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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26 오랜만에 배꼽을 쥐고 본 영화 "간첩"을 소개해볼까.
Thoughts2012. 9. 26. 03:07

  

 

 

 오늘은 황장엽이 '남한에 5만의 간첩이 있다'고 한 것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영화 "간첩"을 보고 왔다. 올해는 대선도 있고 안그래도 시대착오적 반공주의자들 덕분에 애먼 시민들 간첩소리 들었던게 몇 년 전 이야기인데, 참 민감한 시기에 이런 영화가 개봉되나 했었다. 그래서 보나마나 그런 사람들 간지러운데 긁어주는 영화려니 했었기에 9월달에 볼 영화 리스트에선 제외시켰던 영화였다. 하지만 역시 편견은 금물. "광해"가 은근 매진행렬이었던지라 차선책으로 "간첩"을 선택했던건데, 보고나서는 "아, 정말 재미있었다. 한 번 더 봐도 괜찮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보는 내내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고, 액션장면에서는 다들 팝콘 씹는 일도 없이 집중하게 될 정도로 몰입도가 상당한 영화였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어쩌면 보기 불편한 장면들이 나오지 않을까 내심 마음의 방어를 하면서 봤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장면들이 의외의 시니컬함을 내포하고 있었을 줄이야. 영화 전반적으로 간첩들의 대사는 남한의 경제적 어려움에서 오는 투덜거림, 그리고 소위 "좌빨들이 수꼴이라 부르는 자들"의 비아냥거리는 말이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그런 말들을 북한간첩들이 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게 아닌가. 한우를 애지중지 키우는 간첩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걸 반대하고 한미FTA를 반대하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인터넷검색만 하면 웬만한 내용은 다 검색이 되는 시대에 간첩이 할 일이 없다면서 '박정희때가 좋았지'하며 너털웃음을 짓는 노인 간첩의 아련한 추억은 소위 수꼴이라 불리는 자들의 내러티브를 대놓고 비꼬는 장면이다. 아니 어쩌면 양측을 모두 비꼰게 아닐까. (아니면 내가 배배꼬아서 생각한 나머지 잘못판단한걸까.)

 

 어쩌면 감독은 평범한 시민들이 간첩소릴 들었던 것을 가지고 진짜 그들이 간첩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으로 제작했던 것 같다. 솔직히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해봤자 얼마나 하겠으며, 웬만한 정보가 인터넷에 도는 마당에 간첩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말도 안되는 소리로 영화를 만드니 이런 재미있는 영화적 현실이 펼쳐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에게 웃음을 전달해준다. 웬만하면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하는 나조차도 '참 재미있게 봤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괜찮았던 영화였다. 간첩이란 제목에 껄끄러움을 느꼈던 분들에게도 추천해본다. 액션장면도 상당히 좋다. 총격전에선 히트를, 격투전에서는 본 시리즈를 연상케 했을 정도니. (카메라 워크는 그런쪽은 아니지만.) 아니, 내 평가보다 여기 출연하는 명배우들의 라인업만 봐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간첩신고 보다 무서운 건 물가상승?'

전세값에 쫓기고, 복비 10만원에 목매고, 소 키우기 바쁜 사람들이 간첩이란다. 어제까지 내 이웃, 동료, 가족으로 평범하게 살아온 이들에게 북의 지령이 내려진다. 먹고 살기 바쁜데 지령수행까지 해야 할 판이다. 한동안 끊긴 지령으로 본인의 간첩인지도 잊고 사는 이들의 좌충우돌 이중 첩보생활이 시작된다.

영화 '간첩'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어둡고 비장한 간첩의 이미지를 벗어나 먹고 살기도 바쁜 생활형 간첩들의 사상 초월 이중 작전을 그린 리얼 첩보극을 그렸다.

최근 '연가시'로 흥행배우 대열에 합류한 배우 김명민은 이번 영화로 2연속 흥행을 노린다.김명민은 극중 머리 회전이 빠르고 말솜씨가 탁월한 암호명 '김과장' 역을 맡았다. 간첩들의 리더로 타고난 재주를 발휘 비아그라 밀수와 불법판매를 하며 가족들을 부양하는 인물을 표현한다.

전작에서 보여준 '캐릭터 맞춤 몸연기'는 없지만 김명민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편안한 생활 연기가 묻어나는 캐릭터다.

전작 '왕의남자', '전우치', '부당거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개성강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 유해진은 영화에서 먹고 살기 바쁜 이들에게 지령을 전달하러 내려온 북한 최고의 암살자로 암호명 '최부장'으로 등장해 세련되면서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이 영화의 홍일점인 배우 염정아는 지도 파악 능력을 살려 부동산 중개인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암호명 '강대리' 역을, 변희봉은 북에서 맨손으로 헤엄쳐 내려온 간첩계의 산증인인 암호명 '윤고문' 역으로 극의 흥미를 더한다.

이번 영화로 첫 스크린 데뷔에 오른 정겨운은 뛰어난 해킹 실력을 갖췄으나 남파 후 귀농을 선택해 소를 키우며 FTA 반대 시위에 앞장서는 '우대리' 역으로 변한다.

우민호 감독은 "대중들에게 두려운 존재로만 인식되고 있는 간첩들이 남북 관계가 원만해진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작품을 구상했다며 "간첩들도 사람이고, 아버지고, 어머니고, 노인이고, 청년이며 우리와 똑같이 고민하고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영화 제작의도를 밝혔다.

간첩의 틀을 파괴한 러얼 첩보극 영화 '간첩'은 추석 개봉예정이다.

 

 

 

- Youtube 노컷뉴스 영상에 등록된 내용

 

p.s. "간첩 화이팅!이라니"...ㅋㅋㅋ

 

p.s. 2. 생각해보니...오늘 트윗에서 배우 변희봉님의 성함을 변희재라고 썼었구나. 아...이게 무슨 망신이냐...ㅠ.ㅠ 죄송합니다. 그나저나...변희재...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다음 기대작인 007스카이폴. 오래전부터 007시리즈 팬이었기에 사람들이 아무리 007시리즈를 별로라고 해도 나는 꼭 본다.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