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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28 먹는게 자랑인 시대에 해보는 먹는 이야기.
Personal Log2013. 8. 28. 00:31

1. 최근 My Fitness Pal이란 앱으로 다이어트를 하면서 내가 먹는 양을 조절하고 있다. 하루 하루 먹는 양을 조절하려면 정해진 몸무게 목표치에 맞게 취식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겸사겸사 내가 먹는 것들을 관찰할 좋은 기회를 얻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칼로리 수치만 체크하면서 먹었었는데 칼로리야 조절하면서 먹을 수도 있었지만 의외로 근육을 키우는 단백질류 섭취보다 탄수화물 섭취가 일일 섭취량의 1.5배가 넘고 있었다. 탄수화물이 전부 대사되지 않으면 지방으로 전환되어 내 몸 곳곳에 쌓여 앞으로 소모될 에너지원으로 준비된다.


그런데 그 정도가 지나치면 대체로 복부와 둔부로 쌓이게 마련이다. 내 나이대에는 그 현상이 심한데 삼십대가 넘어가면 일단 일일기초대사량이 현격히 줄어드는게 주원인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자리에 앉아 일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근육을 사용할 일이 없는 상황에서 머리는 당을 필요로 하니 먹는 양이 줄어들지는 않고 당 섭취량도 늘어만 간다. 그 결과가 복부와 둔부의 두툼한 지방층이란 소리다. 그리고 내가 먹는 메뉴들을 잘 살펴보면 근육량을 늘려주는 것보다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당류, 그리고 지방 위주의 식사였다. 


2. 우리 집 식단은 유난히도 야채 위주다. 고기위주인 식단에 비하면 백만배 나은 식단이지만 간혹가다는 좀 유별나게 야채만 올라오는 식단일 정도다. 어렸을 때엔 어머니께서 이리저리 콩단백이라도 잘 챙겨주셨지만, 최근엔 어머니께서 드시고 싶은대로 요리하시는지라 반찬은 김장류를 기초로 한 야채가 많아졌다. 자연스레 소금 섭취량도 늘어났는데 이는 고혈압인 부모님 두 분께 좋을 리 없는 식단이다. 몇 번이고 말씀드렸지만 연세가 드시면서 식성이 바뀌신 탓에 바꾸려 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 


그리고 매 끼니마다 밥은 넉넉하게 나온다. 몸을 만들고 체력을 증강시키기 위해서는 단백질류가 꼭 필요한데 우리 집 식단에서는 이를 보충할 방도가 그리 없다. 하다못해 계란 후라이라도 해먹으면 되긴 하지만 하루에 다섯개를 먹어도 겨우 채워질까 말까한 수준이다. 최근엔 저지방우유, 삶은 계란, 그리고 닭가슴살을 주요 단백질 공급원으로 먹는데 항상 이렇게만 먹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생닭 한마리 가격이 5천원대인 반면 생닭가슴살은 7천원대로 상당히 비싸다. 가격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계속해서 이러한 식이요법을 유지하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대체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단백질 파우더를 이용해서 이를 손쉽게 보충한다고 한다. 단백질원을 섭취하면서 자연스레 따라오는 탄수화물과 지방의 과도한 섭취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계속해서 단백질원을 꾸준히 섭취하는 상황에서는 단백질 파우더가 상당히 도움이 되지 싶은데 아직은 고려중이다. 


어쨌거나 평소 식단에서 단백질 공급원을 꾸준히 찾으려면 상당히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특히나 여름 식단은 더더욱 그러하다. 여름에 자주 찾게 되는 냉면, 비빔면과 같은 면류도 그러하거니와, 우리 집처럼 좀 유별나게 단백질류 섭취를 안하는 집의 식단은 탄수화물 위주일 뿐이다. 그나마 가을이 되면 이래저래 없는 살림에도 맛난 것들을 준비해서 먹을 수 있기에 다행이지만, 여름은 이래저래 고난기간같다. 


3. 잘 생각해보면 먹는다는 것처럼 중요한게 없는 것 같다. 잘 먹어야 평소의 활동을 활기차게 할 수 있고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실패하다손 치더라도 극복할 에너지를 갖고 있기에 금방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선 수년간 SNS에서 하루동안 뭘 먹었는지 올리며 자랑하는 포스팅이 유행중이고, 더러는 식도락여행 카페와 같은 모임도 매우 활성화 되어있다. 먹는게 자랑인 시대다. 그만큼 이 혜택을 받은 세대는 잘 먹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게 눈에 보인다. 아닌 경우도 많지만 길을 지나가다가 보이는 근육질 남자, 맵시있는 여자는 대체로 이 혜택을 받은 30~40대인 경우가 많다. 


그런 반면 이 세대를 낳은 한국전쟁세대로 지칭되는 부모님 세대는 어떠한가. 한국전쟁시기에 태어나신지라 제대로 먹고 크지 못하신 것도 있지만 이후에도 잘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못했기에 갖은 병을 지고 사신다. 그리고 지금도 그다지 다르진 않지만, 힘들게 일한 고생을 잊기 위해 손쉽게 선택한 것이 당시에는 술과 담배 뿐인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애를 쓴다면 좀 비싸긴 해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게 정말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잘 먹는 것처럼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도 없는 것 같다. 포식했을 때 느껴지는 행복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사이가 서먹서먹한 사이도 식사 몇 번을 함께하면 웬만해서는 금방 친해진다. 한창 데이트에 열중하는 커플들은 아예 식도락 데이트를 즐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너무 잘먹은 나머지 살이 급격히 쪄서 연애중인 사람들은 보기 좋게 살이 찌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한창때 내 동기녀석들하고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없는 돈 긁어모아서 삼겹살 먹으러 다녔던 적도 있다. 그때가 아마 동기녀석들이 가장 잘 단합되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다. 


 그런 면에서 최근에 혼자서 먹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란 생각이 든다. 혼자서 먹는 사람들 대다수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대체로 제대로 된 영양가 높은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조차도 일이 바쁘거나 공부에 파뭍혀 살던 과거에 고작 먹는다는게 도넛과 커피, 삼각김밥과 소다 캔 하나 정도일 정도였으니. 요즘엔 컵밥이라는게 유행이라고 한다. 덮밥을 컵에 담아주는건데 그나마 그것도 서서 먹어야 한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기력이 떨어지는 일이다. 급하게 30분 이내에 식사를 해결하고 다시 뭔가에 열중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시대가 만든 슬픈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누군가와 함께 먹기 위해 연락하고 만나는 노력이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잘 못먹더라도 함께 먹는 것이라면 왠지 모르게 즐겁고 힘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먹서먹한 관계도 나아지고, 더러는 마음이 서로 통하는 일도 생길 것이다. 연애의 시작은 좋은 한끼 식사라는 불문율도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함께 잘 먹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일이란 생각이 든다. 


 잘 먹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혼자서만 잘 먹지 말고 함께 잘 먹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자. 좋은 음식 먹었다고 자랑만 할 게 아니라 서로 권하고 때로는 함께 먹으러 가며 즐거워할 시간을 만들어 가자. 솔로들은 혼자서 밥먹으려 하지 말자. 행복한 삶의 시작은 이런 작은 노력으로부터 시작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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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