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Scraped2011. 3. 23. 09:00

  


Nicole Kidman as Mrs Charles E Inches by John Singer Sargent (1887) - Vogue by Steven Meisel, June 1999


 


Mrs Charles E Inches by John Singer Sargent, 1887


  사진이 회화의 영역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가에 대한 학술적인 논의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런 작업은 단순히 Vogue와 같은 잡지의 요청때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사진에 있어서 회화적인 시도는 구시대적인 발상인 것 처럼 치부되는 경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사진이란 매체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면서 순수하게 사진만의 예술영역을 발전시켜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을 사진이 우리의 삶 가운데 가지는 비중과 역할을 따지다보면, 그리고 그 사진들이 예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사용되는 형태를 돌이켜보면 점점 이것이 회화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진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사진이 디지털시장으로 거의 완전히 재편되다시피한 현실에서 사람들이 생산해내는 사진예술작품은 단순히 사진만으로 구성되는 일보다는 더욱 창의적인 방법으로 사진을 이용하는 경우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사진의 시각적 구성과 회화적 기법을 혼용한 작품들은 우리의 시각적 탐미를 더욱 깊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지금까지 경혐했던 그런 작품들은 다시 사진으로 재창조되어 우리에게 접근하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은게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엔 갤러리같은델 거의 가보질 못해서 확신을 가지고 말하긴 힘들지만...어쨌거나 그런 맥락에서 위 사진을 다시 봅니다. 

 1887년도에 제작된 초상화를 사진, 그리고 명배우를 통해 재현했다는 것, 그리고 그 방식이 사진이고 또한 패션잡지를 통해 사람들에게 공개되었다는 것. 르네상스가 고대지식의 재해석과 재창조의 의미를 지녔다면 이런 사진은 회화적 가치를 사진에서 다시 찾는 사람들의 복고주의,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과거의 예술에서 더욱 큰 가치를 느끼거나 추억하는 이들의 감상의 잔여물이 아닐까 합니다. 확실히 저도 최근의 작품들보다는 70~80년대에 제작됐던 것들에 추억이란 조미료를 가미해서 음미하고 있긴 하거든요. 소위 빈티지(Vintage)라는 것은 카메라기술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더 극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카메라기술과 최고의 렌즈들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진이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빈티지 스타일의 사진에 더욱 감정을 쉽게 이입하는듯 하고 그 현상은 다시 주류사진예술계에 이미 영향을 주게 마련이겠죠.

 확실히 예술은 감정이 이입되지 않는 난해한 것일수록 사람들이 찾게 되질 않는 것 같습니다. 예술의 대중성을 말하자면 대중성이야말로 예술이라고 부르짖었던 팝아트예술가들만큼이나 저도 대중성없이는 예술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 사실 대중성이 존재하기 전에 예술가들을 통해 세상에 빛을 드러내고 서서히 우리 삶에 퍼져들어가게 되는 만큼 대중성이 배제된 작품들도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그걸 이해하는데 얼마나 걸리느냐는건데 이미 우리 역사상 많은 예술가들의 회화작품들이 그들의 사후에 세상에 재조명되는 일들이 많았던 만큼 우리들의 사진예술도 그런 전철을 밟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실제로 갤러리에서 공개됐던 너무나도 멋진 예술품들이 사람들의 눈에 넉넉히 노출되고 평가받기도 전에 1주일만에 사라지는 요즘이니 아쉽고 아쉽지요.

 그나마 사진예술은 디지털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오프라인갤러리뿐만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넉넉히 사람들에게로의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프린트된 것과 모니터를 통해서 보는 것과의 차이를 아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일례로 고흐의 작품을 모니터로 봤을때, 도감을 통해 봤을때, 실제로 봤을때의 느낌이 마치 같은 빅맥을 터키, 한국, 미국에서 먹는것마냥 천지차이의 맛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걸 미뤄봤을 때 단지 사진예술이 디지털화되어 모니터상에서만 존재케하는 우(愚)는 범해서는 안될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모니터를 통해서도 좋은 평을 받은 사진은, 아니면 자신이 생각하기에 반드시 프린트해야할 사진이라면 꼭 프린트하고 섬세한 후보정과정을 거친 후에 마지막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프린트에서만 그치는게 아니라 액자 작업까지 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요.

 어쨌거나 저도 니콜 키드먼과 같은 배우와 함께 이런 멋진 작품활동을 해보고 싶네요.
Posted by Cyber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