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3. 9. 1. 21:45

※이 글은 김용택님의 '꼰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란 글에 대한 트랙백입니다. 
본문링크: http://chamstory.tistory.com/617






성숙이란 미덕에 대한 카툰
완고한 성격을 지닌 동물로 종종 지칭되는 염소지만
힘들고 어려운 언덕을 오르고 나면 성숙한 인격을 갖추게 된다.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저 푸른 초원의 푸른 염소들처럼 살고 있는지
아니면 척박한 땅의 붉은 염소처럼 살고 있는지
몇 번이고 다시 돌아보게 된다.



 슬프게도 내 나이 정도 들기 시작하면 서서히 꼰대화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근대화도 아니고 현대화도 아니고 미래화도 아닌 꼰대화다. 아쉬운 일이다.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결혼하고 나이가 들면 관심사가 당연히 달라진다고 하지만, 정도가 심한 사람들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 또한 그런 길을 걷고 있지 않은지 몇 번이고 돌아보고 조심해야지 조심해야지 되뇌이던 적이 참 많았다. 


 대체로 '꼰대'가 되는 사람은 자신이 뭔가 남보다 더 안다고 생각하는 부류인 경우가 많았다. 대체로 남보다 어려운 공부를 했다거나, 가방끈이 상대보다 길거나, 먼저 사회생활을 했다거나 하는 '유세 떨 만한 것'을 지녔다고 스스로 자처하는 이들이 그렇다. 그들은 사사건건 참견이 많고 듣지를 않는다. 대화를 해보면 이 글에서 지적된 대로 근거없는 맹신, 부정확한 지식에 근거한 '무식한 용감함'과 '무례함'이 그 안에 들어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그런 이들은 분명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을 '원래 XX이/가 그런거야'라면서 '원래', '기본적으로', '어쩔수 없이'라는 말을 자주 쓰며 '입닥치고 따라오라'는 식의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일을 그르치기라도 하면 남 탓, 신입 탓, 약자 탓을 한다. 김용택님의 글에서 지적된 '빨갱이'소리 하는 분들이 전형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하지만 굳이 빨갱이 운운하지 않더라도 이런 경우들이 얼마나 많던가. 이념과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것이 꼰대 정신이 아니던가. 


 이렇게 본다면 비단 꼰대는 나이든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20대 초반의 젊은이에게서도 이런 꼰대같은 발언이 쉽게 튀어나오는 것을 최근엔 너무 자주 보게 된다. 어린 나이때부터 사고가 굳고 익숙하지 않은 것은 거부하며 다른 것을 싫어하고 적대시하다못해 증오의 감정까지 내비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이들을 만나면 정말 어찌해야 할 지 난감할 경우가 많다. 대충 맞춰주기는 하지만 그것도 정도것이지 같은 자리에서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듣는 내 두 귀가 불쌍할 지경이다. 


 그에 반해 진정 뭔가 아는 사람들은 일단 듣고, 자신이 전문인 분야에서조차 남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려고 한다. 잘 모르는 이들의 난감한 요구 조차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최대한 쉽게 말해주려고 한다. 나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겸손한 경우의 사람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제멋대로 지껄이는 소리에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라고까지 하는 분도 만난 적이 있다. 그 분의 당시 연세가 환갑을 바라보는 연세였는데 과연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분이셨다. 


 어른이 되면서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은 김용택님의 글에 쓰여진 대로 단 하나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공부를 더 했다 해도,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해도, 사회생활에 도가 트고 돈을 많이 번다 해도, 상대보다 밥을 먹은 햇수가 더 많다 해도 그게 별게 아니란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남을 깔보고 짓누를 권위가 아니란 것을 알고 겸손히 행하는 것이다. 매사에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어린 자들에게도 배울 줄 아는 것이다. 잘 보면 옛 성현들이 하셨던 말씀들과 다르지 않다. 지혜가 담긴 말 그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Posted by Cybercat
Thoughts2013. 8. 29. 01:30

역사교육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역사란 것이 지니는 성격이 참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다들 알다시피 개인과 국가의 정체성, 정통성 확립의 기초가 된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다. 지금 역사교육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에 우리 민족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르는 한심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그리고 후손들이 배우는 역사가 국가통치의 수단, 더 나아가 외교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원초적으로는 역사는 이를 읽고 공부하는 사람의 정체성을 확립해준다. 조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어떤 이들의 후손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조상들이 특정 시공간에서 행해온 '기록된 행위'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일제에 의해 국권을 잃고 36년간 치욕스런 삶을 살았다는 생각과 다시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말아야하겠다는 생각은 이런 배움과 성찰의 과정에서 가능해지는 것이다. 


 아울러 역사는 국가의 정체성, 아울러 국가의 정통성을 확립해준다. 국가의 정체성 확립은 개인의 정체성 확립의 연장선상에 있다. 동일한 역사적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일정한 지역에 모여 시공간을 공유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는 이 사회의 질서와 연속성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권력체가 있다. 다시 말해 국가의 정체성은 사회구성원들의 집단정체성에 의해 확립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권력체는 사회구성원들의 정체성과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든 축출되어 사회구성원들이 가진 정체성과 동일한 권력체가 들어서게 마련이다. 


 또한 지배체제의 교체 가운데 해당 공간에 대한 지배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지난 정치체에 대한 연속성을 이어받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가 헌법을 통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것을 명시한 이유다. 또한 이는 역사적 사실에 의해 뒷받침되고 또 다시 역사를 공부하고 배운 국민들에 의해 지지를 받게 된다. 만일 이 정부가 이러한 정통성을 부인하고 다른 정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려 한다면 많은 국민들의 저항을 받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권력의 정당성을 상실하고 축출당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자. 만일 국민들이 생각하는 역사가 권력을 쥔 자들이 생각하는 역사가 된다면 어떨까? 권력을 쥔 자들의 과거 만행을 정당화해주고, 더 나아가 미화까지 해줄 수 있는, 변명을 해줄 수 있는 역사가 된다면 어떨까? 이렇게 역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가능할까. 단언컨대 가능하다. 가장 큰 사례가 바로 옆 나라, 일본의 역사교육이 있지 않은가. 일제의 만행은 은폐한 결과가 어떠한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미화하기까지 하고 오히려 제국의 영광으로 회귀하자는 엄청난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논란을 삼고 있는 역사교육에 대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역사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눈"을 빌미로 삼아 일체치하에서의 삶을 '일제치하라서 참 다행이었다'라는 주장을 하는 역사서, 민주주의를 위해 소리치다 군부의 총칼에 죽어간 국민들을 빨갱이로 내모는 매카시즘적인 논조가 잔뜩 들어간 역사서를 아이들의 손에 쥐어주기 일보 직전에 놓여있는 것이다. 일제가 잘했다는 소리를 하는 교과서로 역사를 배운 이들이 앞으로 독도문제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까. 이는 외교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사실 지금은 단어 몇 개 바꾸는 수준이지만, 솥에 들어간 개구리가 물 끓는 줄 모르듯 서서히 역사서의 전반적인 논조가 바뀌는 건 시간 문제나 다름없다. 


 과연 역사를 새로 쓰고 새로 가르치는 순간부터 그 역사를 배우는 이들의 생각하는 방식은 이전 세대가 역사를 배우고 생각하는 방식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권력의, 권력에 의한, 권력을 위한 역사는 순전히 현 권력의 유지보수를 위해 이용되는 수단이지 결코 우리의 정체성 확립과 이익에 부합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 권력을 지지하는 절반이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빨갱이로 내모는 매카시즘적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에 조금이라도 우리 젊은이들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매카시즘같은 극악한 사상에 빠지지 않게 돌보는 것은 우리들 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우선 이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 평가할 것은 평가한 뒤에 꼼꼼하고 면밀히 기록하여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시험용 역사가 아니라, 권력에 이용당하는 역사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국가의 정통성을 확립해주는 역사를 위해 대한민국의 수많은 역사학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사료를 찾고 그 사료에 근거하여 최대한 객관적인 기술이 가능하도록, 인류애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역사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치열한 공개토론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이 과정을 지켜보고 과연 우리 정체성에 부합하는 역사는 어떤 것인가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역사는, 우리 역사는 남의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일개 한 시대를 지나는 권력의 역사이어서도 안된다. 다른 시각. 좋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역사적 정체성을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와 국민을 다른 나라와 다른 국민들보다 못하게 치부하는 못된 역사서, 빨갱이는 죽이는게 당연한 역사서, 정부에 반대하면 빨갱이로 몰아서 죽여도 되는 역사서가 되어서는 안된다.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