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Log2013. 8. 10. 01:32




2년 전 겨울 풍경
이때는 따뜻한 나날들이 그리웠는데...




 연일 열대야다. 잠을 제대로 못이루는 날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부에는 연일 비온 뒤지만 남부에는 비소식도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열사병으로 두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올해 더위는 정말 무서울 정도다. 이럴 때일 수록 지혜롭게 더위를 지내야 하는데 생각처럼 모든게 잘 되어주면 좋으련만... 그래서인지 더위 따위야 하면서 참고 살던 내가 이 나이가 들어서야 피서(避暑)를 어찌해야 하나 하며 파닥거리고 있다. 





단원 김홍도의 관산탁족



 우리 조상들은 너른 나무 그늘에서 쉬거나 시원한 물이 흐르는 냇가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피했다고 한다.[각주:1] 계곡을 찾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보다.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걸 탁족(濯足)이라고 하나보다. 


 위 그림은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단원 김홍도의 관산탁족이란 그림이라는데 저런 계곡에 홀로 앉아 시원하게 발을 담그고 있을 수만 있다면 정말 만사 제켜놓고 가고 싶어질 정도다. 그런데 어디 우리나라에 저렇게 좋은 계곡이 어디 있던가. 계곡마다 음식점 차려놓고 콘크리트로 물막이 해서 수영장 만들어 놓고...그 덕에 다같이 탁하고 더운 물에서 노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지 않던가. 


  요즘들어서는 날씨가 아예 아열대성 기후지대의 여름처럼 날씨가 바뀌어가는 듯 하다. 그렇다면 그 지역 사람들의 피서방법처럼 보내야 하는게 아닐까. 그런데 그 지역에 사는 사람과 트윗해본 기억으로는 그 지역은 비가 하도 와서 어쩔때는 춥기까지 하다고 한다. 오히려 긴팔 스웨터를 챙겨 다닐 정도라니...


 어쩌면 앞으로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여름이 가장 보내기 힘든 습하고 더운 나라가 되어버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피서는 단순히 더위만을 피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더위 때문에 몸에서 빠져나간 영양분을 넉넉히 보충해주고 기력을 되찾는 것도 피서의 일환이어야 하지 않던가. 때마침 휴가를 얻은 친구와 함께 오늘은 나름 포식을 하는 날로 잡았다. 그런데 우린 삼계탕이나 보신탕이 아니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삼겹살집을 찾았다. 삼겹살. 생각만 해도 힘이 솟는다.



 우리는 게눈 감추듯 삼겹살을 먹고, 근처 커피샵에서 시원한 차를 마시고, 또 근처에서 눈꽃빙수를 하는 집에서 클래식한 우유빙수를 먹었다. 오랜만에 사람구경도 하고 수다도 떨었다. 그러고나니 저녁 일곱시다. 시간도 빠르고 내 배가 먹었던 걸 소화시키는 속도도 빠르다. 집에 돌아와서 땀에 흠뻑 젖은 옷가지를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샤워를 하고 몸무게를 재어보니 이게 왠일인가... 먹은만큼 몸무게가 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애초에 오늘 먹은 만큼 빠져있었던걸까. 



 열심히 챙겨먹고, 시원한 곳에서 수다를 떨고나니 어제까지 내 몸과 마음을 짓누르던 더위가 한결 가신 것 같다. 어제까지 아프던 허리도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다. 기운이 나고, 멈췄던 독서도 다시 할 마음이 돌아왔다. 역시 더울 땐 먹을 복이라도 있어야 견뎌낼 수 있는건가보다. 








  1. 옛 사람들의 피서방법을 그림을 통해 소개한 좋은 블로그가 있어서 소개한다. http://blog.daum.net/sixgardn/15770618 [본문으로]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