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Scraped2011. 3. 22. 21:34

최근엔 해외 블로그 사이트인 tumblr를 통해서 해외의 많은 사진애호가들이 업데이트해주는 사진들을 즐겨 보고 있습니다. 일단 팔로우해둔 블로거들이 대부분 여성들인지 조금은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사진들이 비중이 크긴 하지만 간혹가다 제 눈을 사로잡는 이런 사진들이 올라와서 한 번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텀블러에서도 보고 reblog하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도 자동으로 게재된 이 사진은 아직까지도 누가 찍었는지 확인을 못했지만 사진속의 모델은 Dorian Leigh라는 이른바 세계최초의 수퍼모델이라는 것만큼은 확인했습니다. 모델인지라 인터넷 상에 올라와 있는 사진들은 오뜨 꾸띄르와 잡지 사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도리안 리의 뛰어난 표현력 그리고 그걸 멋지게 잡아낸 사진작가들의 작품들을 찾아보노라니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있었답니다.

특히 위 사진을 봤을 때 '좋은 사진이란 이런 것이다'란 생각이 바로 스치고 지나가더군요. 좋은 사진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딱히 뭐라고 말씀드리기 힘든게 사실이지만 배운대로 말하자면 '주제가 명확히 전달되는 사진'이지 싶습니다. 물론 풍성한 색감과 화면내 기하학적인 배치 등등 중요한 이야기들을 써내려갈 수도 있겠지만 저로써는 '첫 눈에 반해버리는 사진'이 정말 좋은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사진들은 카메라를 이용해서 '찰나의 순간'을 잡아내 시간 너머로 사라지는 순간을 아름답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지요. 모든 순간이 위 사진처럼 표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정말 그건 카메라를 잡은 사람의 능력에 달려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모델들이 항상 고생하면서 촬영에 임하는 건 주지하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저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점프를 했었을까요? 역시 프로페셔널들은 다르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상업사진이지만 예술적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사진을 담는다는 정신은 우리가 정말 목숨걸고 배워야 할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결코 상업이란 이유로 예술을 포기해서는 안되는 겁니다.



도리안 리의 장난기가 가득 흘러넘치는 모습. 일련의 사진이 있는데 이 사진이 가장 유명하더군요. 한참을 보다보니 저게 토끼귀장식인지 아니면 당시에 유행했을듯한 리본 장식인지 잘 모르겠네요. 그러면서도 설마 토끼귀는 아니겠지 하고 있답니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흠모하는 스타일이지 싶습니다. 챙이 넓은 저 모자는 재작년 여름 한국에서도 꽤나 유행했던듯한데요...확실히 챙이 넓은 모자는 엘레강스한 연출을 하기에 부족합이 없는 듯 합니다. 다만 누가 쓰느냐가...^-^;;; 그리고 뒤에 있는 그림은...피카소의 작품인가요?




제가 맘에 들어하는 또 하나의 사진입니다. 이 사진에서 도리안은 배경에 놓인 꽃병의 꽃처럼 활짝 아름답게 피어난 느낌을 주는군요. 사진을 찍으면서 모델은 자신이 어떻게 나오는지 철저히 연구하고 또 그렇게 연출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래에서도 한 번 더 소개하게 되겠지만 명화에서나 보는 장면을 사진으로 연출하는 경우가 초창기의 카메라가 사용되던 시절에는 많았다고 하는데요, 사진기술이 현저히 발전한 도리안의 시절에도 그련 경향은 여전했던 듯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료를 찾아봐야겠어요.


또 다른 챙넓은 모자의 사진. 전체적으로 검은 복장인지라 밋밋할 수도 있는데도 도리안 리는 훌륭하게 표현해냈군요.



흠...당시 사교계에서는 담배피는 여자가 많았을테니...담배연기, 안개, 구름등의 형태는 사진작가들에게 참 많은 영감을 불러넣는 듯 합니다. 사교계 여성의 장식을 하고 담배를 피고 고개를 돌리지 않은채 뭔가를 응시하는 도도한 표정. 그리고 절제된 조명. 분명 붉은 립스틱과 매니큐어를 했을 터,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가 그리고 입술로부터는 하얀 담배연기가 굴뚝에서처럼 흘러나옵니다. 도발적인 이미지의 연출이 맘에 듭니다.



정말 이 사진은 숨이 막힐 정도로 완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면에 담긴 모든 피사체들의 질감이 손에 만져질듯한 느낌이 드는 사진을 만나보기란 정말 힘들거든요. 사진에서는 시선의 처리란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여기서 도리안의 시선은 아래 1층으로, 그리고 토르소들의 시선방향도 그에 일치되면서 사진 밖을 상상하게 만드는 사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사진은 사진에 담긴 것만으로도 사진에 담기지 않은 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 역설적인 말들이 생각납니다. 예컨대 좋은 사진은 사람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어야 한다는거죠.



갑자기 컬러 사진을 보게 되니 뭔가 다른 느낌이 드네요. 그런데 이 사진...컬러사진이 없었을 시기의 것일텐데...하단에 보면 1946년도판이라고 나와있군요. 


흑백사진의 매력이라면 다채로운 색의 정보를 배제한 채로 복합적인 선과 면의 교차만으로 모든걸 깔끔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차가워보이는 점도 있겠지만 여전히 흑백으로 표현하는 것이 사람의 눈에는 조금 더 이성적이면서도 진지한 느낌을 주는 듯 합니다. 물론 흑백사진중에도 사람의 마음에 이 사진처럼 풍성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훨씬 많지요.



이 사진도 도리안 리의 사진이라고 하는데 도리안 리의 각선미를 한층 부각시킨 사진이네요. 사진사에서 페티시즘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란 생각이 들긴 했었는데 아마 사진이나 그림이나 모두 '나만 본다'란 점이 공통이기에 그렇게 되는게 아닐까 합니다. 여기서도 뭔가...담배를 피고 있는 듯 하군요.


찰스 제임스(Charles James)를 입은 도리안 리(Dorian Leigh, 왼쪽에서 네 번째), 1947년 <보그> 6월호, Photograph by Cecil Beaton, Courtesy of the Cecil Beaton Studio Archive at Sotheby's,
© Condé Nast Publications Inc

도리안 리가 나온 사진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이 사진입니다. 뉴욕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기념전시회인 "시대의 뮤즈, 모델"이란 전시회에서 이 사진이 소개됐다고 하는군요. 보그라든가 배니티 페어같은 잡지의 사진들로부터 종종 보이는 기획처럼 보이는데 사진을 그림으로 이용한 케이스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 시도란게 지금와서는 오히려 더 신선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사진이 회화의 도구로 이용되는걸 거부하며 순수사진예술만을 추구하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지만 최근 수년간 사진의 영역을 넘어 다양한 표현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들을 많이 봤었습니다. 참 사진이란 대단한 것 같습니다.



Posted by Cybercat