로 목숨을 잃은 일본인들의 명복을, 그리고 상처입은 분들의 빠른 회복을 기도합니다.

 많은 한국인들은 이번 일본의 막대한 피해를 보고 도외시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피해규모가 더욱 늘어난다는 보도에 가슴아파하며 어떻게 하면 일본에 원조품을 보낼수 있느냐는 연락이 제게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파악이 안되는 곳도 많은데다 구호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도로가 유실된 지역들이 많아 구호물품을 보내도 필요한 때에 전달되기 힘들거란 말에 낙담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상황이 나은 일본 도쿄의 카밀리아들을 통해 원조의 길을 터내보기도 하고 함께 돕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일에 함께 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요.

 그런데 한국과 일본에는 역사적 감정의 문제가 남아있어 이번 원조를 고깝게 보는 분들도 적지 않았던게 사실입니다. 특히 이분들이 예언하다시피 한 부분 중 하나가 독도에 관한 양국간 분쟁과 일제강점기에 대한 역사교과서 내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원조를 받고 뒤로는 분명히 뒤통수 칠거라는 말이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원조의 물결이 크게 휘몰아친 얼마 후 독도영유권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과 일제강점기 시기에 대한 역사교과서 내용이 전면개편되었다는 뉴스가 들어왔습니다. 한국으로부터의 큰 원조를 받으면서 국제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입지가 취약해지는게 아니냐는 생각이 일본정부의 행동에 깔려있는게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어쨌거나 혐일론자들의 예언은 적중했습니다. 그리고 너도 나도 함께 참여했던 일본원조의 손길이 뜸해지는 듯한 느낌이 이미 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는 말들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인 즉슨 "일본은 스스로 이번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재력과 능력이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랍니다. 제 기억에도 일본은 이번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이후에도 공식적인 국제원조를 신청했던 적이 없는 것 같군요. 그리고 대부분의 재해지원물품모집 및 모금도 웬만하면 일본내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었습니다. 그런 마당에 혐일론자들의 말은 우리가 그들을 돕는다는건 도움이 필요없다는데 가서 돕는게 아니냐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함께 이 난국을 타개해나가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그 키워드는 후쿠시마 원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최대 재해지역인 후쿠시마는 여전히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데다 날이 갈 수록 더해져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폭발을 막기 위해 퍼다부은 해수가 그대로 바다로 빠져나가 인접국인 한국과 중국의 해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으며 어제는 남서풍을 타고 핵물질이 한국으로 유입되어 비로 내렸다는 보도까지 나와 일본의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문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제 눈에도 일본 정부가 원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동북아시아와 태평양연안의 지구인들에게 방사능피해를 끼칠수 있는 극명한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미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마다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해수를 그대로 태평양에 흘려보내고 피해대책은 인접국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태도였는지 아니면 정말 그 방법밖에는 없어서 급박하게 그렇게 처리해버린건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입장과 태도도 달라지겠지만 웬만하면 돕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양국간,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좋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엄연히 이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은 일본인들입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시민들. 쓰나미로 집이 온데간데 없어져버린 사람들은 독도가 뭐든 교과서가 뭐든 일단 생존이 급박한 상황인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조상들의 잘못을 시인하려 하지 않는 태도를 가진 일부 극우파들의 이간질때문에 우리가 해야할 선한 일들을 하지 않으려는 몇몇 분들의 이야기와 마치 그것을 당연시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이들을 보자니 문득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한일간 문제와 인도주의적 지원문제는 분리되어야 합니다. 국가 이전에 사람의 가치를 아끼고 살리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국제정치의 문제 가운데서도 현 리비아 사태처럼 사람들의 생명이 일촉즉발 위협을 받고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국가간의 문제를 뛰어넘어 양국간의 인류애를 실현하는 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양국간에 높이 쌓여있던 감정의 벽을 허물어 갈 수도 있습니다.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협조와 화합을 일으켜내는 것 만큼 국제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또한 부차적인 효과이긴 하지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면서 오히려 국제정치적으로 해당 국가의 도덕적 행위를 높이 평가하는 나라들에 의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일본은 개발도상국과 아프리카에 상상을 초월하는 지원을 하며 UN과 각 국제정치기구에서 큰 소리를 내기 위해 '같은 편'을 만드는데 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국제지원에 인색한 우리로서는 국제적 입지라 해봤자 반기문총장, 축구선수 박지성, 피겨스케이팅선수 김연아정도에 의지하면서 '우리나라는 스포츠 잘해요. 유엔총장도 나왔어요. 우리나라는 삼성이랑 엘지, 현대같은 재벌도 있어요'하는 수준입니다. 가슴아픈 지적이지만 국제정치 전반적으로 실질적 도움될 거라고는 하나도 없는 간판뿐인 대한민국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런 인도주의적 접근도 국제정치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강한 카드중 하나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