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3. 8. 26. 01:50

 Munk Debates의 "Will the 21st Century Belong to China?"(중국이 21세기를 지배할 것인가?)라는 토론. EBS에서 특집방송으로 해줬는데 정말 괜찮은 토론이었다. 




토론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파리드 자카리아와 니일 퍼커슨의

중국이 아프리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격론.

100분토론 같았으면 말싸움이 될만했는데도 여유있게 농담으로 받아치고 넘어간다.
이날 방송을 보면서 여러 면에서 한국은 토론문화에 있어서는 

여전히 후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북아시아 국제정세라면 도가 튼 한 사람인 헨리 키신저의 첫 토론발표.

느릿느릿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발표였다. 특히 인구문제에 대한 그의 지적과

중국 성장에 대한 서구국가들의 준비에 대해 지적했을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




자카리아는 경제, 정치, 지정학적인 문제에 대해 중국은 제대로 준비되어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칭화대 리 교수의 발언과 키신저의 반박 발언.
거듭해서 중국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며 이 발전의 정도는 과거 미국, 일본이 경험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키신저는 이 대목에서 격감하는 중국의 인구문제가 

현재의 중국 발전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이미 일본과 한국이 경험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식사하느라 제대로 못들었던 퍼거슨 교수의 발언.

중국이 21세기를 지배할 것이라며 인구통계학과 경제학적 관점에서 자신의 의견을 전개한다.



 흔히 오늘날의 중국 이야기를 하면 중국이 경제패권을 쥐고 세계를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단순한 의견을 주고 받게 된다. 하지만 이 토론을 보고 나면, 중국의 경제적 성장으로 인해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막연한 상상이나 장밋빛 환상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 미국 국무부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의 발언이었다.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진 않지만 대강 정리를 하면 다음과 같다. 



 1. 세계 제일을 향해 나아가는 중국이 앞으로 산적한 문제(중산층의 성장과 민주화 요구, 빈부격차, 인구격감, 인접국가와의 평화체제 구축)들을 해결해 나갈수 있을 것인가.
 2. 그 해결 과정에서 서구중심의 국제체제에 어떻게 편입이 될 것인가.
 3. 서구국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준비가 되어있는가. 



 이 과정에서 칭하대 리 교수가 한 말이 좀 웃겼다. 중국이 경제적 패권뿐만이 아니라 군사적 패권 또한 노리지 않겠느냐는 객석의 질문에 대해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의 조화를 꾀한다. 절대 군사적 패권이나 헤게모니를 지향하지 않는다. 중국은 조화를 말하는 유교적 정신으로 움직이는 나라다. 중국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유교적 마인드로 보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21세기를 지배하는 국가가 될거라는건지 아니라는 건지 혼돈이 가는 대목이다. 



 중국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유교적 마인드를 가진 국가가 주변 약소국에 여전히 하고 있는 만행, 특히 서북소수민족과 티벳 탄압, 그리고 여전히 강력한 검열정책을 아는 사람이라면 리 교수가 한 말이 얼마나 큰 궤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카리아는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넘어간다. 

 

  영국 제국, 그리고 오늘날의 미국의 사례를 봤을 때, 단순히 경제적 대국이 되는 것만으로는 세계를 지배하는 국가라는 칭호를 달 수는 없는 것 같다. 영국 제국의 경우에는 식민지확장을 통해 강압적으로 지배하는 방향이었다. 2차대전이후 국제체제는 UN에 의해 상징적/현실적으로 통제되는 평화지향적인 체제다. 그 가운데 미국이 헤게모니를 "사실상" 잡고 있는 것은 20세기에 경제대국의 지위를 차지함과 동시에 2차대전과 냉전으로 인해 급격히 증강된 군비를 대체로 세계경찰의 역할로 사용하고 있다는 도덕적 측면에도 큰 비중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아랍과 공산국가로부터는 대놓고 지지를 받지는 못하지만 미국이 통제권을 쥐고 있는 한 큰 전쟁은 발발하지 않고 대체로 평화는 지속될 것이라는 안정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바로 옆 나라이긴 하지만 중국군이 그렇게 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국제정치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또한 평화체제를 유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지배적 위치에 있는 국가가 하나인 경우에는 평화체제유지가 손쉽고, 이 구도가 제2강에 의해 깨지는 순간부터 세계는 혼란에 빠져든다. 현재 미국이 1강이라면 2강은 중국인 것이 자명한 현실인 만큼 리 교수가 말한 것처럼 중국이 미국에 덤비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평화적 체제를 유지하는데 중국이 '협조'를 한다면 사실 중국이 21세기를 지배하니 뭐니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이런 토론이 생기는 이유는 중국이 충분히 현재의 평화를 깰 수 있는 요소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근거로 가장 크게 지목되는 것은 여전히 공산국가라는 점이다. 리 교수에 의하면 '내부적으로는 많이 민주적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키신저의 말대로 여전히 중국은 공산당 1당지배체제인데다 10년에 한 번 꼴로 지도자가 바뀌는 국가에서 정치적 개선의 여지는 빠른 시일내에는 기대하기 힘들다. 


 다른 한 편에서 일본은 어떠한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사실 서구열강, 특히 미국은 지난 세기에 비해서는 많이 약해졌긴 하지만 세계정치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그런 미국의 전폭적 지원 가운데 20세기에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룩한 일본은 왜 세계패권을 쥘 수 없었는가. 애초에 평화헌법이라는 군사적 패권을 쥘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경제적 부흥을 외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고 하는 일본의 정치현황과 자민당의 헌법개정시도가 맞물리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세계는 중국만 쳐다보고 있을게 아니라 일본의 급격한 변화 또한 주목해둬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평화를 사랑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그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가져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한다면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깨지고 말 것이다.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없도록 노력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어떻게 하면 더욱 항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한-미-중-소-일 5국에 있어 필요하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토론의 세부적인 부분은 자세하게 적지 못할 것 같다. 어쨌거나 정말 흥미로운 토론이었다. 이 짧은 토론을 위해 이 네 명의 패널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준비를 해왔는지는 영상을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상은 유료가입자에게만 공개되고 있다. 대신에 토론 전문이 http://www.munkdebates.com/debates/china 에서 제공된다. 물론 무료회원으로 가입을 해야 한다. 






Posted by Cybercat
Thoughts2011. 4. 8. 01:07
 



 지난 3월 11일 토호쿠연안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연일 그 규모를 측정하기 힘들정도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다행히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만 여전히 여기저기 여진이 강하고 빈번하게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4월 초순이면 花見(하나미, 꽃놀이)를 생각하고 있을 일본인들이지만 지금은 가족 친지들이 이번 피해로 다치거나 돌아가신 분들이 많은 상황에 그럴 겨를이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피고 시간을 흘러가고 있습니다. 부디 일본이 하루 빨리 복구되길 바라며 이번 재해로 목숨을 잃은 일본인들의 명복을, 그리고 상처입은 분들의 빠른 회복을 기도합니다.

 많은 한국인들은 이번 일본의 막대한 피해를 보고 도외시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피해규모가 더욱 늘어난다는 보도에 가슴아파하며 어떻게 하면 일본에 원조품을 보낼수 있느냐는 연락이 제게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파악이 안되는 곳도 많은데다 구호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도로가 유실된 지역들이 많아 구호물품을 보내도 필요한 때에 전달되기 힘들거란 말에 낙담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상황이 나은 일본 도쿄의 카밀리아들을 통해 원조의 길을 터내보기도 하고 함께 돕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일에 함께 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요.

 그런데 한국과 일본에는 역사적 감정의 문제가 남아있어 이번 원조를 고깝게 보는 분들도 적지 않았던게 사실입니다. 특히 이분들이 예언하다시피 한 부분 중 하나가 독도에 관한 양국간 분쟁과 일제강점기에 대한 역사교과서 내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원조를 받고 뒤로는 분명히 뒤통수 칠거라는 말이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원조의 물결이 크게 휘몰아친 얼마 후 독도영유권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과 일제강점기 시기에 대한 역사교과서 내용이 전면개편되었다는 뉴스가 들어왔습니다. 한국으로부터의 큰 원조를 받으면서 국제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입지가 취약해지는게 아니냐는 생각이 일본정부의 행동에 깔려있는게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어쨌거나 혐일론자들의 예언은 적중했습니다. 그리고 너도 나도 함께 참여했던 일본원조의 손길이 뜸해지는 듯한 느낌이 이미 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는 말들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인 즉슨 "일본은 스스로 이번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재력과 능력이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랍니다. 제 기억에도 일본은 이번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이후에도 공식적인 국제원조를 신청했던 적이 없는 것 같군요. 그리고 대부분의 재해지원물품모집 및 모금도 웬만하면 일본내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었습니다. 그런 마당에 혐일론자들의 말은 우리가 그들을 돕는다는건 도움이 필요없다는데 가서 돕는게 아니냐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함께 이 난국을 타개해나가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그 키워드는 후쿠시마 원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최대 재해지역인 후쿠시마는 여전히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데다 날이 갈 수록 더해져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폭발을 막기 위해 퍼다부은 해수가 그대로 바다로 빠져나가 인접국인 한국과 중국의 해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으며 어제는 남서풍을 타고 핵물질이 한국으로 유입되어 비로 내렸다는 보도까지 나와 일본의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문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제 눈에도 일본 정부가 원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동북아시아와 태평양연안의 지구인들에게 방사능피해를 끼칠수 있는 극명한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미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마다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해수를 그대로 태평양에 흘려보내고 피해대책은 인접국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태도였는지 아니면 정말 그 방법밖에는 없어서 급박하게 그렇게 처리해버린건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입장과 태도도 달라지겠지만 웬만하면 돕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양국간,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좋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엄연히 이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은 일본인들입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시민들. 쓰나미로 집이 온데간데 없어져버린 사람들은 독도가 뭐든 교과서가 뭐든 일단 생존이 급박한 상황인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조상들의 잘못을 시인하려 하지 않는 태도를 가진 일부 극우파들의 이간질때문에 우리가 해야할 선한 일들을 하지 않으려는 몇몇 분들의 이야기와 마치 그것을 당연시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이들을 보자니 문득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한일간 문제와 인도주의적 지원문제는 분리되어야 합니다. 국가 이전에 사람의 가치를 아끼고 살리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국제정치의 문제 가운데서도 현 리비아 사태처럼 사람들의 생명이 일촉즉발 위협을 받고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국가간의 문제를 뛰어넘어 양국간의 인류애를 실현하는 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양국간에 높이 쌓여있던 감정의 벽을 허물어 갈 수도 있습니다.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협조와 화합을 일으켜내는 것 만큼 국제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또한 부차적인 효과이긴 하지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면서 오히려 국제정치적으로 해당 국가의 도덕적 행위를 높이 평가하는 나라들에 의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일본은 개발도상국과 아프리카에 상상을 초월하는 지원을 하며 UN과 각 국제정치기구에서 큰 소리를 내기 위해 '같은 편'을 만드는데 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국제지원에 인색한 우리로서는 국제적 입지라 해봤자 반기문총장, 축구선수 박지성, 피겨스케이팅선수 김연아정도에 의지하면서 '우리나라는 스포츠 잘해요. 유엔총장도 나왔어요. 우리나라는 삼성이랑 엘지, 현대같은 재벌도 있어요'하는 수준입니다. 가슴아픈 지적이지만 국제정치 전반적으로 실질적 도움될 거라고는 하나도 없는 간판뿐인 대한민국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런 인도주의적 접근도 국제정치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강한 카드중 하나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