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3. 10. 6. 00:04



페이스북에 돌던 편집영상의 본 편집영상. 
원래 내용이 어땠을런지 상상이 안간다.




"과연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유는 인간에게 안좋은 음식인가"


단지 간혹가다 도는 '출처불명'한 '편집영상'을 통해 '우유는 우리몸에서 오히려 칼슘을 배출시키고 더러운 찌꺼기가 도는 소젖이며 암을 유발시키는 물질이 포함되어있다'라는 이들의 주장을 '어머, 그래? 우유 마시면 안되겠다'라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이들이 말하는 식대로 다른 음식에 대해 설명하자면 기실 우유뿐만 아니라 온 세상에 우리가 먹어서는 안될 음식 천지다.


우유와 우유가공식품들은 인류사를 통틀어 지속적으로 섭취되어온 음식이다. 섭취시 소화불량과 일부 알러지를 겪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우유를 이용한 음식이 있고 애용되는 이유는 바로 우유가 '간편하게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매개'이며 그로 인한 부작용의 효과가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미미하기 때문이지 않은가. 게다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어느 누구도 레옹처럼 하루종일 주식으로 1.5L우유 한 팩만 먹고 사는 사람은 없으며 대체로 간식으로 섭취하는 수준이지 않던가. 


칼슘배출은 단백질 섭취 과정 중에 발생하는 대사과정이다. 그런데 이 영상에서는 우유가 칼슘배출의 주요원인인 것 마냥 편집되어있다. 뼈가 튼튼해지는 것은 단순히 우유를 섭취해서만 되는게 아니다. 영상에서도 칼슘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유청단백질을 허구헌날 먹어대는 이들이 바로 바디빌더들인데 이들의 뼈가 어디 그리 약하던가. 근육을 강화하면서 뼈도 강화되고 밀도가 높아지는게 아니던가. 


대체음료로 일컬어지는 두유 또한 콩에 들어있는 몇몇 호르몬 성분 덕에 과다/장기섭취하는 경우 남성의 여성화가 촉진된다는 우유에서는 찾기 힘든 부작용도 있다. 두유단백질은 유청단백질류보다 흡수율이 떨어지니 근육생성에 그다지 도움이 안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우유나 치즈류를 먹을 때보다 골격강화에 대한 효율이 떨어진다는 건데 그렇다면 두유도 먹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콩이 그냥 콩이 아니라 중국산 콩, 유전자변환콩이 대세인 요즘이다. 이런 영상에 발칵 뒤집히는 이들은 어디 그리 두유도 맘 놓고 먹을 수 있겠는지.


값싼 단백질 공급원인 우유와 두유를 배제하고 나면 계란도 있지만 다들 알다시피 계란도 대체로 우유가 공장식으로 생산되는 것 마냥 생산되지 않던가. 배란촉진제와 항생제같은 약품이 들은 사료를 먹으며 새장속에 같혀서 알만 까고 있는 닭들에 대한 고발을 우리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덕분에 친환경계란생산 체인이 생기고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게 어디까지 친환경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또한 계란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생각외로 많다. 


그렇다면 남은 건 고기 뿐인데 고기도 잘 구워먹지 않으면 몸에 안좋고 한국인의 고기섭취 특성상 고칼로리식단, 콜레스테롤 과다섭취, 탄 음식을 먹을 확률이 높아 위암발병확률상승 등 여러 내용들을 고려하면 고기도 참 먹기 힘들다. 생선은...다들 알겠지만 일본이 저래놓고 있는데다 농협에서 사기친 놈들도 있어서 생선류는 먹기도 힘들다. 


요는 이렇다. 이렇게 하나 하나 파고들어가보면 세상에 있는 음식 다 먹으면 언젠가는 필시 뭘로 죽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안먹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결정적으로 이 영상은 한국채식연합 및 한국동물보호연합이 2008년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된 "Got the fact on milk?"라는 영상의 편집본이다. 이들이 주장하고픈 내용만 입맛에 맞는대로 편집되어 있다는 소리다. 서울환경영화제에 출품되어있다면 '우유'에 포커스가 맞춰진 영화가 아니라 '우유에 대한 사실과 유제품 대량생산과정 가운데 왜곡된 시장과 자연의 비극'에 초점에 맞춰져 있지 않겠는가. 과연 영상 중간중간에 나오는 내용들을 보면 미국의 공장식 우유공급시스템과 생산과정 등에 대한 고발이 왠지 핵심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차라리 대놓고 '더 나은 환경에서 소를 키우며 더 나은 유제품과 고기를 얻자'고 하지 이게 뭔가. 


어떤 음식에 대한 이러한 포장은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좋지 않다. 비타민C, 식초의 과대찬양, 육류섭취의 과도한 비판 등 이 모든 것이 웰빙이란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상의 모든 음식은 좋은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쁜 점도 있다. 그리고 어떤 의사에게 물어보든 '다양하게 골고루 섭취하되 자신의 신체상태에 맞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말인즉슨 이 편집영상에서처럼 우유 안마셔야지라면서 너스레를 떨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