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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05 아리엘 카스트로의 자살, 그리고 한국사회를 생각하다.
Thoughts2013. 9. 5. 03:18



아리엘 카스트로의 죽음을 알리는 CNN의 속보
관련기사는 여기를 클릭.

 1천년 종신형을 선고받은 아리엘 카스트로가 자신의 감방에서 목을 매어 숨졌다고 한다. 그는  세 명의 여성을 십수년간 납치/감금/성폭행하고 성폭행 당한 여성이 낳은 아이, 즉 자신의 아이를 죽인 것으로 밝혀진 사람이다. 배심원단 937명은 그의 유죄를 인정했다. 그리고 그는 수감된 지 한 달도 채 안돼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피해자들이 겪었던 10년의 기간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감금의 개념이 희박하신 분들은 이게 왜 성폭행이냐고 할 지도 모르겠다. 이런 분들은 아마 카스트로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Plays the victim, blames the victims


During his sentencing, Castro played the victim, saying he was addicted to porn and masturbation. In his oft-disjointed statement, he referred to himself as "very emotional" and "a happy person inside."

Castro appeared to blame the victims and accused them of lying about their treatment. He went on to say that none of the women was a virgin when he abducted them, that they wanted sex and there was "harmony" in the "happy household."

Castro's 1,400-square-foot home was reconfigured to keep their whereabouts a secret, FBI agent Andrew Burke testified. The back door was outfitted with an alarm, bedspreads and curtains obscured parts of the home and a porch swing was placed in front of the stairs leading to the rooms where Castro held the women and girl hostage.

Police also testified Castro would chain the women to objects, including a support pole in his basement.

In the room where Berry and her daughter were held, the doorknob was removed, a lock was affixed to the outside and a hole was cut through the door for ventilation because the windows had been boarded up from the inside, Burke said.

Burke also described a handwritten letter in which Castro claimed he had been sexually abused as a child and wrote, "I am a sexual predator."

피해자인 척 하며 피해자들을 비난하다.

재판 중, 카스트로는 자신이 포르노와 자위행위에 중독되어있었다며 피해자인 척 했다. 그는 횡설수설하며 자기 자신을 "매우 감성적"이며 "내면적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간주하고 있었다. 

카스트로는 피해자들을 비난하고 그들이 받은 대우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는 피해자 여성중 어느 누구도 납치 당시 처녀가 아니었고, 그로 인해 그들은 성관계를 원했으며 '행복한 가정'에는 '조화'가 있었다고까지 구술했다.

FBI요원 앤드류 버크의 증언에 따르면, 카스트로가 소유한 1,400평방피트(약40평)의 집은 피해자들의 소재가 알려지지 않도록 개조되었다고 한다. 뒷문에 경보기를 설치하고 침대보와 커튼은 어두운 색이었으며, 카스트로가 여성들과 소녀를 인질로 잡고 있던 방으로 가는 계단 앞에는 횃불이 달려 있었다. 

경찰은 또한 카스트로가 피해여성들을 지하실의 지지기둥같은 곳에 여성들을 체인으로 묶어두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버크의 증언에 의하면 베리와 그녀의 딸이 감금된 방에는 문의 손잡이가 제거되었고, 밖에서 잠글 수 있도록 자물쇠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창문을 안쪽에서 나무판으로 덧대어놓았기 때문에 문에는 환기를 위한 구멍이 뚫어져 있었다고 한다. 

버크는 또한 카스트로가 쓴 자필편지에는 자신이 어릴 때 성적으로 학대당했으며 "나는 성적 포식자다'라고 씌여져 있었다고 말했다. 


 카스트로의 성격이 드러나 있는 CNN기사의 일부 발췌 번역



 형무소측에서는 그를 살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살려내지 못했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그냥 죽게 놔두지 왜 살리려 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의'를 이루는 방법은 단순히 '죽이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비록 '성폭행' 당하지는 않겠지만 피해자들이 겪은 고난과 수모를 사회와 격리된 감옥에서 평생을 보냄으로써 대가를 치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감옥에서의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침대보를 이용해 자살한 것이다. 자신이 남에게 한 짓을 당해보니 못견뎠던 것이리라. 


 그의 죽음으로 피해자들과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은 이제 이 충격적인 사건을 뒤로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들은 구조된 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한다. 완전히 회복하게 되면 곧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성폭행 당한 피해자들의 인권은 보장되지 않는 수사방식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구글에서 간단히 검색해봐도 관련 기사가 수두룩 할 정도다. (관련 구글 검색은 여기를 클릭)  작년 일이지만 고대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가 피해자를 오히려 '사생활이 문란한 사람'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는 모욕적인 설문조사를 하는 등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아직 이 사회는 여성을 얕보는 일이 많다. 특히 남성에게 욕보인 여성, 처녀가 아닌 여성 식으로 프레임이 짜여져 피해자들이 2차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더 어이없는 건 여성들도 여기에 동참한다는 점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성폭행에 관련된 화제로 대화중에 '얼마나 헤펐으면 그렇겠냐'라는 말을 마초성향의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서 들었던 것이었다. 



 이런 일들이 많다보니 많은 여성들이 성추행/성폭행에 노이로제에 걸려있는 현실이다. 자칫하면 성추행범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서 남성들은 감히 여성들을 쳐다보거나 하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을 한 시간만 타고 있어도 여자의 다리와 가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에는 명동거리에서 부딪히는 척 하면서 여성들의 몸을 만지는 사람을 추적하며 찍은 영상도 페이스북에 돈 적이 있다. 여성들이 안전한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런 반면에 도와줬다가 오히려 누명을 쓰거나 심지어는 죽음을 당하기 까지 하는 일들이 많나보다. 구글링으로 검색되는 '성폭행 당하는 여자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글들과 예시로 드는 사례들이 어찌나 많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는 이러한 불한당들로부터 여성들을 지켜줄 남성들이 많으리라.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사실 이런 사람들이 많을 수록 거리에서의 여성들의 안전은 더욱 보장되게 마련이다. 공동안보의 기본 원칙이다. 



 남성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성추행하려는 불한당들에 대항해야 한다. 몇 년 전 경험이다. 2호선 만원 지하철에서 취객이 내 앞의 여성에게 다가와서 지하철 흔들림에 어쩔수 없이 부딪히는 척 몸을 대고 나중에는 추근거리기까지 하는 일이 있었다. 취객인지라 흔들림에 몸을 주체 못하는건가 하고 생각했었지만, 추근거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여성분이 어쩔 줄 몰라했다. 술취해서 그런건가 했지만 점점 더 밀착하려는 모습에 한 마디 던졌다. 



 "아저씨, 그만 하세요. 술 취했다고 다 용서받는거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저씨는 계속해서 추근댔다. 하지만 이 한 마디가 다른 이들의 용기를 북돋웠는지 바로 옆에 있던 두 명의 남자들도 한 마디씩 했다. 그리고 '더 이상 이러시면 경찰에 끌고 갈거에요'라고 하자 아저씨는 조용해졌다. 이 아저씨가 여성과 같이 내릴까봐 다들 주시하고 있었다. 그 여성은 안전하게 목적지에서 내렸다. 



  세상 어디를 가든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카스트로가 살던 미국사회도 여전히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마음놓고 활개칠 수 없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 미국사회는 카스트로의 범죄와 죽음 이후 어떻게 반응하고 이런 비극적 사건에 대처하고 예방해왔을까? 한국사회는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대학내 성추행, 지하철 성추행, 그리고 국제적 스케일로 여전히 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윤창중 성추행 사건 같은 소식을 접하고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고 예방해왔을까? 분명한 것은 그들의 반응, 그리고 대처방법을 보면 그 사회의 성숙도와 발전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는 희망한다.
한국 사회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낫게 되기를.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