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Log2013. 8. 8. 22:01






2013년 8월 8일 저녁 9시경 날씨. 해가 졌는데도 30도다. 




 요 며칠 가운데 이렇게 더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삼십평생 웬만한 더위는 참고 살아왔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며칠 더위먹고 앓아봤더니 지레 겁이 나더라.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시간이 아니면 켜지도 않던 에어컨을 냉큼 켰다. 에어컨도 더위를 먹었는지 한참을 더운 바람만 나오더니 오분 정도 지나서야 찬 기운을 내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서야 어질어질하던게 나아졌다. 그렇게 운동도 하고 잘 먹었는데 이렇게 쉽게 뻗어버리다니.


 아홉시가 다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기온은 30도를 넘나들고 있다. 정말 참기 힘든 더위란 생각이 든다. 해가 졌는데도 습한 온풍이 불고 있으니 창문을 열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싶어서 주섬주섬 미뤄놨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덥다는 생각이 사라진다. 오래 전 어르신들께서 '사람은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병이 안들어. 특히 여름에는 말야'라고 하셨던게 기억났다. 그게 틀린 말이 아니었구나. 


 미뤄놨던 일이란게 특별한 건 아니다. 어제 달리다 물에 텀벙해서 급히 빨아 둔 운동화를 정리하고, 이런 폭염에 나처럼 지쳐버린 집안의 화초들을 가꾸는 일이다. 그런데 세상에나. 운동화 곳곳에 접착이 떨어져서 너덜너덜한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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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접착제로 얼추 붙여놓고나서 찍은 사진. 하지만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다 닳아빠진 건 아니지만, 벌써 그리 떨어지기 시작하면 내구도가 많이 떨어진게 확실하니까. 하기사 이 녀석으로 150km도 더 뛰었으니 너덜너덜해질 만도 하다. 아무리 순간접착제라고 해도 바로 신고 달리기는 그러니 오늘은 쉬어주는게 맞지 싶다. 뭐...이러다 이따가 맘이 동하면 또 나가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정말 몇 년 만에 흙을 손에 뭍혀본건지 모르겠다. 선물로 받은 이름모를 화초를 마트에서 사온 대나무화분에 옮겨 심고 진흙투성이었던 흙도 신선한 녀석으로 갈아줬다. 남은 것은 집안에 있는 큰 화분에 몰아줬다. 한 시간 정도 화초 정리를 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강아지나 고양이 녀석들 데리고 놀때와는 다른 그런 마음의 기쁨이랄까.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번에도 기르는데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조마조마하는 마음이 있다. 


  땀이 흠뻑. 허리가 지끈. 그래도 마음은 쾌적하다. 덥다고, 바쁘다고 돌보지 않았던 것들이 너무 많았구나. 이젠 한 집에서 다 같이 기분좋게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기분이 좋아지는 저녁이다.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