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13. 11. 12. 12:15



카르마 경영

저자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출판사
서돌 | 2005-09-12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카르마-인생은 마음에 그리는 대로 이루어진다.카르마는 업(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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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카즈오(稲盛和夫) 전 교세라 회장의 「카르마경영カルマ経営」을 읽었다. 원래는 아버지께서 동생에게 먼저 읽으라고 권해주신 책인데 동생이 영 읽을 시간이 안되다보니 내게 왔다. 삼성의 누가 읽었네 CEO들이 강력추천한다네 하는 그럴싸한 겉포장이야 경영일반서적이 갖춰야할 덕목인 듯하다. 경영, 경제와 같은 실용학문과는 거리가 먼 아버지께서 어쩌다 이 책을 집으셨는지는 도통 말 수가 적으신지라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왠지 우연히 집어 읽었던 책으로부터 상당한 통찰력을 얻으신 덕에 평생 안하셨던 독서권장을 하신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침부터 단숨에 읽어내려 두 시간 반 정도에 다 읽을 정도의 밀도를 가진 책이다. 중반 이후로부터는 거의 동어반복에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서 강조하는 식의 내용이며 나중에는 은퇴후 불교에 귀의하면서 깨달은 점을 설파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경영인들이 왜 많이 읽었는지 알 것 같다. 서양의 경영일반지침서들이 알려주는 경영의 정도(正道)와는 다른 동양적인, 자기성찰적인, 불교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자기정진, 조화, 이타성 등 개인적인 윤리, 도덕적 성장의 차원을 회사라는 공동체를 너머 전인류에게까지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자 한다면 성공한다고 이나모리 카즈오는 독자들을 설득한다. 과연 개인과 자회사만의 이익을 도모하는 대다수의 기업주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길을 제시하는 책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돌아다니는 온갖 좋은 말들은 다 여기다 가져다놓은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한 편에서 느낀건 여전히 그가 구시대적인 시각에서 노동과 개인의 행복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나모리 카즈오는 과거 일본인들이 가졌던 근면성을 상기시키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정진이며 행복을 향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정시퇴근하고 안락히 노는 것을 비판하며 그것으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까지 한다. 그것은 이나모리 카즈오 개인의 경영인으로서의 성공에 대한 철학일 뿐 상당수의 노동자들의 것은 아니다. 경영인으로서의 비전을 가진 그는 행복하고 성공했겠지만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개인이 꿈꾸던 것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며 불행하게 산다는 점을 그는 경영인 답게 간과한다. 야근야근열매를 먹으며 메말라가는 한국의 노동자들의 단위시간당 생산성은 OECD국가중 하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노동자들에 대한 선한 대우, 함께 더 나은 회사를 만들어 사원복지가 좋게 하자고 설득하는 그의 모습, 퇴임후 일관적으로 보여줬던 이타적인 자세, 모두를 위한 회사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과 성취 등 이 시대의 CEO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디테일한 덕목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한국에서는 몇몇 대기업 임원진들이 숱한 물의를 일으키고도 배짱이지만, 이나모리 카즈오가 이야기하는 몇몇 사례들을 통해 그가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더 많은 혜택과 지지를 아낌없이 보낸 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일관되게 보여주는 인격과 방향성, 자기개발노력은 분명히 직원들의 존경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마지막 장은 거의 불교서적이다. 일반화하기 힘든 개인적 성찰에 관한 장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도 수미일관적으로 자기성찰과 일생을 통해 배운 것들을 통해 '성공하는 경영'이란 '도덕적이고 정직한 경영'이란 주장으로 마무리를 한다. 맹목적인 CEO들이 경영은 안하고 자기수행에 빠지는 게 아닐까 걱정되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돈 버는 사람들이 그러기는 쉽지 않다는게 위안이 된다. 


많은 경영일반 베스트셀러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 책도 읽는 이로 하여금 '내가 잘하면 다 잘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기 뱃속만 채우는 대기업임원들에게 따끔한 회초리와 같은 책이다. '나만 잘 되면 돼'라는 과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구호처럼 많은 임원들이, CEO들이 이기주의적인 경영을 한다. 이 책을 읽었다는 삼성의 누구는 이 책이 그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였을게 분명하다. 여전히 많은 CEO들이 남을 위한 경영보다는 나와 가족을 위한 경영을 한다. 그런 가운데 감히 그는 남을 위하며 살고, 보편적인 도덕 기준 가운데 모두를 위해 경영하라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은 많은 경영인들이 경영의 태도를 바꿔나간다면 존경받으며 크게 성장하는 열매를 맛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