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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23 덕수궁 프로젝트
Personal Log2012. 9. 23. 02:18

 

 

 

 

오늘은 <덕수궁프로젝트> - 덕수궁미술관전을 보고 왔다.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 가을 날씨를 지금 아니면 만끽하기 힘들기에, 조금 더 열심히 다녀야겠다 하던 차에 알게 된, 정말 괜찮은 현대미술전시회다. 가슴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이 곳 경운궁(덕수궁)에서 작가들의 역사적 상상력이 어떻게 발휘되고 있는가를 초점으로 관람하면 더욱 이해하기 쉬운 전시회로 다가올 것이다.

 

오늘은 생각보다 늦은 시간에 출발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한 번에 몰아서 보게 되었는데, 시간과 공을 들여 봐야하는 비디오아트, 설치미술을 감상할 때는 좋은 태도는 아닌 것 같다. 물론 내가 예술적 시각이 충만하다면 한 번만 봐도 느낌이 올텐데 왠지 모르게 최근에는 그게 잘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서 한 작품당 5분 정도는 들이고 있다. 이런 태도는 사진을 볼 때 참 유용하고 좋다.

 

안 좋은 습관이 든 건 딱 하나, 감상을 노트하지 않는 습관이랄까. 글로 표현해낸다는게 너무나도 어색하게 느껴진 게 언제였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거나 다음부터는 조금씩이라도 기록을 해야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오늘 관람객중 하나가 보여줬던 건데, 입장시 받을 수 있는 브로셔를 노트로 사용하는 방법인 것 같다. 작품에 대한 설명도 되어있고 하니 조금 더 깊이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가장 인상깊게 봤던 건 서도호 작가의 <함녕전 프로젝트-동온돌, 덕수궁 함녕전>이란 작품이었다. 사람들이 너무 모이는 바람에 전부를 감상하지를 못했던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영두 퍼포머가 검은 보료 세 채 위에서 취하는 모든 몸사위가 "국가 존망의 위기 상황에서 군주의 신분으로 한 시대를 살았던 고종이라는 인물의 내적 갈등과 불안"[각주:1]을 표현해준다.

 

여기서 작품 감상 전부를 소개할 수는 없지만, 역사적 배경과 오버랩되는 이들 작품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은 아마 이 곳에 오는 한국인이라면 모두 동일하게 느끼는 것이리라. 단지 가슴아픈 역사라고만 해놓고 어딘가 자신의 기억속 한 켠에 처박아두고 사는 게 우리들의 모습이다. 이제는 먹고 살기 힘든 세상, 과거야 어찌됐던 상관없다는 태도로 살아온게 지난 수십여년간의 우리들의 삶 아니었던가. 이제는 이렇게 예술로도 재발견되고, 역사적으로도 재발견된다는 것이 적잖이 큰 위로가 된다.

 

수준급의 예술 작품들이다. 그 의의를 찾아내는데는 평범한 관람객으로서는 알아내기는 힘들겠지만, 잠시간 머무르면서 생각에 잠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작품에 대한 예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은 가족단위로 찾아온 분들이 꽤 됐었는데, 여전히 자녀들이 여기저기 시끄럽게 뛰어다니도록 내버려두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나도 할 말은 없다. 직원에게 제지받을 때까지 전화를 받고 있었으니... 앞으로도 조심해야겠다.



 

 

 

노란 불빛이 보이는 곳은 석어전. 이수경 작가의 <눈물>, 김영석 작가의 <Better Days>를 만나볼 수 있다. 건너편으로 덕흥전이 보인다. 하지훈 작가가 <자리>라는 작품으로 이 곳에서 벌어진 변형과 왜곡을 형상화하여 보여준다. 전각에서 펼쳐지는 설치예술품들은 직접 안에 들어가서 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밖에 나오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주말을 맞이해서 많은 이들이 이 곳을 찾아왔다. 역시 밤9시까지 개장하는 곳인지라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오늘은 전통음악콘서트가 개최되는 날이었던지라 나가는 길에도 사람들이 계속 입장하고 있었을 정도. 다음에 한 번 더 와서 깊이있게 감상하고 가야겠다. 오랜만에 카메라에 필름도 로딩해서 가봐야겠다.

 

 

 

 

 

  1.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프로젝트" 안내서 中 1. 서도호, 함녕전, <함녕전 프로젝트-동온돌, 덕수궁 함녕전>을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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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