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Log2013. 8. 10. 01:32




2년 전 겨울 풍경
이때는 따뜻한 나날들이 그리웠는데...




 연일 열대야다. 잠을 제대로 못이루는 날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부에는 연일 비온 뒤지만 남부에는 비소식도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열사병으로 두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올해 더위는 정말 무서울 정도다. 이럴 때일 수록 지혜롭게 더위를 지내야 하는데 생각처럼 모든게 잘 되어주면 좋으련만... 그래서인지 더위 따위야 하면서 참고 살던 내가 이 나이가 들어서야 피서(避暑)를 어찌해야 하나 하며 파닥거리고 있다. 





단원 김홍도의 관산탁족



 우리 조상들은 너른 나무 그늘에서 쉬거나 시원한 물이 흐르는 냇가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피했다고 한다.[각주:1] 계곡을 찾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보다.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걸 탁족(濯足)이라고 하나보다. 


 위 그림은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단원 김홍도의 관산탁족이란 그림이라는데 저런 계곡에 홀로 앉아 시원하게 발을 담그고 있을 수만 있다면 정말 만사 제켜놓고 가고 싶어질 정도다. 그런데 어디 우리나라에 저렇게 좋은 계곡이 어디 있던가. 계곡마다 음식점 차려놓고 콘크리트로 물막이 해서 수영장 만들어 놓고...그 덕에 다같이 탁하고 더운 물에서 노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지 않던가. 


  요즘들어서는 날씨가 아예 아열대성 기후지대의 여름처럼 날씨가 바뀌어가는 듯 하다. 그렇다면 그 지역 사람들의 피서방법처럼 보내야 하는게 아닐까. 그런데 그 지역에 사는 사람과 트윗해본 기억으로는 그 지역은 비가 하도 와서 어쩔때는 춥기까지 하다고 한다. 오히려 긴팔 스웨터를 챙겨 다닐 정도라니...


 어쩌면 앞으로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여름이 가장 보내기 힘든 습하고 더운 나라가 되어버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피서는 단순히 더위만을 피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더위 때문에 몸에서 빠져나간 영양분을 넉넉히 보충해주고 기력을 되찾는 것도 피서의 일환이어야 하지 않던가. 때마침 휴가를 얻은 친구와 함께 오늘은 나름 포식을 하는 날로 잡았다. 그런데 우린 삼계탕이나 보신탕이 아니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삼겹살집을 찾았다. 삼겹살. 생각만 해도 힘이 솟는다.



 우리는 게눈 감추듯 삼겹살을 먹고, 근처 커피샵에서 시원한 차를 마시고, 또 근처에서 눈꽃빙수를 하는 집에서 클래식한 우유빙수를 먹었다. 오랜만에 사람구경도 하고 수다도 떨었다. 그러고나니 저녁 일곱시다. 시간도 빠르고 내 배가 먹었던 걸 소화시키는 속도도 빠르다. 집에 돌아와서 땀에 흠뻑 젖은 옷가지를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샤워를 하고 몸무게를 재어보니 이게 왠일인가... 먹은만큼 몸무게가 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애초에 오늘 먹은 만큼 빠져있었던걸까. 



 열심히 챙겨먹고, 시원한 곳에서 수다를 떨고나니 어제까지 내 몸과 마음을 짓누르던 더위가 한결 가신 것 같다. 어제까지 아프던 허리도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다. 기운이 나고, 멈췄던 독서도 다시 할 마음이 돌아왔다. 역시 더울 땐 먹을 복이라도 있어야 견뎌낼 수 있는건가보다. 








  1. 옛 사람들의 피서방법을 그림을 통해 소개한 좋은 블로그가 있어서 소개한다. http://blog.daum.net/sixgardn/1577061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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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Log2013. 8. 8. 22:01






2013년 8월 8일 저녁 9시경 날씨. 해가 졌는데도 30도다. 




 요 며칠 가운데 이렇게 더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삼십평생 웬만한 더위는 참고 살아왔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며칠 더위먹고 앓아봤더니 지레 겁이 나더라.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시간이 아니면 켜지도 않던 에어컨을 냉큼 켰다. 에어컨도 더위를 먹었는지 한참을 더운 바람만 나오더니 오분 정도 지나서야 찬 기운을 내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서야 어질어질하던게 나아졌다. 그렇게 운동도 하고 잘 먹었는데 이렇게 쉽게 뻗어버리다니.


 아홉시가 다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기온은 30도를 넘나들고 있다. 정말 참기 힘든 더위란 생각이 든다. 해가 졌는데도 습한 온풍이 불고 있으니 창문을 열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싶어서 주섬주섬 미뤄놨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덥다는 생각이 사라진다. 오래 전 어르신들께서 '사람은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병이 안들어. 특히 여름에는 말야'라고 하셨던게 기억났다. 그게 틀린 말이 아니었구나. 


 미뤄놨던 일이란게 특별한 건 아니다. 어제 달리다 물에 텀벙해서 급히 빨아 둔 운동화를 정리하고, 이런 폭염에 나처럼 지쳐버린 집안의 화초들을 가꾸는 일이다. 그런데 세상에나. 운동화 곳곳에 접착이 떨어져서 너덜너덜한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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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접착제로 얼추 붙여놓고나서 찍은 사진. 하지만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다 닳아빠진 건 아니지만, 벌써 그리 떨어지기 시작하면 내구도가 많이 떨어진게 확실하니까. 하기사 이 녀석으로 150km도 더 뛰었으니 너덜너덜해질 만도 하다. 아무리 순간접착제라고 해도 바로 신고 달리기는 그러니 오늘은 쉬어주는게 맞지 싶다. 뭐...이러다 이따가 맘이 동하면 또 나가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정말 몇 년 만에 흙을 손에 뭍혀본건지 모르겠다. 선물로 받은 이름모를 화초를 마트에서 사온 대나무화분에 옮겨 심고 진흙투성이었던 흙도 신선한 녀석으로 갈아줬다. 남은 것은 집안에 있는 큰 화분에 몰아줬다. 한 시간 정도 화초 정리를 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강아지나 고양이 녀석들 데리고 놀때와는 다른 그런 마음의 기쁨이랄까.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번에도 기르는데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조마조마하는 마음이 있다. 


  땀이 흠뻑. 허리가 지끈. 그래도 마음은 쾌적하다. 덥다고, 바쁘다고 돌보지 않았던 것들이 너무 많았구나. 이젠 한 집에서 다 같이 기분좋게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기분이 좋아지는 저녁이다. 


 

  

Posted by Cybercat
Personal Log2013. 8. 8. 03:33



시부야(渋谷)역 앞에서



 여행을 그리 많이 다녀본 것도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의 여행준비의 철칙이 있다. 최대한 짐의 양을 줄이는 것. 그리고 단순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실제로 캐리어 하나 싸고 검토하는데까지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아마 남자라서 그런걸까나. 여행하면서 필요한게 갈아입을 옷, 적당한 여비, 메모장과 볼펜, 세면도구, 화장품 정도이기에 별 고민도 안하고 가방에 집어넣다 보면 생각지도 못하게 내용물이 상당히 빈약해보이는 채비가 된다. 그래도 여행하는 가운데 한 번도 부족한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가능한게 아닐까.  


 정 부족하면 기념품 사는 겸 치고 쇼핑할 때 사는 것도 괜찮다. 나는 주로 옷가지를 사곤 한다. 이번 일본여행때도 바지 하나를 골라 들었는데, 나름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건만 왠걸...어울리는 셔츠가 없었다. 하지만 후회는 안한다. 그 후텁지근한 일본에서 시원하게 다닐 수 있었으니.

 일본의 더위는 한국과 뭔가 상당히 다르다. 습도가 항상 높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도쿄보다 서울쪽이 더 꾸준히 높다. 아무래도 해양기후라서 그런가. 어쨌거나 한쪽 손목엔 똑딱이 카메라, 등에는 노트 하나 들어있는 백팩, 땀에 흠뻑 젖은 몰골로 대놓고 '나는 여행객'이라는 모습으로 뻔질나게 다녔으니 여한은 없다. 마음놓고 다니는 데 방해되는 것들은 과감히 빼는 식으로 하다보니 항상 가볍고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여유있게 쇼핑하거나 할 수 있었던 여정은 아니었던지라 그저 가보고 싶었던 데를 헤매는 정도에서 그친 여행이긴 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하는 것은 때마침 일본은 참의원선거기간이었고 여정 가운데 총선투표와 결과를 현지에서 볼 수 있는 멋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번 참의원선거에서는 아베노믹스의 평가, 원전vs탈원전(결코 후쿠시마 원전폐기에 관련한 것이 아니다), TPP성사여부 등이 핵심 이슈였던 것 같다. 도쿄는 얘기듣던 것과는 달리 정말 날씨만큼이나 선거로 뜨거웠다. 


 TBS뉴스를 본 기억을 더듬어보자면...결과는 자민당의 압도적 압승. 그리고 일본 유신회의 약진. 우리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우경화지만 이번 선거후 결과에 대해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말들이 많이 들렸던 것 같다. 개인적 소견이지만, 저성장으로 허덕였던 일본에 서광이 비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게 아닐까. 그런 상황이라면 자민당을 선택하지 않을 하등 이유가 없었을게다. 


 다른 각도에서 주목했던 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말뚝테러의 장본인, 스즈키 노부유키의 도쿄도 출마였다. 선거가 있기 하루 전, 7월 20일 오후였던가. 지나가던 한 백발노인이 지팡이로 가리키며 '이런 놈이 나오다니'하며 혀를 끌끌 차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물론 그는 낙선했다. 일본인들로서도 이런 말썽꾸러기는 No thanks였을게다. 


 의외의 현상으로 뉴스에서 지목된 것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배우출신인 야마모토 타로가 당선되고 다른 한 편에선 공산당으로 출마했던 여성후보가 당선되었다는 것. 둘 다 탈원전을 부르짖은 인물들이다. 그만큼 도쿄도는 탈원전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 아닐까. 어쨌거나 자민당의 압승으로 네지레국회[각주:1] 상황은 벗어났다고 아베 총리가 싱글벙글하는 걸 보고 있노라니 참...



 어쩌다보니 여행채비관련 글이 아니라 일본정치경험담이 됐네...




※이번
참의원선거결과에 대해 소개한 블로그 글을 보니...내가 본게 틀리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 한국에서는 여소야대라고 불리는 것처럼 중의원에서는 여당이 다수석을 차지하나 참의원에서는 야당에 압도되면서 여당이 제 힘을 발휘못하는 상황을 지칭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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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Log2013. 8. 7. 02:12




 일본 여행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여러 점포를 들락거리며 겪었던 점원들의 친절함에 관한 것이었다. 비록 가게 나름이긴 하지만 대체로 스미마셍 한 마디로 시작되는 이런 저런 질문에 끝까지 책임지고 알려주려 노력한다. 이런 점원들의 노력이 매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스타벅스 커피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타워점에서 느꼈던 것이었다. 뜨거운 여름, 땀에 흠뻑 젖어 지친 얼굴로 시원한 음료 하나를 주문했다. 그런 내게 밝은 미소와 Thank You 한 마디를 써서 건네주는 점원의 친절함은 시원한 그린티프라푸치노 한 잔보다 더 시원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웬만한 스타벅스 매장의 서비스는 동종 업계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는다. 같은 돈 주고 마시는 커피라면 개인마다 다른 취향의 차이는 차치하고서라도 함께 가는 이와 기분좋게 마시고 싶은 나로써는 항상 스타벅스를 즐겨찾게 된다. 그리고 그 친절함을 일본에서도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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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Log2013. 8. 6. 04:19


며칠간 일본에서의 여정 가운데 TV를 볼 시간이 그다지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TV를 켜면 나왔던, 기억에 선명히 남았던 광고 몇 개를 Youtube에서 찾아서 올린다. 사실 기억나는건 더 많은데 Youtube에서 찾을 수 있는게 많지 않았다. 





日清食品 カップヌードル「氷入れすぎた」水原希子

TV만 켜면 나왔던 그 광고 첫 번째. 화장품, 명품선전에만 나오는 미즈하라 기코인줄 알았는데 이런 광고를 찍다니! 그래서인지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나저나...이 컵라면, 꽤 맛있다. 







Sapporo Premium Alcohol Free - Keisuke Kuwata - Saegusa Kokoro

TV만 켜면 나왔던 광고 그 두 번째. 케이스케 쿠와타의 걸쭉한 노래와 코믹한 영상이 일품. 두 세번 보다보니 노래가 외워질 정도. 일본에는 한낮에도 맥주 광고가 가능한가보다. 담배도 자판기에서 파는 나라인 만큼 미성년자의 흡연/음주 문제에 있어서 자신이 있는 것 같다. 실제는 뭐 어느 나라나 그렇듯 술담배하는 미성년자가 있긴 하겠지. 어쨌거나 삿포로가 무알콜 맥주를 광고할 정도면 정말 자신있나보다.







30s 新垣結衣 CM KOSE コーセー 雪肌精 「すっぴん、がんばる」篇

TV만 켜면 나왔던 광고 그 세 번째. 아라가키 유이의 화장품 광고. 그냥  아...하고 넋을 놓고 보게 되는 그 광고.
맨얼굴이 좋아. 갑자기 들으면 곤란하긴 하지...그래서 요녀석을 바르며 홧팅하자는 광고. 





SUZUKI ワゴンR「発電エコカー」渡辺謙

인셉션에 등장했던 와타나베 켄의 스즈키 왜건R 발전에코카 광고.
이거 말고도 다양하게 있는데 와타나베 켄의 광고가 제일 호소력 있었던 것 같다. 



이 외에도 뭘 먹으면 아줌마가 막 젋어지는 애니메이션 광고도 있었는데 그건 못찾았다. 일본 광고를 다 알아들을 정도로 실력이 좋아졌어야 했는데...1년을 다른 언어에 쏟아부은 결과 지금은 그냥 폐 안끼칠 정도. 어쨌거나 일본 광고는 참 재미있다. 한국과 많이 다르다. 그리고 벤치마킹할만한 좋은 광고도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한국에도 일본풍 광고가 보이기도 하는데, 광고가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카피의 영역이기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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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Log2013. 8. 6. 03:34




:::Nike+를 이용해서 계측한 연간 러닝 데이터:::




  문명의 발전 덕분에 이제는 달리면서 GPS와 무빙센서를 통해 자신의 달리기 데이터를 꾸준히 기록할 수 있다. 굳이 Nike+제품을 이용하지 않아도 안드로이드폰 유저들은 이와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이용하면 비슷한 정도의 기록은 가능하지 싶다. 그러나 대체로 최신 안드로이드폰이 한 손에 쥐고 뛸 정도로 작은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주머니나 암밴드를 사용해야하지 싶다. 그런데...안드로이드폰용 암밴드가 있었던가...아이폰이나 아이팟은 이런 면에서 참 좋은 것 같다. 나는 대체로 아이팟을 이용해서 뛴다. GPS기능이 없긴 하지만 꽤 정확하게 거리측정도 해주고 특히나 만보계가 있어서 뛰기 싫은 날에는 적당히 걸으면서도 이용이 가능해서 좋다. 하지만 아이폰을 이용한다면 더욱 구체적이고 쓸모있는 정보를 기록하며 뛸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암밴드를 사지 않아서 일단은 손에 쥐고...oTL...


 6월 하반기부터 뛰기 시작해서 벌써 8월이다. 3개월째 러닝을 하니 이제는 안뛰면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 정도다. 하지만 며칠째 더위먹어서 헤롱거린 결과 8월 러닝은 그다지 많지 않지 싶다. 그리고 운동화는 정말 내 발이 맞는 제대로 된 것을 구해야겠다. 지금 신고 있는 녀석도 나쁘진 않지만 계속 이것만 신고 달리다보면 쿠션감이 점점 안좋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달리기 속도는 점점 개선되고 있다. 적어도 평균 6분/km 선이다. 사실 이 평균속도는 달리기 기록 초반과 후반에 마무리 걷기까지 기록하기 때문에 그런거고 실제로는 3~5/km대로 달리고 있다. 가을철에 있을 마라톤대회의 10km부문에 참여할 목적으로 달리고 있기 때문에 이번달에는 적어도 3분/km대로 속도를 늘려야겠다. 


 아울러 몸무게도 더 줄여야겠다. 현재 84kg. 일본여행 후 86kg까지 급격히 불어난 몸무게를 원래대로 돌려놓지 못하면 몸이 배겨나지 못할게 뻔하다. 9월이 되기 전까지 80kg대로 조정하는게 목표. 적당히 먹고 단백질 위주로 식사를 하니 벌써 몸에서 반응이 온다.


 아직까지는 스쿼트나 런지같은 다리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은 하지 않고 있다. 다음 러닝때부터 15개씩 3세트로 해둬야겠다. 웨이트는...덤벨 사기 귀찮으니 2L 물통을 양손에 쥐고 해볼까 생각 중이다. 섭씨4도의 순수한 증류수 1L가 1kg이니...대충 2L는 2kg이라고 보고 하면 될 듯 하다. 


 건강상태는...그다지 양호하지 못하다. 토, 일요일 양일간 더위에 시달려서 그런지 오늘 기어이 비상신호가 왔다. 덕분에 푹 쉬었지만 내일은 어떨지 걱정이다. 벌써 새벽3시니 아침 러닝은 물건너갔고 아무래도 저녁 러닝을 해야겠다. 




  



Posted by Cybercat
Personal Log2013. 8. 6. 02:43

 한참 날씨가 좋았던 봄에는 영화도 보러 다니고 역동적으로 움직이곤 했는데 날씨가 더워지고 나서부터는 그렇게 잘 다니던 영화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간단히 커피 마시는 것도 그만큼 되었다. 


  이건 필력 탓인가. 아니면 날씨 탓인가.


  필력을 탓하자니 내 머리속에, 마음속에 담아둔 많은 이야기들을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어진다. 날씨를 탓하자니 방에 에어컨도 떡 하니 갖춰놓은 괜찮은 조건에서 꾸준히 해보고자 했던 것을 다시 하지 못하는 사태가 '또' 벌어진 것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게으르게 삶을 산 것도 아닌 나름 치열했던 수개월 이었건만.


  확실히 영화평을 쓰면서 새로운 시도를 한 건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 영화도 좋고 저 영화도 좋은 무난한 성격에 평이란 것을 하는게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던게 사실이다. 게다가 영화블로거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떤 이는 그 길로 전문영화평론가의 길을 걸어갈 정도라 하니 처음 시작한 나로서는 기가 죽을만 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잘 쓸 필요는 없는 그저 그런 영화감상문 정도로만 그치는 블로그를 만들자니 기껏 공들여놓고 뭐하는건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보다 결정적으로는 여전히 '생각이 다른 자'는 '적'이란 식으로 반응하는 이들이 많은 이 분야의 특성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별점 다는거에도 심각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은 판국에 기나긴 시간과 공을 들여 블로그평을 쓰면 뭐하나 싶었다. 뭐 그렇게까지 반응을 일으킨 글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생각해보니 페이스북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브랜드 커피와 관련해서 개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비난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는 요지였는데, 달린 댓글은 하나같이 '나는 믹스커피가 좋아요'였다. 브랜드 커피를 마시는 것은 비난받아도 된다는 소리인가. 그렇게 뚜렷하게 요지를 써놨건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런식이니 진지하게 글 쓸 맛이 나나. 게다가 개중에는 '브랜드 커피를 마심으로써 가난해진다'면서 '가난을 선택해놓은 주제에 복지정책에 불만이 많다'는 어딘가 모자란게 많은 반응도 있었다. 이렇게 말을 써서 좀 그렇지만...병신같아서 그냥 차단. 


  무슨 글이나 말을 쓰거나 하든 간에 조심해야 할 것이 글을 쓰는 테크닉에 관련된 것 뿐만은 아닌 것 같다. 그 글을 보는 사람들이 누구며, 또한 그들이 어떤 반응을 할 지 까지도 생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언제부터 글을 쓴다는 것이 이런 것이 되어버렸나. 언제까지나 조곤조곤히 자기의 생각을 꾸준히 써나가며 그에 공감하는 이들과 친분을 쌓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 소셜미디어의 본래 목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매사 전투적인 말들에 치여 살고 있다.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심지어 블로그조차도 안전지대는 되지 못한다. 


  물론 이 곳처럼 인기가 없으면 상관없겠지만.


  이쯤 되면, 인터넷이 발명되기 훨씬 전부터 PC를 끼고 살고 또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만큼, 이 곳(?)에서의 생활도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꾸준함과 논리정연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많은 이들과 행복하게 생각을 주고 받는 장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발전의 장, 행복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려면...세상에 대해 많이 움츠려들었던 내 마음부터 열어봐야겠다. 



2013년 8월 6일. 새벽. 


Posted by Cybercat
Movie2013. 5. 9. 00:41

 

 

 


로마 위드 러브 (2013)

To Rome with Love 
8.3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알렉 볼드윈, 엘렌 페이지, 제시 아이젠버그, 페넬로페 크루즈, 로베르토 베니니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 111 분 | 2013-04-18

 

 

 점심 먹고 시간이 좀 남아서 영화를 한 편 볼까 해서 본 영화였는데, 놓쳤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설령 DVD로 집에서 편하게 본다 한들 영화관에서 본 감흥을 되살려 줄 것 같지 않은, 영화관에서 보지 않으면 안될 영화였다. 다른 인기작들을 보느라 시간대도 안맞고 해서 여차저차해서 놓칠뻔 했던 걸 이렇게 좋은 기회에 볼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우디 앨런 감독의 "로마 위드 러브"는 네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 된 옴니버스 영화다. 우디 앨런이 평생을 꿈꿔온 유럽 영화 시리즈라는데 과연 로마의 속속들이 아름다운 명소들을 배경으로 멋지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로마'라는 장소가 가진 비일상적인 성격때문일까. 일상으로부터 일탈하기 위해 로마를 찾은 이들 뿐만 아니라 평범한 로마 시민에게까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시작 장면이 매우 흥미롭다. 어눌하지만 유창한(?) 영어로 '나는 로마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알지요'라며 뽐내는 교통경찰에 포커스가 맞춰지는데 뜬금없이 그가 하던 일을 멈추고 카메라에 대고 로마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질 것을 이야기해준다. 그의 입을 통해 소개되는 등장인물들은 뭔가 특별하거나 매우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다. 공통점이라고는 그저 '로마에 왔다'는 것 뿐이다. 그렇게 교통경찰의 소개를 통해 관객들은 한 자리에 앉아 네 가지의 스토리를 한 번에 내려다보게 된다. 우디 앨런은 로마에 관심이 있고 또 이 영화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전지전능한 신의 위치를 부여함으로서 앞으로 전개될 '로마에서의 비일상의 일상'을 볼 마음의 준비를 시켜준 것이 아닐까. 이 장면이 없었다면 '러브 액츄얼리'같은 옴니버스 스타일 영화와 다를게 없었을 것이다. 

 

 영화 팸플릿에 의하면 추억, 명성, 스캔달, 꿈을 주제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네 가지 이야기 모두 로마에서 일어나는 비일상의 축제다. ①중년의 건축가가 로마에서 공부했던 젊은 때의 자신과 재회하고 추억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풋내기였던 젊은 자신에게 이리저리 훈계를 두지만 결국 이야기는 정해진 대로다. ②로마에 휴가차 놀러온 미국 여성이 이탈리아인 변호사와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가 된다. 덕분에 양가의 부모가 만나 서로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 엄청난 일을 벌이게 된다. ③지방 소도시에서 결혼하고 로마로 신혼여행을 온 부부. 그런데 어쩌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외도를 하게 된다. 그 어쩌다보니가 정말 우디 앨런 영화답다. ④영화 '아름다운 인생'으로 유명한 로베르토 베니니가 평범하다 못해 예측가능하기까지 한 진부한 로마 시민인 레오폴도 역을 맡는다. 그런데 눈 떠보니 스타가 되어있다.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어쨌거나 그렇게 살아야 하는 레오폴도의 우스꽝스러운 비일상은 이 영화 가운데 가장 손꼽을 만한 비일상의 일상이다.

 

 비일상적인 사건들에 빠지게 된다면, 그것도 로마라면 당신은 어떤일을 경험했으면 좋겠는가. 추억, 명성, 스캔달, 꿈의 카테고리는 의외로 사람들의 평범한 생각에 매우 근접해있다. '~였으면 좋을텐데'라는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보통 사람들의 소박한 소망이 이뤄지는 신비로운 로마. 그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 가운데 나는 우디 앨런이 맡은 은퇴한 오페라 기획자 스토리와 로베르토 베니니가 맡은 갑자기 유명해진 레오폴도의 스토리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꿈을 성취한다 해도 그게 단지 기쁘고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갑자기 유명해진다 해도 그게 다 좋은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 주어지는 경쾌한 짜릿함과 행복감은 맛 본 사람만이 아는 것이 아닐까. 어쨌거나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는 말 그대로 웃기기도 하지만 측은하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의외로 공감이 되는 그런 이야기다.

 

 우디 앨런 감독이 직접 출연하기도 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눈이 즐겁다. 그 뿐만이 아니다. 뭔가 엉망진창 뒤죽박죽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보고나서는 마음이 훈훈하기까지 하다. 두 시간 내내 껄껄거리며 볼 수 있는 영화다. 이 영화만큼은 팝콘과 콜라를 잔뜩 가지고 들어가서 너도 나도 산만하게 보더라도 그게 거북하게 느껴지지 않고 깊이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영화관용 영화란 정말 이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나는 좀 심각할 정도로 영화관 관람매너를 강조해왔었기에 이런 느낌은 내게 제대로 영화관에서의 비일상적 경험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로마에 꼭 가보고 싶어질거다. 빡빡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선사하는 이 영화, 못보신 분들은 꼭 시간내서 보길 바란다.

 

 

Posted by Cybercat
Movie2013. 5. 7. 22:38

 

 


아이언맨 3 (2013)

Iron Man 3 
7.9
감독
쉐인 블랙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돈 치들, 가이 피어스, 벤 킹슬리
정보
액션, SF | 미국 | 130 분 | 2013-04-25
글쓴이 평점  

 

 

 오늘로 "아이언맨3"를 관람한 누적관객수가 600만을 넘었다고 한다. [각주:1] 2013년 들어서 이렇게 많은 관객수를 동원한 영화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개봉된 영화들 중에 탐 크루즈 주연의 "오블리비언" 이후 "아이언맨3"와 같은 블럭버스터 기대작들이 없었던게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마치 인기 아이돌 그룹들이 서로 신경써서 기간 차이를 두면서 컴백하는 것처럼 말이다. 극장가에서는 "오블리비언"이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을 당시부터 영화관 입구에 아이언맨을 주제로 한 1:1스케일의 액션피규어(라고 해야하나)를 제작하고 포토스팟, 수제 영화간판까지 설치하는 등, 대중들의 "아이언맨3"에 대한 기대를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600만이나 본 마당이니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겠다. '혼자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라는 미국식 수퍼히어로물이 공통적으로 담고 있는 고뇌가 있다면, '영웅이 된 토니 스타크라면 어떻게 해결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 이번 제3편의 스토리다. 이미 전편에서도 제임스 로드(돈 치들役)와 함께 악당을 처치하는 장면이 나오긴 했으나 이번에는 스케일이 다르다. 그리고 악당들은 그 똘똘한 토니를 넉넉히 속여 넘길 만큼 매우 머리도 좋다.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그들을 일망타진하는 토니 스타크의 재치있는 대처가 훨씬 돋보였던게 아닐까.

 

 

 좀 아쉬웠던 건 아이언맨 역대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토니 스타크의 거침없는 입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 스토리 상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만 그 대신에 나르시스트 그 이상인 토니 스타크의 모습을 이번 3편에서는 확인할 수 있다. 그래도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엑스포에서의 오프닝 프리젠테이션 장면, 그리고 법정에서의 말장난 같지만 허를 찌르는 입담까지 토니 스타크는 그 말빨이 없으면 토니 스타크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액션은 이제까지 보여줬던 아이언맨만의 액션 가운데 가장 화려하다. 특히 아이언맨 수트가 떼를 지어 만다린 악당들을 처치하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그런데 부두에서의 전투장면에서 날고 뛰던 토니 스타크에게서 "다이하드"의 존 맥클레인이 생각났던건 나뿐인걸까. 토니 스타크가 'Yippy ki yay mother fucker!'라고 외치며 악당에게 일격을 날리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상상일 뿐이다. 상상.)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영화 가운데 페퍼의 역할. 마초적인 성향의 영화인 만큼 여성캐릭터의 역할은 그저 '보조'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번엔 결코 그렇지 않다. 기네스 팰트로만의 매력적인 이미지를 생각했던 분들에게는 참 대단한 충격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네스 팰트로가 액션물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건만, 피동적 캐릭터가 아니라 결정적 순간에는 없어서는 안될 캐릭터의 비중으로 등장하는 건 매우 파격적이다. 아직 내 머리 속에는 영화 "슬라이딩 도어스(Sliding Doors)"에서 보여줬던 사랑스러운 모습이건만, 나 또한 상당히 쇼킹하게 느껴졌었다.  

 

 

 DAUM무비 평점이 7.9다. 인터넷 평점시스템을 믿을게 못된다는 건 평점에 참여하는 영화애호가들로서도 잘 아는 사실이지만, 지금도 10만단위로 불어나고 있는 누적관객수와 전반적인 만족도와 평가, 스토리의 완성도와 비주얼, 연기력 모두 고려하자면 넉넉히 9점 이상이란 생각이 든다.

 

 

  많이 아쉬웠던 건 음향이었다. 같은 상영관에서 본 "오블리비언"에 비하면 영화에 기여하는 정도가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MARVEL COMICS를 배경으로 제작한 영화에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럼 어떠랴. 5월 말에 개봉작인 영화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로 이어지는 미국 수퍼히어로물의 연속 출격은 참 반가운 일이다.

 

 

  1. "아이언맨3 600만 돌파, 스크린 독과점 논란 VS 기념품 이벤트" 한국경제 2013년 5월 7일자 연예면 기사, http://wstarnews.hankyung.com/apps/news?popup=0&nid=01&c1=01&c2=01&c3=00&nkey=201305071552391&mode=sub_view [본문으로]
Posted by Cybercat
Books2013. 4. 17. 23:13

 

서경식,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반비출판사, 2012


작년에 산 책이지만 이래저래 제대로 읽지 못했었는데 오늘 시간을 내어 끝까지 읽었다. 대학시절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일제강점기와 해방기의 조선인들의 삶에 대해 깊이 있게 접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이 책에는 그때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고통스러운 역사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특별영주권자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차별받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의 역사를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접할 수 있었다.


재일조선인들은 일본국적자가 아니다. 해방이 되면서 일본은 법적으로 일본인이었던 내지(일본본토) 조선인들을 외국인으로 정해버리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한국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남북으로 분단된 조국으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 경제적 기반이 전...부 일본에 있기에, 언젠가는 통일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때문에, 귀국하는 배를 폭파시켜버린 일제때문에 결국은 일본에 눌러앉을 수 밖에 없었던 그들. 일본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세금납부를 하고 지역사회에 일조하는 삶을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그들을 외면했고 상당수가 남한 출신이건만 일본에서의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북한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 후에도 남게 된 재일조선인들은 국적이 없는 난민 취급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앞으로 이들에 대해 한국정부가 할 일이 많다. 이미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밖의 일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상황인 만큼, 이들에 대한 적극적이면서 전방위적인 원조는 한국정부에 공이 넘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승만-박정희-이명박으로 이어져온 외면의 고리를 끊고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이들의 존재를 직시하고 체계적으로 이들의 삶을 더욱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작년에 있었던 이 책의 저자인 서경식 선생님의 저자 특강 영상

 


이 책은 단지 재일조선인에 대해서만 쓴 책은 아니다. 차별의 근본적 원인을 깊이있고 논리정연하게 파고들어감으로서 우리 민족이 겪은 역사적 문제와 그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는 가이드북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학시절 근현대사 강의때도 쉽게 말할 수 없었던 우리 민족의 문제 - 이념갈등, 친일파,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 등을 조금 더 깊이있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우리가 알아야 했던 바로 그 역사가 이 책에 씌여있다.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