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4. 4. 26. 19:10




1. 사고 열흘 째, 이제까지의 우리 이야기.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 째다. 조수간만의 차가 줄어들었던 사흘 동안 인양된 피해자 시신의 수만 해도 백 여구가 넘는다. 실종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진도체육관에서 스티로폼 한 장 담요 한 벌에 의지해 매일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며 구조자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일 주일이 지나고부터는 여의치 않은 듯 하다. 지난 23일, 그러니까 사고 후 1주일이 되는 날 부터는 아이들의 얼굴이라도 제대로 알아볼 수 있게 빠른 수색을 요청하는 절규에 가까운 부르짖음이 터져나왔다. 


 현장에서 매일같이 방송하는 고발뉴스와 팩트TV와는 달리 주요언론들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속보 경쟁을 하거나 해경측 발표만으로 한 주 내내 같은 내용을 방송하다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에 부딛혀 이제는 제대로 리포트도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당국의 허둥대는 모습과 투명하지 못한 행정으로 SNS에서는 사람들의 추측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유언비어가 유포되었고 경찰은 엄단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실제로 너댓명이 본보기로 구속이 된 상황. 다른 한 편 정부 여당인사들은 사건 이후 거의 매일같이 실언과 방만한 행동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사과를 거듭하는 모양새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졌던 그들의 실언 중 정점은 극우인사인 지만원씨에 의해 정점을 찍었다. 그는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종북몰이와 함께 그들의 '제2의 5·18폭동'을 준비하라는 발언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유언비어 유포로 실형을 받은 시민들과는 달리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실형을 받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고 현장인 진도에서의 정부와 관계당국의 행태는 한심함의 극을 달렸다. 초동대처 당시 허둥댔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종합대책본부가 마련된 이후에도 투명하고 신속하게 상황을 정리하지 못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미적지근한 정부의 대처에 분노하여 청와대로 행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정홍찬 국무총리의 행동이었다. 그는 청와대를 향해 항의 행진하는 실종자 가족들을 만류하러 나갔다가 차 안에서 세 시간 동안 고립되고 경찰측은 실종자 가족들을 제압하려 전투경찰 300여명을 신속히 투입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을 저질렀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실종자 가족들 앞에 마련된 응급처치장소를 치우고 사발면을 먹는 것으로,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안전행정부 직원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려 했던 것으로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정도까지 되면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의 태도라도 갖춰야 하건만 인터넷라이브영상 가운데 현장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사복경찰들이 실종자 가족들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돕지는 못할 망정 이들을 컨트롤 하고 제압하려 했던 당국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할 만한 행동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대하는 청와대의 자세였다. 청와대의 김장수 정부안보실장은 정부는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면서 이번 사건의 책임으로부터 선을 긋는 모양새를 보여 사람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면서도 제3자처럼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세월호 선장을 '살인자'로 지목하며 비난하는 등 대통령답지 않은 행동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해외 언론은 박대통령의 '살인자'발언을 인용하며 '서구 사회에서 지도자가 그런 발언을 했다면 그 자리에 버티고 있지 못했을 것'이라는 비판을 실었다. 다른 한 편, 한 언론을 통해서 밝혀진 '해양수산부 재해대책매뉴얼'에서는 엄연히 대통령이 재난구호의 최종 책임자로 표시되어있는 것이 밝혀져 큰 논란을 샀다. 



일본 지하철에 실린 월간 문춘의 표제 

"한국침몰선 일본의 지원거절, 300명을 죽게 내버려 둔 박근혜의 대죄"


 구조작업에 참여중인 민·관·군 합동수사본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오늘까지도 실종자 가족들로 뭇매를 맞고 있다. 민(民) 자격으로 구조작업에 참여중인 언딘Undine은 사실 인양전문업체이고 사고를 낸 청해진해운에 고용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 주일 동안 이어져온 구조작업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로 진행되었다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게다가 언딘의 텃세로 구조경력이 풍부한 민간잠수부들이 구조작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이종인 알파잠수대표의 다이빙벨은 투입못하게 하면서 자신들은 강릉소재 모 대학의 소형잠수벨을 가지고 와 사용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실종자 가족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기까지 이른다. 실종자 가족들은 합동대책본부의 대표들을 항의방문하여 밤늦은 시간까지 지금 사태에 대한 투명한 해명을 요구하고 해경청장은 직접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의 다이빙벨을 투입하여 구조작업을 하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의 트윗에 따르면 현장 해경과 언딘의 훼방과 날씨 문제로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수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Apr 19 대통령 취임식에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정부 역량을 집중할 것 입니다"라며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면서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꾼 박근혜 정부의 재난 대처는 최악이었다.



 지난 목요일인 24일을 기점으로 실종자 구조작업을 마무리 해달라던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은 민간잠수부들의 항의성명과 언딘과 해경간의 관계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구조작업에 착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민간잠수부들이 돌아오고, 퇴짜맞았던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도 그의 다이빙벨과 함께 돌아왔다. 그러나 다시 물살이 거세어지고 날씨는 험악해졌다. 좋은 날씨 다 지나가니 이들에게 '해볼테면 해봐라'는 식의 태도가 아니냐는 말은 곧 구조현장의 해경과 언딘의 태도에서 사실로 밝혀졌다. 이상호 기자의 트윗에 의하면 언딘과 해경의 비협조적 태도와 날씨로 이종인 대표와 잠수부들은 항구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에 실종자 가족들은 분노하며 직접 감시단으로 현장에 가려고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건을 목도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노란리본을 달아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안산올림픽기념공원에 임시로 마련된 분향소에 찾아 고인들의 명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다른 한 편에서는 더 이상 침묵하면 또 다시 이런 슬픈 일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거라는 희생자 부모의 글이 널리 퍼져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과연 우리들은 어떻게 이 사건 이후를 대처해나가야 할 것인가. 사건에 책임이 없다는 정부, 분노하는 사람들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종북몰이와 온갖 더러운 말을 내뱉는 이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 것인가. 이렇게 우리들은 그 규모를 알 수 없는 큰 위험에 처해 있다. 





2.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사람들은 언젠가는 세월호 사건을 잊을 것이다. 우리가 멀게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씨월드화재참사, 세모유람선사고, 대구지하철참사, 대구지하철가스폭발참사, 가깝게는 지난 2월 코오롱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등 대형 사고들을 잊은 것처럼. 이런 사고가 터질 때 마다 사람들은 안전을 부르짖으며 정부와 유관기관들이 대책을 세우기를 요청한다. 그러나 안전은 사실 생활에서의 사소한 부분에서의 실천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잊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개개인이 실천하지 않는 안전수칙을 정부와 유관기관들이 관심이나 줄까. 


 우리나라의 안전불감증은 개인 단위에서 부터 시작해서 정부에 이르기까지 뿌리가 깊다. 안전은 여러모로 불편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이익, 즉 돈, 시간, 편리함 때문에 룰을 쉽게 어기고 이것을 당연시하는 것은 개인 단위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조금 더 빨리 가려고 보행자는 무단횡단을, 운전자는 과속과 신호위반을 한다. 불법유턴과 끼어들기는 기본이다. 안전띠가 불편해 대충 걸쳐놓거나 클립으로 느슨하게 해놓는다. 아이들 부모들은 유아용좌석따위 없이 아이를 안고 운전하거나 옆자리에 앉혀놓는다. 건너편 운전자야 어쨌든 HID조명을 달아 뽀대를 과시한다. 안전모를 쓰지 않은 오토바이 운전자를 찾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 화물차들은 과적을 하고 차량안전점검을 건너뛴다. 불을 다루는 현장에 소화기를 비치하는 일은 거의 없다. 실제로 자동차에도 소화기를 비치한 경우는 찾기 힘들었던 것 같다. 공사현장에서는 돈을 더 아낄려고 골재와 철골을 빼돌리고, 공사기한에 맞춰야 한다며 안전수칙따위 무시하고 인부들을 부리다가 사고를 낸다. 민방위때나 예비군에서 강조하는 안전수칙과 재해대책은 그냥 바람결에 흘려보낸다. 가르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열의가 없다. 열심히 참여하려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이렇게나 평화로운데, 돈벌기 바쁜데 그걸 할 새가 어디있냐며 핀잔을 준다. 


 안전수칙은 자기 자신과 다른 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위해 모두가 꼭 지켜야 하는 것이다. 생명은 한 번 잃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에 안전수칙준수가 아무리 불편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익이 안된다 하더라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개인들이 무관심한 안전수칙이 정부와 유관기관들의 철저한 안전대책과 재해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민간의 안전의식이 이렇게 느슨할 때 정부는 다른데 더 신경을 쓰게 되는게 당연한 일 아닌가. 나는 그 결과가 이번 세월호 사고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때 완화된 선박연령기준, 안전점검방식이 선박회사의 수익상승으로 이어졌겠지만 결과적으로 선박의 부실화, 무리한 운영, 그리고 마침내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돈이 최고, 부자되는게 최고였던 부끄러운 시절이 그 안전을 강조했던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면서도 고쳐지지 않아 크게 터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규제완화끝장토론 이후 이러한 안전관련 규제들을 더 완화할 계획이었다고 하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를 견제할 여론, 즉 개개인의 안전의식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원천적으로 정부의 잘못이 없다는 면죄부를 주는 말이 아니다. 정부는 인민으로부터 정치적 권한을 위임받은 정체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의 그들의 실정은 결코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여론이 생기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약한 야당, 그들에게 이익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부자되는게 최고의 미덕으로 통하기에 '안전규제같은거 돈 더 벌기 위해 없어져 주면 어때'라며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에 정부가 안전관련규제를 더 철폐하려고 했던 것이다. 지적하는 언론은 있었지만 정부에 반대하면 종북으로 몰려 피해를 입을까봐 두려운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모두가 그저 이 힘든 시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3. 안전한 나라는 내 손으로부터 시작된다.


안전한 나라는 박근혜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막말과 비상식적 행동을 일삼았던 그의 수하에 있는 이들이 만들어주는게 아니다. 안전한 나라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매일같이 안전에 대한 노력이 있고 또한 이에 대한 여론이 크게 형성되어야 정치인들이 움직이고 정부가 대책을 세운다. 그런게 전무한 현재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이를 바꾸려 할까. 



 한 때 우리나라에도 대형재난과 관련한 매뉴얼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 만들어진 NSC위기관리센터는 이명박이 없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때는 아예 재난대책에 대해 청와대는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으로 분리됐다. 대형재난시 관계부처 장관들간의 적극적 협의 하에도 일이 될까 말까한 상황인데 안전행정부 장관이 중앙재난대책본부장이다. 뉴스매체들은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만들어질 수 없는 구조라며 비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안전에 있어서 매 순간 개인 차원에서 스스로 지키며 다른 이들을 보호하고 아끼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국가차원에서의 안전대책과 재난구호대책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어정쩡하고 부족하면 호되게 비판하여 제대로 만들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목숨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목숨, 어린 자녀들의 목숨이 언제 어떻게 사라질 지 모른다. 세월호 참사를 그저 슬퍼하는데서 그치지 말고,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모두가 협조하고 나서야 할 때다. 이것이 그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우리의 자세다. 



 

Posted by Cybercat
Thoughts2014. 1. 9. 01:01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 대한 논박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취임 초기와 다를바 없이 통제된 환경에서 연출된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와 함께 故노무현 대통령의 취임100일 기자회견의 영상이 크게 회자되고 있다. 기자들에게 자유롭게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최선의 대답을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태도와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국민들을 대하는 태도면에서 질적인 차이가 있음은 누구든 아는 사실이다. 그게 설령 대통령 각각의 개인적 성향 및 능력차이에 기인한 것이라 치더라도 기자회견을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객들이 언급했고 또한 여당 일각에서조차 비판의 소리가 나왔던 것을 보면 차라리 안했던게 낫지 않았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연설 


유튜브로 기자회견을 올린 YTN영상은 유튜브에서만 시청할 수 있어서 아래에 링크를 첨부한다. 

기자회견#1: http://youtu.be/uFc9rA74AZ8

기자회견#2: http://youtu.be/fkTORhl0CXQ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100일 연설 및 기자회견 



어쨌거나 계속해서 이런 비교가 지속된다는 것은 그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 면에서 전혀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는 방증이라고 봐야 옳다. 그리고 작년말부터 계속 이어져왔던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친일적 내용 논란에 이어 정부여당이 이 교과서를 대놓고 지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남수단 한국평화유지군측이 일본자위대에 탄환을 요청하는 사건을 통해 한국정부가 일본의 군사국가화의 길을 터준게 아니냐는 말도 함께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정부여당이 대일외교문제 및 역사문제에 있어서 민족주체적인 분명한 외교적 태도와 역사관을 취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태도는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그들의 교학사 교과사를 지지하는 일관적인 목소리는 각종 보수언론과 여당정치인 그리고 교과부의 역사교과서채택외압조사 및 결과발표를 통해 있는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임시정부의 적통을 이어받은 정부가 아니라면 자기들만의 나라를 새로 세우겠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과연 2014년 오늘의 한국은 어떠한가. 박근혜 대통령은 아쉽게도 소통하는 대통령의 타이틀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예상컨대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제는 여당내 정치인들조차도 슬슬 박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당내 정치적 저변을 넓히려 하는 추세다. 신문매체에서는 조기레임덕을 예상케하는 말들이 올라오고 있다. 시민사회는 어떠한가. 현재 정부여당에 의해 짜여진 구도대로 극한의 대립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그들의 구도는 대체로 내편과 네편식의 유치한 수준의 편가르기 정도다. 그걸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 종북몰이같은 이념구도다. 과연 우리는 그에 따라 치고받고 싸우면서 정치인들이 원하는 정치적 구도를 만들어주기 위해 소모되어야 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우리 안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치밀하게 토론하고 생각하고 또 행동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만들어놓은 좌우이념대립구도와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이를 위해 헌신할 정치인을 지지하고 국회로 보내는 적극적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나는 이럴 때 마다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난다. 사실 그는 취임하고 나서 급격히 보수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그 지지층으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던 대통령이다. 하지만 6년간 보수층이 지지한 두 명의 대통령을 겪고 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취했던 행동은 참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천하려했던 대통령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6년간의 두 명의 대통령은 자기 지지자만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영속적인 지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집권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역사왜곡작업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의 두 대통령과 달랐다. 그는 자신들의 지지자들에 의해 대통령이 되었지만, 대통령이 되고나서는 지지자들의 대통령이자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자들의 대통령이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기간동안 그가 해왔던 것들은 비단 6월혁명세대들이 추구했던 것과 완벽히 일치할 수는 없었다. 노동자들을 위해 애썼던 대통령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기업가들의 요구에도 긴밀히 귀기울여야 했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덕분에 노무현 대통령은 여야진영으로부터 온갖 비판을 들으며 5년간 대통령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면 그래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자신의 지지자들만을 위한 정치, 불통의 정치, 억압과 탄압의 정치만을 한다면 그게 전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지자들에게 비판을 받더라도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자본가, 기업가들을 위해서도 일했던 노무현 대통령, 다른 한편으로는 더욱 민주주의 체제를 공고화시켜 이제까지 억압받고 살아왔던 서민들이 마음껏 소리를 내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든 노무현 대통령. 지난 6년간 그가 계속 사람들의 마음을 떠나지 못한 이유다. 진정한 통합을 위해 애를 썼던 노무현 대통령이었기에 좌우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가 이토록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만일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어떠했을까 상상해본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문재인 후보였다면 그도 그를 지지했던 절반만을 위해 일한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을 위해 일을 했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때처럼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고 비난했을까. 다른 한 편으로는 새정치를 외치는 안철수 후보였다면 과연 그런 세상이 가능했을까.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기간동안 일어난 일들에 비춰보건대 우리가 아끼는 후보를 대통령직으로 보낸다는 것은 그처럼 그를 사지로 보내는 것과 같다고 본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그 사람이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지지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된 이는 응당 그렇게 일을 해야 한다. 아무리 큰 비난을 받더라도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가장 민주주의적으로 일을 처리해내기 위해 고심하고 애써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대통령에게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벌써부터 이름이 회자되는 차기대권주자들에게도 그런 모습이 잘 비춰지지 않는다. 아직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시기에 큰 업적을 이룩해놓은 노무현 대통령 이후, 그처럼 훌륭한 소통의 대통령, 민주주의 체제를 위해 싸우는 대통령, 그리고 온세계에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자랑스럽게 해주는 대통령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다. 







Posted by Cybercat
정치/사회2014. 1. 5. 13:30






늦게나마 도착한 새해 첫 촛불집회. 연말연시 분위기도 있고 지난 30일 철도소위설치와 함께 현장투쟁으로 전환된 철도파업중단의 영향이 여실히 느껴지는 집회였다. 오전9시부터는 故이남종열사영결식, 오후4시부터는 민주노총총파업결의대회, 뒤이어 국정원시국회의 촛불집회, 마지막 4부로 KOCA(http://cafe.daum.net/koreaonlinecommunity)주최로 문화제가 진행되었다. 내가 참여한 건 KOCA주최의 문화제부터였다. 상당히 단촐한 분위기였으며 새해를 맞이하여 새롭게 투쟁을 시작하고자 하는 결의가 있었던 문화제였다고 생각한다. 참여인원수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故이남종열사의 광주 장례행진에 참여한 분들이 많으신 것도 영향이 있었으리라. 이 자리를 빌어 이남종 열사의 명복을 빌며, 그의 뜻을 이어받아 2014년에도 진정한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싸울 것을 다짐한다. 



다음은 언 손 비벼가며 녹화한 KOCA 무대. 





국내최초 유기농밴드라는 "사이"의 무대






오늘의 진행자였던 노정렬씨의 故김대중 대통령 성대모사. 

노무현 대통령의 성대모사도 했는데 중간에 전화가 오는 바람에 녹화실패.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소울컴퍼니 제리케이의 무대





녹화는 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달려가서 같이 손흔들며 놀고 싶었다. 





마지막 무대였던 레미제라블 "민중의노래" 합창시간





집회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뉴스기사로 갈음한다. 


오마이뉴스 / 광장 채우던 촛불, '축제'로 분위기 살려

[현장]온라인커뮤니티연합 '갑오년 온라인 대첩' 축제 열어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44609&PAGE_CD=N0001&CMPT_CD=M0016



지난 30일 철도소위설치에 관한 여야합의와 철도파업철회는 2013년의 문제를 그 다음해까지 끌고 간다는 정치적 부담감이 여야권 정치인들에게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광장의 정치가 대의정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철도소위가 설치된 지 6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철도민영화문제,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정부여당의 강경입장은 여전하다. 파업주도자로 지목된 서른 다섯명의 노조원 중 이미 두 명은 자진출석이라는 형태였건만 체포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노조원들은 경찰에 자진출두하는 모양새다.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면서 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여야간 정치적 타협점을 모색하도록 양보를 한 만큼 정부여당도 이들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드셌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다. 게다가 점입가경으로 코레일은 노조측에 77억 손해배상을 청구해놓은 상태다. 지금까지 뉴스 등을 통해 드러난 사실만을 두고 볼 때 철도소위 또한 유야무야됐던 쌍용차소위원회 꼴이 날 것 같은 분위기같다. 


게다가 연말연시의 소강분위기를 타서 지난 연말까지 국민들이 뜨겁게 요구하던 국정원특검에 관한 요구또한 잠시 시들한 분위기인 것 같다. 특검과 국정원개혁을 통해 권력에 의해 민주주의가 침탈당하고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어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은 결국 대중의 관심사의 부침에 좌우되게 마련이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한 연초의 시기적 영향, 그리고 정치권 동향에 관심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2014년에 돌입하면서 정치권은 작년의 정계이슈들 보다 6월 지방선거에 총력을 쏟을 분위기다. 


여당은 지금의 자세를 고수하면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준비에 큰 에너지가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야당측은 이야기가 다르다. 여전히 여론설문조사에서 지지도면에 있어 약세를 보이는 야당이기에 현재 당면한 지지도의 문제를 타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현장의 시민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함께 싸워주는 강력한 야당을 원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은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고 있지 못하는 듯 하다. 특히 김한길을 위시한 민주당 지도부의 적극적이지 못한 모습은 수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탈을 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도부의 자체적 혁신이 아니라면 지도부 교체 또는 지난 대선주자였던 문재인을 중심으로 하여 다시 지지층을 결집하는 결단력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나마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희망을 갖는 건 대선주자 문재인의 올곧은 현장정치와 일관성있는 모습 때문이다. 


야당계의 또 다른 문제는 안철수의 새정치에 관한 것이다. 새해에 접어들면서 안철수는 알려진 것 보다 보다 오른쪽으로 행보를 보이면서 기존 지지자들에게서 조차 큰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현충원 참배시 독재자였던 이승만과 박정희 묘소에 참배를 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대선러닝메이트였던 문재인 의원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를 찾고 지난 1일 분신한 故이남종열사를 찾아갔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두고 안철수가 결국 새정치라 해놓고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다른 한 편 안철수 지지자들은 지난 역사에 대해서는 공과를 넘어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통해 통합의 정치를 보여줬다며 추켜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이런 자세는 일본의 극우정치인들이 야스쿠니신사참배를 하는 이유와 다를바가 없어보이는게 현실이다. 그들은 공과는 있을 지언정 일본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라며 경의를 표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참배할 때마다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막연한 상상이긴 하지만, 정치권의 제밥그릇찾기로 일축할 수 있는 6월지방선거준비의 분위기에 이제까지 시민들이 요구해왔던 국정원특검과 철도민영화 등 공공서비스민영화계획철회요구는 야권의 숫자놀음과 對여당투쟁을 위해 소모될 카드로 간주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야권은 국민적인 요구를 반영한 정책과 실천방안을 제시하기보다 정부여당심판을 위한 투표라는 날을 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합리적선택, 즉 개개인의 정치적 입장과 더불어 경제적 이익, 사회적 정의실천 등 여러가지 조건을 정당의 정책과 정치투쟁방안등을 통해 살펴보고 지지에 나서려고 하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이들의 대다수는 투표직전까지 회색지대에 서서 여야의 정책과 노선을 가늠하는 이들이다. 이런 모습을 두고 기회주의적이라 비판하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정치적 결단의 일종으로 부인해서는 안될 사안이다. 보다 분명한 사실은 이런 현실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정당정책과 실천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능력을 갖춘 당이 이번 6월지방선거에서 승리할거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이 보다 유리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부채탕감과 사회적갈등해소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수많은 민주당 출신(박원순, 송영길, 안희정 등)들이 포석해 있다는 점이다. 재정건전성문제 및 균형발전에 대한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이러한 민주당 출신들의 능력있는 행정의 결과는 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총력전 각오를 하게 한 배경이기도 하다. 박근혜정부의 지난 1년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표심은 어디로 기울게 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미 수원의 이재명 시장에 대한 국정원요원들의 지방선거개입정황이 포착된 상황이다. 작년말 군 당국은 1~3월내에 북한의 도발설을 제시하였다. 안그래도 지난 대선시 국정원개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고 타이밍 좋게 북한이 도발해준다면 합리적 유권자들은 어떻게 판단하게 될 것인가.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결과가 많았던 2013년이다. 2014년에도 낙심하지 않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광장의 정치 실천 뿐만 아니라 야당을 광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여 싸울 수 있는 검투사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여당이 북풍을 몰아치고 정부기관을 동원하더라도 야당이 이길 수 있게 하는 것은 여론을 만드는 것 못지 않게 야당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건 우리 합리적 유권자들의 몫이다. 야권이 싸우지 않겠다면 싸울 사람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정치는 명분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Cybercat
정치/사회2014. 1. 2. 12:31



Posted by Cybercat
Thoughts2014. 1. 2. 11:10






2013년 12월 28일은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가 있었던 날이다. 22일 박근혜 정부의 민주노총강제진입 및 노조지도부체포작전이 시작되면서 예고되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날 총파업 결의대회는 관권부정선거와 국정원규탄, 철도서비스를 비롯한 공공서비스민영화 저지를 주제로 하는 촛불집회와 맞물려 28일 당일 집회 인원은 주최측 추산 10만여명을 넘어섰다. 






나는 야외활동이 힘든 혹한기에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운집해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유명가수가 야외콘서트를 겨울에 한다고 해도 이렇게 모이지는 않을게 분명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서울광장뿐만 아니라 지하철역내와 신서울시청건물과 태평로주변도로에도 사람들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정치권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향후 이 거센 저항의 물결은 더욱 거세어질 기세였다. 


이날 집회주최측은 9시경 즈음 집회를 마무리하고 자체해산했다. 하지만 광화문에 설치된 차단벽 쪽엔 시민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겨울에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박근혜 사퇴를 연호하는 그날의 분위기가 해를 지난 오늘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향후 이 저항의 불길이 어떻게 이어지게 될 것인지, 정치권의 반응은 어떠할 것인지가 사뭇 기대되었다. 귀가 후 항상 쓰던 집회 참가 후기를 이날 바로 쓰지 않은 이유다. 



뉴시스 / [종합]朴정부 출범후 최대 규모 시위…도로점거 충돌 없이 해산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31228_0012624660&cID=10201&pID=10200



과연 28일 집회 이후 정치권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월요일인 30일, 여야지도부는 철도소위를 구성하고 철도파업을 즉각 중단한다는 소식을 아침 일찍 미디어에 흘려보냈다. 10만시위군중의 목소리가 정부여당에 큰 부담이 되었다는 것이 가시적인 결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코레일측은 노조지도부에 대한 체포와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를 결코 철회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철도소위를 구성하면서 모든 사안에 대해 열려있는 자세로 여야가 철도관련 문제를 다루겠다고 공언했다.



한겨레 / 첫 회의 연 철도소위 ‘갈 길 머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17872.html


한국일보/ 철도소위 '불안한 출발' 민영화 논란 등 공방만

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1312/h2013123121055321000.htm




그러나 민주당의 입장과는 달리 여당은 수서발KTX설치 및 면허발급과 노조원들 처우에 대해서는 소위구성과 동일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게다가 철도민영화와 관련해서는 가장 선봉에 나선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을 앞장세워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만들어놓은 판을 민주당이 이용하여 새누리당과 정치적 거래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철도소위구성에 여당이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도록 하는데 김무성 의원이 앞장선 것으로 밝혀지면서 차기대권주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무성 의원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공고해진 것 같다. 그리고 민주당은 정치적 해결을 위해 앞장섬으로써 정국경색의 문제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위구성이 뚜렷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이제까지 소위구성을 했다고 해도 쌍용자동차관련소위처럼 정부여당의 소극적인 자세때문에 문제 해결은 커녕 지지부진하게 끝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사퇴여론도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반면 철도노조는 국민적 지지를 얻은 상황에서 22일간의 파업을 아무런 소리 없이 마무리한 모양새가 되었다. 이들을 열렬히 지지한 시민들은 실망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철도민영화와 관련한 다른 사안들조차 철도노조의 파업철회로 사그러드는게 아닌가 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혹한기 장기파업은 노조원들에게 힘든 것이었음은 분명한 것 같다. 장기간 광장에서 대치함으로써 계속 쌍방이 평행선을 긋는 것도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또한 연말연시 분위기에는 여론이 분산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 이런 상황에서 철도민영화문제를 정치인들이 직접 다루는 정치적 현안으로 이끌어낸 건 철도노조지도부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다만 철도지도부와 노조원들에 대한 파업철회이후의 처우 등에 대한 구체적인 타협안을 끌어내지 못하고 전적으로 민주당에 모든 문제해결을 일임한 것이 과연 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 또한 의문이다.


그리고 새해가 밝았다. 31일과 1일에 거쳐 국회에서는 예산심의와 본회의가 진행되었다. 2014년은 2013년과는 달리 박근혜 정부가 구성한 예산안으로 정부가 운영된다. 야당은 검찰개혁안을 비롯한 민감한 사안들을 양보해내는 대신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외국인투자촉진법과 같은 경제민주화와는 동떨어진 예산법안을 거래했다. 현실정치는 이처럼 거래에 의해 이뤄지는 것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정의는 한 번에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에 입각한 법안과 계획들이 상대측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꾸준히 여론을 구성하고 그 흐름을 정치인들의 활동과 맞물려주어 더 나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단 민주당 뿐만 아니라 지지하는 군소야당의원들이 힘써 우리에게 맞는 정치적 흐름을 만들어내고자 힘쓸 때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일을 해낼 수 있다. 


다른 한 편에서는 또 한 생명의 불이 꺼지고 말았다. 1월 1일 40세의 청년 이남종씨가 박근혜 사퇴를 촉구하며 분신한 것이다. 뉴스에서는 단순히 정부에 대한 불만, 불우한 경제적 사정 등 개인문제로 인한 것으로 치부했지만, 트위터 등을 통해 퍼지고 있는 그의 유서 내용에는 결코 그런 내용이 담겨있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가 분신하는 순간이 담긴 영상을 통해 그의 주장은 만천하에 퍼지고 있다.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끊임없는 싸움은 이렇게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이뤄지는 것인가. 독재에 저항하는 이남종 열사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민중의 소리/ ‘박근혜 퇴진’ 요구 분신사망 고 이남종씨, “국민이 일어나 주시기 바란다” 유서 남겨

http://www.vop.co.kr/A00000714639.html



이제부터는 정치권의 불티나는 싸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이 그 역할을 해줄 것이냐는 의문이 크다. 국민들의 거센 의지에도 불구하고 김한길 의원을 비롯한 현재의 민주당 지도부는 번번히 만족스럽지 못한 거래를 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향후 6월에 치뤄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를 비롯한 새정치추진위원회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는 새정치를 민주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전남에서 시작하려 하고 있다. 반민주적 독재를 일삼아온 이승만과 박정희 묘소에 머리를 조아린 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기위한 시점에서 안철수의 이러한 행보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다만 그가 애초에 보수적 사상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자 했던 것이라면 새정치추진위원회의 이러한 행보는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새정추가 민주당의 대안세력이라니 기가 찰 일이다. 



경향신문 / “안철수씨, 박정희 묘에 절하는게 새정치입니까”…‘중도’ 安의 딜레마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011550501&code=910100


[영상] 보신각에서도 레미제라블 ‘민중의노래가 들리는가’ 플래시몹

http://www.vop.co.kr/A00000714569.html





정치의 구도는 지난 28일 이후로 많은 것이 변했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6월 지방선거를 목표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정부여당은 본격적으로 자신들이 준비했던 구체제적 정책들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려 할 것이다. 시민사회는 이에 대한 성토를 그치지 않을 것이다. 현 대통령의 태도라면 앞으로도 대화와 타협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대로 현재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향후 이 갈등이 어떤 식으로 폭발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다만 올해가 갑오농민운동 120주년이 되는 해이며, 많은 시민들이 혁명에 대한 이미지들을 계속해서 주고 받고 있다는 점을 정치계는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