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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19 영화 피에타를 보고
Movie2012. 9. 19. 04:25

 

 

 어제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보고 왔다. 역시 논란이 될 만한 그의 작품. 첫 시작부터 껄끄러운 장면들로부터 시작하는 그의 영화는 친숙해지기 힘들다. 간단히 말해 두 번 이상 보기가 힘든 영화라 해야할까. 돈이 사람을 파괴하는 과정, 돈때문에 자멸해가는 인간의 세계가 2시간 동안 그려진다. 칼 맑스가 생각났다. 자본에 의한 철저한 인간소외. 자본 앞에서는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다. 돈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증오, 분노, 복수 그 모든 것이라는 극중 대사가 소름끼치도록 공감되었던 건 대학수업때 들었던 자본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있었던 수업 이후 처음이었다. 이 영화는 유일하게 내가 본 김기덕 감독 작품 가운데 카타르시스란 것을 느껴본 작품이다.

 

 극 중 등장하는 사람들 중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다들 죽은 자들과 다름없는 어두운 삶을 살아간다. 그런 이면에 모정을 가장한 복수의 화신이 등장하고 고리대금업으로 사람들을 쥐어짜던 고아인 주인공은 어머니를 찾았다는 기쁨에 구원을 얻는 듯 하다.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스토리가 진행되지만, 이 영화는 비극이다. 주인공은 어미인줄 알았던 자가 사실은 자신을 가장 비참하게 만든 복수의 화신이었음을 알고 죽음을 택한다. 그렇게 이 극에 등장하는 이들은 지옥같은 자본의 소외로부터 구원을 얻는다. 극중 자주 등장하는 교회 건물 배경은 이처럼 바닥인생을 살아가는 자들에게 구원이란 어떤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바닥으로는 다가오지 않는 복음. 구원받지 못한 영혼들의 울부짖음. 그리고 일개 정치인의 야욕에 의해 복구된 청계천에 얽힌 사람들의 마지막 인생. 우리가 말하고 싶지 않았던, 알고 싶지 않았던 세계를 김기덕감독은 여과없이 있는 그대로,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들의 탄성에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세계에 대한 놀라움과 공포가 담겨있었다. 아마 다들 이 영화가 황금사자상을 받았기 때문에 호기심에 와서 봤으리라. 낮시간에 영화를 볼 만큼 한가하고 넉넉한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세상은 결코 알려지지도, 비춰지지도 않았었을테니. 나 또한 이 영화를 보고나서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쩌면 그들보다도 내가 더 놀라고 힘들어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두 번은 못볼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여운이 너무 강하게 남아 다음 영화로 쉽게 넘어가질 못하겠다.

 

 

 

 

이제는 착실하게 포인트를 모아서 VIP도 되고 영화적 식견도 쌓아가봐야겠다. 이제까지 너무 남는 것 없이 그냥 넋놓고 즐기기만 했던 것 같다.

 

 

 

언제나처럼 스타벅스에서 얼 그레이 한 잔. 오늘은 새로운 파트너가 응대를 했다. 말이 참 느려서 신기하게 느껴졌다. 여기서 한 시간 정도 오랜만에 스케쥴러에다 끄적거리면서 앞으로 월급을 타면 어떻게 할 지 곰곰히 고민을 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 성실하게 일을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들어 몸무게가 몇 킬로그램인지 모르겠다. 내일은 꼭 체중계 건전지를 사야지 안그러면 체중관리, 체력관리가 하나도 안될 것 같다.

그나마 최근에 꾸준히 걸어서 그 날 먹은 만큼은 움직여주는 것 같다. 가까운 강남보다 종로쪽이 훨씬 많이 걸으면서 볼 게 많다. 영화를 보는 날 말고는 그냥 5호선 타고 종로로 나가있는게 내 건강에 훨씬 좋지 않을까.

 

 

오늘은 그래도 영화를 봐야지 했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외출한 탓에 귀가시간 전에 끝나는 영화시간에 맞추지를 못했다. 앞으로도 영화를 꾸준히 볼 계획이라 메가박스 멤버십카드를 발급받고 반디앤루니스로 향했다. 거기 가면서 이제까지 연락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돌리고 언제나처럼 내 발길이 머무는 서양사코너에서 어물쩡거리기를 삼십여분. 결국 몇 개월째 집어들지 못했던 앙리 피렌의 "마호메트와 샤를마뉴"라는 책을 샀다. 서양중세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서양의 중세가 시작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에 대한 답변이 이 책에 담겨있으리라. 대학4년내내 집중해왔던 서양중세사였건만 졸업한지 한참 지난 지금에는 중요 연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이 책을 발견한 것은 오래 전 책 속에 몰래 끼워놓은 만원을 찾아낸 기쁨이랄까. 생각같아서는 밤새서 다 읽어치우고 싶지만 벌써 새벽 네시 반이 다 되어간다.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