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3. 8. 11. 16:08

 



아...얘들 처럼 시원한 바다에 풍덩풍덩 놀고 싶네...




 어젯 밤부터 서울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한낮더위와 30도에 육박하던 열대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원하고 건조했던 것이지만 정말 꿀맛이었다. 더운 땅 위로 찬 바람이 부니 새벽에는 제법 안개도 끼고 살짝 추위를 느낄 정도로 집안에 통풍이 잘 되었다. 게다가 집근처에 지나가는 고속도로에 차가 별로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적막하고 시원했던 밤이었다. 이 정도로만 남은 여름이 지나간다면 좋으련만. 


 대구, 왜관지역에서 겪었던 후텁지근한 더위 정도로 뜨거웠던 며칠. 여름에는 할 것과 하지 말 것이 저절로 구분이 되는게 느껴졌다. 나름 정해본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써본다. 



 1. PC를 오래 켜놓지 않는다. 


 봄, 가을에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지만,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PC의 열기가 방 안의 공기를 숨이 턱 막히게 하는데 한 몫 한다. 최근에는 CPU든 GPU든 엄청나게 열을 내뿜는 제품들이다보니 새로 나온 PC모델들은 저마다 '최고 성능의 쿨러'를 달았다고 홍보를 한다. 그 최고 성능의 쿨러 덕에 PC가 있는 방은 그렇지 않은 방에 비해 2~3도는 더 높게 느껴진다. 정말 할 일만 간단히 하고 꺼놓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단순히 PC만 그런게 아니다. 요즘엔 열이 많이 안나는 스탠드도 있다고 하지만 대체로 빛이 나는 녀석들은 열이 엄청나게 나게 마련이다. 내가 쓰는 삼파장스탠드는 조금만 켜놓고 있으면 난로가 따로 없다. 



 2. 짜증내지 않는다. 


 후텁지근한 날씨가 되면 불쾌지수도 함께 높아진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도 더한 것 같다. 작년에는 덥다고 그리 짜증내거나 투덜거린 적은 없었는데 올해는 그다지 성질 부릴 줄도 모르는 나부터가 말이 곱게 안나가고 있다. 반성한다. 


 짜증이란 건 한 사람이 방아쇠를 당기면 연쇄적으로 반응이 오는 전염성이 강한 녀석이다. 꼭 여름이라서가 아니라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라도 짜증보다는 유쾌한 생각을 하며 지내야겠다. 



 3. 뙤약볕을 만만히 보지마라. 


 요전에 뙤약볕 아래서 달리기하고 며칠을 고생했던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아무리 건장한 청년이더라도 뙤약볕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열사병이란게 체온은 오르는데 열이 배출이 안돼서 걸리는 것인 만큼 피치못하게 한낮에 뭔가 할 일이 있다면 햇볕을 최대한 가리고, 물을 꾸준히 마셔야 한다. 그러고보니 일본에서 열심히 500ml 코카콜라가 100엔 하길래 열심히 마셨던 기억이 나네...



 4. 먹는데 돈 아끼지 말자. 


 잘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이상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때 되면 몸보신 핑계라도 대서 오랜만에 친구도 만나서 식사하거나, 가족들과 함께 시원한 냉면이나 팥빙수라도 먹으러 가면서 서로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것도 좋겠다. 



 5. 더운데만 집중하지 말자. 


 더위를 잊으려면 다른데 더 집중하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 그게 맞는 것 같다. 덥다 덥다 하면서 더위에만 집중하면 도통 하려던 일도 안되고 더 덥게 느껴진다. 그러느니 차라리 뭔가 집중할 만한 것을 찾아서 하는게 좋지 싶다. 아니 차라리 럴 시간에 시원한 데를 찾아가거나, 그럴 여력이 안된다면 뭔가에 푹 집중할만한 걸 찾아서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어제 시간을 내서 집안 대청소와 빨래를 마치고 목욕까지 했는데 정말 그러는 동안에는 땀은 흘리지만 덥다, 덥다 하면서 투덜거리게 되진 않더라. 


 



 이렇게 정리해보니 더위를 쉽게 나는 건 내가 더위를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활에 열을 뿜어내는 것들을 그만 두고, 아끼는 가족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서로 채워주고 유쾌하게 보내려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피서가 아닐까 한다. 


 이젠 PC를 끄고 다시 찬물을 받아 탁족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남은 오후를 보내야 겠다. 오늘은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될만해서 너무 좋구나. 





Posted by Cybercat
Personal Log2013. 8. 8. 22:01






2013년 8월 8일 저녁 9시경 날씨. 해가 졌는데도 30도다. 




 요 며칠 가운데 이렇게 더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삼십평생 웬만한 더위는 참고 살아왔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며칠 더위먹고 앓아봤더니 지레 겁이 나더라.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시간이 아니면 켜지도 않던 에어컨을 냉큼 켰다. 에어컨도 더위를 먹었는지 한참을 더운 바람만 나오더니 오분 정도 지나서야 찬 기운을 내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서야 어질어질하던게 나아졌다. 그렇게 운동도 하고 잘 먹었는데 이렇게 쉽게 뻗어버리다니.


 아홉시가 다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기온은 30도를 넘나들고 있다. 정말 참기 힘든 더위란 생각이 든다. 해가 졌는데도 습한 온풍이 불고 있으니 창문을 열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싶어서 주섬주섬 미뤄놨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덥다는 생각이 사라진다. 오래 전 어르신들께서 '사람은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병이 안들어. 특히 여름에는 말야'라고 하셨던게 기억났다. 그게 틀린 말이 아니었구나. 


 미뤄놨던 일이란게 특별한 건 아니다. 어제 달리다 물에 텀벙해서 급히 빨아 둔 운동화를 정리하고, 이런 폭염에 나처럼 지쳐버린 집안의 화초들을 가꾸는 일이다. 그런데 세상에나. 운동화 곳곳에 접착이 떨어져서 너덜너덜한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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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접착제로 얼추 붙여놓고나서 찍은 사진. 하지만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다 닳아빠진 건 아니지만, 벌써 그리 떨어지기 시작하면 내구도가 많이 떨어진게 확실하니까. 하기사 이 녀석으로 150km도 더 뛰었으니 너덜너덜해질 만도 하다. 아무리 순간접착제라고 해도 바로 신고 달리기는 그러니 오늘은 쉬어주는게 맞지 싶다. 뭐...이러다 이따가 맘이 동하면 또 나가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정말 몇 년 만에 흙을 손에 뭍혀본건지 모르겠다. 선물로 받은 이름모를 화초를 마트에서 사온 대나무화분에 옮겨 심고 진흙투성이었던 흙도 신선한 녀석으로 갈아줬다. 남은 것은 집안에 있는 큰 화분에 몰아줬다. 한 시간 정도 화초 정리를 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강아지나 고양이 녀석들 데리고 놀때와는 다른 그런 마음의 기쁨이랄까.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번에도 기르는데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조마조마하는 마음이 있다. 


  땀이 흠뻑. 허리가 지끈. 그래도 마음은 쾌적하다. 덥다고, 바쁘다고 돌보지 않았던 것들이 너무 많았구나. 이젠 한 집에서 다 같이 기분좋게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기분이 좋아지는 저녁이다.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